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기생도 못해요" 엘사 손짓에 파묻힌 흙수저 영화들

[사진=연합뉴스]



이변은 없었다. 역시 '겨울왕국', 역시 흥행이다. 수익 외 그 어떤 것도 눈치보지 않는 극장들은 비수기 시즌을 살려낸 영화에 어화둥둥 있는 스크린을 있는 그대로 활짝 열어줬다. 독점율 88%? 100% 도배하고 싶은 것을 그나마 꾹 참고 있을 법한 속내다.
 
영화 '겨울왕국2'가 개봉 2주차 1000만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전편보다 배 이상은 빠른 속도로 마블 히어로물도 부럽지 않은 기록이다. 개봉 전부터 초겨울 스크린은 '겨울왕국2'가 점령할 것이라 예상됐고 예상은 전혀 빗나가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생각보다 더 빠른 추이가 새삼 놀라울 뿐 '겨울왕국2'의 흥행과 극장들의 올인 자체를 누가 의심했을까 싶다"고 덤덤한 반응을 전했다. 
 
하지만 인지를 하고 있었더라도 속상한 마음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특히 동시기 개봉한 작은 영화들은 명함조차 제대로 내밀어보지 못한 채 극장 한켠에서 쓸쓸하게 상영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겨울왕국2'는 흥행을 할만한 작품이고, 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기에 미워하기도 힘들다. 다만 이를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며 배부터 불리려는 극장들의 행태는 꽤 아쉽다"고 토로했다.
 
'겨울왕국2'는 1000만 돌파를 앞두고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개봉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지만 연이은 매진과 관객들의 맹목적 애정에 작은 목소리들은 묻혔다. 여전히 '계란으로 바위치기' 성격이 강하지만 첫 주에 비해 비난과 지적의 움직임이 조금 더 눈에 띄는 것은 사실.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위한 영화인대책위(이하 반독과점영대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다양성이 심각하게 침해받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영화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월디즈니컴퍼니코리아를 '독과점 금지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뒀다.
 
'겨울왕국2' 독과점 이슈는 단순히 '겨울왕국2'만을 향한 화살이 아니다. 오랜시간 마블 등 '따놓은 흥행'이라 일컬어진 할리우드 대작들이 개봉 시즌마다 아무렇지 않게 스크린 싹쓸이를 감행했던 것이 쌓이고 쌓여 터진 불만이다. 일부 관객들은 "국내 대작들의 독과점도 만만치 않다"며 쉴드를 치고 있지만 솔직히 외화에 비견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또한 대부분 성수기를 노리는 국내 영화들은 단독 개봉을 할 수 없는 구조로 웬만하면 경쟁작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어차피 성공이 눈에 보이는 외화들의 안전한(?) 흥행 레이스를 위해, 혹은 무조건 피하기 위해 대적이 될만한 작품을 내놓지 않은 국내 배급사들의 결정도 스크린 독과점에 일조를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수익 구조와 시장 논리에 의해 이뤄지는 악순환은 연결고리가 얽히고 설키면 설켰지 쉽게 풀어질리 없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최근 제작되는 대작들은 계약 단계에서 아예 개봉 시즌까지 정해두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여름, 겨울 또는 명절 성수기다. 비수기에 대작을 개봉하지 않으려는 풍토는 뜯어 고치기 힘들다. 돈 벌고 싶은건 배급사, 극장 뿐만 아니라 영화와 얽힌 모든 이들의 바람 아닐까"라고 귀띔했다. 
 
이어 "따지고 보면 디즈니는 '알라딘'에 이어 '겨울왕국2'까지 비수기 1000만 돌파를 성공시켰다. '아쉽고 서러우면 디즈니 같은 영화를 만들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것도 아니다. 매번 보릿고개를 넘겨야 했던 극장들 입장에서는 밥을 떠 먹여준 영화들이다. 기다리면 기다렸지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나. 국내 영화는 5월 개봉한 '기생충'이 유일무이 이례성을 끌어안은 작품이 됐다"고 덧붙였다. 
 
수 많은 공식적 이유와 핑계를 구구절절 내놓지만 얄미울 수 밖에 없는 대형 배급사 및 극장들에 대한 비난은 모두가 인지하고 감안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로지 관객과의 만남을 목표로 과감하게 개봉을 추진한 작은 영화들의 고군분투는 이를 아는 이들에게는 안타까움과 더불어 무조건적인 응원을 부른다.
 
개봉을 했는지 조차, 아니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 조차 모르는 관객들이 상당수겠지만 '겨울왕국2'의 뒤편에는 의미있는 영화들이 꽤 포진돼 있다. 힘도 있고, 평도 좋지만 극장들이 대놓고 외면하면서 관객들은 외면할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어차피 망할 영화, 망해도 되는 영화라고 인식되는 것, 그것을 받아들이고 결국 체념하게 되는 것이 더 슬프다"고 털어놨다.
 
이영애의 14년만 스크린 복귀작으로 주목받은 '나를 찾아줘'는 '겨울왕국2'와 동시기 개봉을 했다는 것 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을 찍고 있음에도 수치는 아쉽다. 조은지·박용우의 '카센타', 이유영·강신일의 '집이야기' 역시 외로운 싸움 중이고, 12월 초부터 줄줄이 개봉할 '감쪽같은 그녀' '속물들' 등도 작품의 크기를 떠나 걱정이 많다.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작 한 편이 있으면 틈새시장을 노려 묻어가는 기생 정도는 가능했는데 요즘엔 그조차 할 수 없다. 억측이고 자폭이겠지만 극장들이 나서서 '관 한 두개 열어 줄테니까 먹고 떨어져라'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며 "볼만한 영화가 '겨울왕국2' 밖에 없다기 보다는 볼 수 있는 영화가 '겨울왕국2' 밖에 없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