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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혁신성장 성과 30쪽 한계는 1쪽…현장 동떨어진 정부 보고서

정부부처 회의 자료는 ‘두괄식’이다.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 중요한 정책이 먼저 나오고 마주하기 싫거나 덜 중요한 얘기는 뒤로 뺀다. 분량도 여지없이 정부 의지를 반영한다.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 전략회의 안건 자료(혁신성장 추진 성과 점검 및 보완 계획)를 뜯어봤다. 31쪽 분량의 자료 대부분이 ‘성과’ 분석이었는데 18쪽에서야 ‘한계 및 과제’란 제목 아래 한 쪽 남짓한 분량을 정책 실패에 할애했다. 홍 부총리는 “데이터(Data)·5G(Network)·인공지능(AI) 등 DNA와 3대 유망 분야인 미래차·바이오헬스·시스템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에서 조기 성과를 내고, 혁신성장의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홍남기 “5G·미래차 등 조기 성과”
전문가 “그나마 기업이 투자한 덕”
기업 규제개혁 체감도는 더 하락

성과의 근거는 수치였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올해 4월), 2016년 대비 지난해 빅데이터 시장 규모 70% 증가, 같은 기간 AI 매출액 90% 증가, 2017년 대비 올해 전기차 보급 3배 증가, 같은 기간 수소차 보급 23배 증가, 의약품·의료기기 수출실적 2016~2018년 연평균 17% 증가, 벤처 투자액과 신설 법인 수 2018년 역대 최고치 달성….
 
문제는 정부가 잘해서 낸 성과가 맞느냐는 점이다. 대부분이 이전 정부부터 해 온 투자를 성과로 포장한 내용인 데다 어려운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한 기업의 덕을 본 것도 있어서다. 5G만 해도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주도적으로 수년 전부터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결과”라고 진단했다. 마침 현대차는 이날 “내년부터 2025년까지 61조1000억원을 투자해 전동화·모빌리티·자율주행 같은 미래차 분야를 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성창모 고려대 특임교수는 “각종 수치가 크게 늘고 투자가 확대됐다고 하지만 선언적인 숫자만 나열했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실행·성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정부가 혁신의 디딤돌보다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싶다. 사업을 허용한 뒤 또 다른 조건을 달아 규제하는 게 대표적이다. 최근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한 공유숙박만 해도 집주인 거주 주택, 영업일수 연 180일 등 규제를 줄줄이 달았다. ‘타다’ 운행이 불법이란 이유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이재웅 쏘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래 글을 올렸다.
 
“국토부의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에도, 여당이 발의한 안에도 국민은 빠져 있다.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낡은 틀에 새로운 산업을 억지로 끼워넣을 일이 아니다.”
 
백번 양보해 정책 성과를 인정하더라도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9월 500개 기업을 설문한 결과 규제개혁 체감도가 지난해 97.2에서 94.1로 떨어졌다. 체감도는 100을 기준으로 100 이하면 나쁘다, 100 이상이면 좋다고 느끼는 정도다. 규제개혁 성과에 대해 “만족한다”는 답변은 11.7%에 불과했다.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22%였다. 정부도 짧게나마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 창출이 다소 미흡했다”고 인정한 부분이다.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정책을 두고 성과를 냈다고 하면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칭찬은 굳이 스스로 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남이 해주는 것이다. 다시 묻고 싶다. 정말 우리 경제가 ‘혁신’적으로 ‘성장’했나.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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