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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행 괜찮을까?" 망설이던 친구들, 부산 오더니…

기자
양은심 사진 양은심

[더,오래] 양은심의 도쿄에서 맨땅에 헤딩(35)

 
“지소미아(GSOMIA)가 파기되지 않아 안심하고 부산여행 갈 수 있겠다.”

지난 11월 22일 저녁 8시를 넘어선 즈음 지소미아 연장 뉴스를 본 친구가 보내온 메시지다. 한일관계의 악화로 한국에 가도 문제가 없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늘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한국을 방문하는 한 일본 여성은 일본 외무성 담당자로부터 ‘문제없느냐’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에 갔다 온 사람들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말해도, 한국을 여행한 경험이 없으면 주저하게 된다. 가보고 싶은 나라이기는 한데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있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뉴스로만 한국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일본을 싫어하는 나라’로 보일 것이다. 물론 한국에 익숙한 사람들은 정치적인 문제는 상관하지 않는다. 친구가 되면 무섭지 않고, 서로 알게 되면 두렵지 않아진다. 그래서 교류가 필요하다.
 
일본인 친구 둘이 계획한 부산여행.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 마침 부산에서는 ‘한·아세안 특별회의’가 있었다. 국제회의가 열린다는 걸 안 건 부산여행 예약을 마친 후였다. 경비 문제로 복잡하지 않을까 걱정이었지만 그냥 갔다.
 
매일 하루에 한 번 오후 2시에 열리는 영도대교. [사진 양은심]

매일 하루에 한 번 오후 2시에 열리는 영도대교. [사진 양은심]

영도다리에서 만나요. 피난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친구들이 인상적이었다.

영도다리에서 만나요. 피난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친구들이 인상적이었다.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는 작은 비행기여서인지 거의 만석이었다. 우리가 묵을 호텔이 해운대 쪽이 아니어서인지 공항에서부터 차가 밀리는 일도 없었다. 길가의 외국 국기들이 없었으면 회의가 있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첫날 저녁 식사 후 친구들에게 해운대 쪽 야경을 보여주고 싶어 택시운전사에게 부탁했다. 해운대 쪽은 국제회의로 교통 통제가 있으니 광안리 쪽으로 가기로 했다. 광안리 대교, 부산항 대교, 영도대교를 지나는 야경은 아름다웠고, 만족할 만한 밤거리의 드라이브였다.
 
둘째 날 아침 식사는 내장을 넣어 끓인 전복죽을 사랑해 마지않는 친구를 위해 죽집에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내려주는 대로 내렸더니 내가 아는 자갈치 시장 입구가 아니었다. 어시장 분위기가 아니었으나 맞겠거니 하고 소소한 쇼핑을 하면서 걸어나갔다. 도중에 비빔당면과 국수와 잡채를 파는 좌판을 발견했다. 예전부터 한번 먹어보고 싶었던 나는 친구들에게도 권했다. 결과는 셋 다 대만족. 달지 않아서 맛있다는 평이었다. 그러나 목표는 전복죽. 어찌어찌 죽을 먹고 감천문화마을로 향했다.
 
감천문화마을은 산책하기에도, 차를 마시기에도 좋았다. 눈요깃거리도 심심찮게 많아서 꽤 오랜 시간 머물렀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경치를 감상하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도 좋을 곳이라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단,중간에 높이 솟아있는 아파트가 걸림돌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마을 경치만으로도 작품이 되는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감천문화마을을 보고 난 후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택시 운전기사가 조금 있으면 영도대교가 열리는 시간이니 보고 가라 했다. 이건 또 웬 행운인가. 하루에 딱 한 번 2시부터 10분만 열린다는 영도대교. 개도를 기다리며 친구들에게 피난민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림엽서 같은 감천문화마을 풍경.

그림엽서 같은 감천문화마을 풍경.

감천마을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생선 오브제. 마을의 분위기를 예상하게 하는 작품 앞에 서면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감천마을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생선 오브제. 마을의 분위기를 예상하게 하는 작품 앞에 서면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드디어 자갈치 시장의 횟집. 건어물을 산 가게에서 소개해 준 식당이었다. 2층으로 안내를 받고 서로가 제일 먹고 싶은 것을 주문했다. 소라 회, 생선회, 문어 숙회, 굴. “밥은 필요 없으니 회만 맛있게 먹게 해 주세요.” 한 친구는 회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라며 일본에서 냉이 고추와 간장, 나무젓가락을 지참했다.
 
매운탕을 먹다가 밥이나 면을 시키고 싶었다. 메뉴판을 보고 있자니 어떤 사람이 일본어로 말을 건네온다. 내가 한국말로 대답하자 직원에게 물어봐 준단다. 외지에서 온 사람, 외국에서 온 사람에게 대한 친절함이 느껴졌다. 여자 셋이 횟집에서 3시간 이상 천천히 식사를 즐겼다. 50대라는 직원의 김치 담그는 이야기는 일본인 친구들에게는 신선한 이야기였다. 현지 사람들과의 교류로 여행의 의미가 깊어진다. 친절하게 대응해 준 횟집은 다음에도 갈 곳으로 정해졌다. 식사 중에 다음에도 오자는 계획을 세울 정도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다는 증거이다. 결국 감동을 주는 것은 ‘사람’이다. 아무리 멋있는 자연경관과 유산이 있다 해도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으면 한 번으로 족하다는 말을 하게 된다.
 
 
이번 부산여행에서 우리는 부산 사람과 택시운전사 예찬론자가 되었다. 좋은 정보는 관광 책자가 아닌 택시운전사와 현지의 가게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실감했다. 드라이브하면서 야경을 보고 싶다는 우리를 만족하게 해 준 것도, 감천문화마을에서 자갈치 시장을 가자는 우리에게 오후 2시부터 영도대교가 열리니 보고 가라고 제안해 준 것도 택시운전사였다. 맛있는 횟집을 소개해 준 것은 건어물 사장님이셨다.
 
2성급 호텔과 4성급 호텔을 다 경험한 우리. 두 호텔 다 만족스러웠다. 호텔의 별은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일하는 ‘사람’이다. 사람이 재산이다. 우리 기준으로는 부산이 서울을 이겼다. 맛있는 먹거리, 친절한 사람들, 바다가 보이는 경치.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적어도 두 친구에게 있어서 한국은 ‘좋아하는 나라’가 되었다.
 
한일출판번역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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