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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도 ‘동백꽃’도 이정은 연기는 눈이 부시네

이정은은 ’‘동백꽃 필 무렵’ 속 많은 명대사 중에서 ‘(지난 시간이) 나한테는 적금 타는 것 같았다’는 말이 가장 와닿았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정은은 ’‘동백꽃 필 무렵’ 속 많은 명대사 중에서 ‘(지난 시간이) 나한테는 적금 타는 것 같았다’는 말이 가장 와닿았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8년간 적금을 붓다 한꺼번에 타면 이런 기분일까. 1991년 연극배우로 데뷔해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친 이정은(49)이 올 한해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드는 생각이다.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조연상을 받은 그는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으로 춘사·부일·청룡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수집했다. 올해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 기록(23.8%)을 쓴 KBS2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으로 연말 시상식까지 예약해 놓은 상태니 가히 ‘이정은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뷔 28년 만에 조연상 휩쓸고
‘눈이 부시게’ 등 작품마다 맹활약
‘동백꽃’ 딸 공효진과 10살 차이
“모성애보다 책임감에 대한 얘기”

4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이정은은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 상은 전부 부모님 댁에 가져다 놨다”고 했다. “눈앞에 보이면 자꾸 감정적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청룡 시상식에서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너무 늦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친 것 같다’는 말인데 이만한 얼굴이나 몸매가 될 때까지 분명히 그 시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는 수상 소감으로 화제를 모은 그는 “연극할 때는 상을 10년에 한 번꼴로 받았는데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받으니 부담된다. 내년에는 내려가는 것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기생충’에서 부잣집 가정부 문광과. [사진 각 제작사]

영화 ‘기생충’에서 부잣집 가정부 문광과. [사진 각 제작사]

그는 올해 선보인 작품을 관통하는 단어로 ‘책임감’을 꼽았다. ‘동백꽃’에서 어릴 적 동백(공효진)을 버리고 떠났다 돌아온 엄마 정숙 역도 “모성애라기보다는 자기가 뿌린 씨앗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지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했다고 했다. “극 중 용식이(강하늘) 엄마 고두심 선배님을 비롯해 많은 엄마가 등장하잖아요. 사랑의 강도에 따라서 자식을 해하기도 하고 앞길을 막기도 하는데 그 자체로 다음 세대를 대하는 어른들의 자세를 보여준 것 같아요. 애를 버리고 가는 미혼모 이야기는 신문에서 눈으로만 봤는데 이 작품을 통해 가슴으로 이해하게 된 거죠.”
 
이 같은 접근은 그가 여타 배우들과 다른 어머니상을 빚는 비결이기도 하다. “언니는 결혼을 안 해서 그런지 오히려 해석이 자유로운 것 같다”는 라미란의 말처럼 이정은은 “우리 사회도 점차 대안적 가족이 많아지지 않느냐”고 했다. “이제 모두가 결혼해서 자식 낳고 사는 세상은 아니잖아요. 엄마가 일하느라 바쁘면 이모나 언니가 엄마가 돼주기도 하고. 공효진씨랑 제가 10살 차이인데 엄마처럼 말한다고 엄마처럼 보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대했어요. 사랑의 종류는 여러가지니까요.”
 
정작 드라마를 본 이정은의 어머니는 “나를 모티브를 많이 삼았네”라고 평했다고. “엄마가 평소에는 다정다감한데 위급한 상황에는 용기가 있는 분이거든요. 당연히 제 안에도 그런 모습이 있겠죠. 치매 연기를 할 때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엄마가 ‘복지관 형님’ 흉내를 내는데 드라마에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활 연기더라고요.” 임상춘 작가의 전작 ‘쌈, 마이웨이’(2017)에서도 자식 바라기 엄마로 호흡을 맞춘 그는 “‘아는 와이프’(2018)의 치매 연기와 겹칠까 봐 ‘동백꽃’ 제안을 한 차례 고사했었는데 차영훈 감독이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거라고 설득해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스터 션샤인’의 함안댁으로 ‘함블리’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터라 ‘기생충’에서 가정부 문광 역할이 “공포 효과가 날까 걱정됐다”는 그는 올해 OCN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고시원 주인 엄복순 역으로 공포 연기에 쐐기를 박기도 했다. “‘동백꽃’과 방송 시기가 겹쳐서 신경이 쓰였는데 오히려 시너지가 난 것 같아요. 제가 중간에 등장하니까 까불이 아니냐, 사기꾼 아니냐며 의심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사실 전 ‘타인은 지옥이다’도 극악무도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양아들(이동욱)의 부정적 측면까지 모두 감싸고 추종하는 왜곡된 사랑.”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 엄마 정숙으로 상반된 모습을 선보였다. [사진 각 제작사]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 엄마 정숙으로 상반된 모습을 선보였다. [사진 각 제작사]

작품마다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이는 비결을 묻자 “좋은 역할을 맡게 됐을 뿐 내 연기 자체는 뻔하다”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물론 같은 엄마라도 조금 다른 구석이 있는 엄마를 찾긴 하죠. 단선적인 인물이면 어떻게 하면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볼까 고민하기도 하고. 양희승 작가한테 ‘가운 한번 입어보고 싶다’고 말해서 ‘역도요정 김복주’(2016)에서 약사 역할을 해보긴 했지만 세상에 가운 입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서 더 많이 배우죠.”
 
차기작도 양희승 작가가 집필하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내년 3월 KBS2 방영 예정)로 일찌감치 정했다. ‘남자 셋 여자 셋’(1996~1999) ‘순풍 산부인과’(1998~2000) 등 시트콤으로 경력을 쌓은 양 작가가 처음 도전하는 주말극이다. 2013년 드라마로 옮겨온 뒤 ‘고교처세왕’(2014) ‘오 나의 귀신님’(2015) 등 네 작품째 호흡을 맞추는 이정은은 “의리도 있지만 작품이 재미있을 거란 확신, 배우가 길을 잃지 않게 하리라는 믿음이 있다”며 “엄마 역할 말고 다른 걸 좀 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이번엔 김밥집 사장을 시켜줬다”며 웃었다. 일단 대본을 잡기 시작하면 녹음을 해서 이동할 때마다 들으며 외운다는 그는 “너무 몰입할까 봐 아직 제대로 안 펼쳐보고 있다”고 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도 ‘마더’(2009) ‘옥자’(2017) 등 세 작품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일단 한 번 만나면 자꾸만 찾게 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그는 “페르소나 같은 건 아닌 것 같고 덕분에 칸도 다녀오고 좋은 기운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사실 매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매번 어려워요. 과연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싶고. 근데 안 풀리면 재밌더라고요. 연구를 더 많이 해야 하니까. 20대 때는 빨리 영화나 드라마 하고 싶어서 조급할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연극 무대에서 그 갈증이 충분히 해소되고 카메라 울렁증도 극복했을 때쯤 여러 군데서 많이 찾아주셨거든요. 봉 감독님 따라서 아카데미 시상식도 함께 가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하하.”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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