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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일? 사흘된 강아지 9마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17)

아침 운동을 하고 집으로 들어가려니 대문 앞에서 들개가 으르렁거리며 짖는다. ‘배가 고픈가베’하며 대문 한쪽에 놓아둔 통에 사료를 담아 주었다. 이제껏 사람을 피해 다니며 눈칫밥을 먹더니 오늘은 현관문을 닫을 때까지 짖어댄다. 뭔 일이래!
 
작년 이맘때쯤, 집에서 키우다 버린 듯한 작은 개 한 마리가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총각 개들에게 수작을 걸어 사랑을 하더니 길가에 쌓아 둔 볏짚 속에 새끼 여섯 마리를 낳았다. 그땐 동네어른 한 분이 나서서 말했다.
 
“그냥 두면 온 동네가 개판이 될 것이고 새끼 생김새가 저 집 개, 이 집 개 다 닮아서 누가 아비인 줄 모르겠으니 개 키우는 집은 한 마리씩 데려가 묶어 키우소.”
 
어미개는 새끼 낳은 근방을 지나가는 사람이나 자동차만 보여도 짖어댄다. [사진 송미옥]

어미개는 새끼 낳은 근방을 지나가는 사람이나 자동차만 보여도 짖어댄다. [사진 송미옥]

 
우리는 명령 같은 말씀에 눈이 떨어지자마자 한 마리씩 데리고 왔다. 어미 개는 새끼가 사라진 빈 둥지를 보며 한동안 울부짖다가 어디로 사라졌는데 언제부턴가 그놈이 또 나타나서 동네를 다니니 모두 걱정이 늘었다. 119에도, 유기견 센터에도 연락을 했지만 잡혀야 무슨 수를 쓰지.
 
살기가 폭폭 해도 우리 동네가 요즘 인기드라마의 옹산마을처럼 따뜻하고 살기 좋으니 돌아온 것일까. 이 집, 저 집 구박을 받으면서도 밥을 얻어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 으르렁거리고 짖는 이유는 세월이 가서 자연스럽게 또 임신해 새끼를 낳은 것이다.
 
뱃속의 생명을 살리려고 이 집 저 집 눈치 보며 밥을 먹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찡했다. 새끼 낳은 근방을 지나가는 사람이나, 자동차나, 보이기만 하면 이빨을 드러내며 짖어댄다. 내 새끼 이번엔 절대 안 뺏긴다는 듯.
 
밖에서는 안이 절대 안보이는 대나무 숲.

밖에서는 안이 절대 안보이는 대나무 숲.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살기 좋은 우리 마을에도 개를 극히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개 짖는 소리에 몇 번이나 동네 사람들과 투덕거리고 경찰까지 오고간, 동네 사람들과도 냉전 상태인 그 집 대문 옆 대나무 숲속에 새끼를 낳은 것이다. 갱갱거리는 강아지 소리와 그 옆을 지나가는 것은 물론 창문만 열어도 종일 짖어대니 마을 사람들은 강아지보다 그분의 신경 상태가 핵폭탄이 되지 않을까 더 걱정되었다.
 
강아지의 상태가 어떤가 궁금해 이웃이랑 대나무 숲을 들여다보니 누군가 벌써 다녀갔는지 황태에 쌀을 넣어 끓인 산모용 밥그릇이 입구에 놓여있다. 안을 들여다보니 세상에나, 그 작은 몸으로 이번엔 아홉 마리의 새끼를 낳아 다 살려내고 있다. 앞에서 죽기 살기로 짖어대는 어미의 젖은 홀쭉하고 애잔하다. 젖이 나오기는 하는 건지 삼일 된 놈들은 털이 보송보송하고 꼬물거리는 모습이 건강하다.
 
“다리에 하얀 점이 있는걸 보니 그 집 수놈이 아비 같네.”
“저 밤색 털을 가진 놈 애비는 그쪽 집 아니유?”
“우리 집은 아직 1년도 안 된 놈이라 아직 어려서 그런 짓 못햐.”
 
 
마치 내 새끼는 절대 나쁜 짓을 할 아이가 아니라는 부모들처럼, 후에 일어날 일도 걱정이지만 대책이 안 나온다. 어수선한 대화만 오고간다.
 
그때, 개를 싫어하는 이웃 사람이 대문을 열고 나왔다. 이전의 상황으로 보아 소리부터 지를 거라 생각하며 모인 우리는 조신하게 인사를 했다. 예상 밖으로 덤덤하게 나온다. 제 새끼 해칠까 봐 창문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도 밤새 짖어대는 개 때문에 며칠 밤을 설친다며 한참을 푸념한다.
 
우리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개는 싫어하지만 생명이니 일단은 살려야 할 것 같아 어제 마트에 가서 돼지고기와 명태포를 사와서 죽을 끓여 주었다는 거다. 나쁜 사람은 없다. 개 짖는 소리로 사이가 틀어진 옆집 사람이 얼른 개 사료를 한 통 들고나와서 인사를 하며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동네 사람들과도 냉전 상태인 그 집 대문 옆 대나무 숲속에 새끼를 낳았다.

동네 사람들과도 냉전 상태인 그 집 대문 옆 대나무 숲속에 새끼를 낳았다.

 
우선 유기견 센터에 전화해 상황을 말하니 며칠만 보살피고 있어 달란다. 센터에서 올 때까지 모두 돌아가며 산모 바라지를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들개 한 놈이 소원해진 이웃의 소통도 갖고 왔다. 그날 밤 우리 동네는 일찍 잠을 청해야 했다. 창문 앞에 그림자만 얼씬해도 목이 터져라 짖어재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당번이 된 이웃 여자가 강아지 안부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이봐요, 밤새 강아지가 다 사라졌어요.”
 
나도 나가려다 말고 숲으로 올라가 보니 어젯밤까지 있던 강아지가 한 마리도 없이 다 사라진 것이다. 이럴 때 쓰는 말이 대략난감일까? 전봇대에 강아지 찾는다고 부칠 상황도 아니고 어수선한 마음으로 외출했다. (2부는 다음회에)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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