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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수사관의 죽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한 개인이 스스로 삶을 정리하는 것은 사회 공동체에 대한 분노와 좌절,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극단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또 억울한 일로 자신의 명예가 더럽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죽음으로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한 사례를 우리는 역사에서 경험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인격체의 죽음 앞에 경건해야 하며,그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해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야 할 의무를 지니게 된다.
 

검찰 휴대전화 포렌식 놓고 정치적 공방 안 돼
희생 헛되지 않으려면 실체적 진실 규명돼야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비리 의혹을 탐문했다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감반 소속이었던 검찰 수사관의 죽음을 놓고 정치적 공방이 이는 것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특히 검찰이 경찰서에 보관돼 있던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포렌식(과학기법을 동원한 범죄 분석)의 주체와 방법을 놓고 검찰과 경찰, 청와대와 여야가 뒤엉켜 논란을 벌이는 모습은 문재인 정부 법치주의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디지털 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찬했던 검찰의 포렌식을 이제 와서 못 믿겠다는 것은 뭘 의미하나. 청와대와 여당은 뭐가 켕기는 걸까. 경찰은 또 왜 이러는 걸까. 수사관의 휴대전화에 말 못할 비밀이 담겨 있다고 보는 건가.
 
‘우리 윤총장’이라며 치켜세웠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무한 신뢰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겪으면서 불과 5개월 만에 180도 바뀐 것은 이 정부의 옹졸함을 보여준다. 집권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직접 나서 검찰 수사팀에 대한 특별감찰을 주문하고 포렌식의 방법까지 제시하는 것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몰염치한 행태다. 또 청와대 대변인은 ‘업무와 관련된 억측과 오해가 고인에게 심리적 압박을 준 것 같다’ ‘고래고기 사태 점검 차 울산에 갔다’는 등 사건의 진상을 호도할 수 있는 해명만 늘어놓고 있다. 청와대는 수사관의 통화 기록까지 공개하며 마치 검찰 수사에 강압이 있었던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수사관 동료들은 그가 민정수석실 산하의 인사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괴로워했다고 상반된 진술을 한다.
 
이러고도 공정과 정의의 상징인 문재인 정부라고 자평할 수 있을지 자못 의심스럽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이 잇따라 유족을 찾아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수사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번 사건의 수사가 난항을 겪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우리 사회를 좀 더 발전시키고,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는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철저한 수사가 이어져야 한다. 정치권은 수사관의 죽음을 윤 총장 견제 등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를 접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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