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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거부 리카싱 中·홍콩 재산 77% 뺐다, 왜?

  
홍콩 최고 부자 리카싱(李嘉誠) 전 청쿵(長江)홀딩스 회장. 중국 개혁개방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홍콩자본의 대륙 투자를 선도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 번화가에는 리카싱의 흔적이 흩어져 있다. 그런 그가 지난해 ‘개혁·개방 100명의 공신’ 명단에서 제외됐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던졌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이 취임한 2013년이후 중국과 홍콩에서 대형 자산을 하나 하나 팔았다. 물밑으로 분주히 움직였다. 대륙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장쩌민·후진타오 집권 때의 밀월 분위기는 자취를 감췄다. 정치와 각을 세우는 기업인은 없다. 그럼에도 그는 대륙 자산 매각에 분주히 움직였다. 그만큼 절박했다는 얘기다. 그간 그가 매각한 부동산 자산 규모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탈중국

홍콩과 중국의 부동산 매체를 종합해보면 중국에서 가장 먼저 매각한 자산은 광둥성 광저우시의 지하철 황사역 쇼핑몰인 ‘메트로폴리탄 플라자’다. 하루 유동인구만 수 십만명이 넘는 핵심 상권이다. 2013년 8월 리카싱은 이 쇼핑몰을 32억6800만 홍콩달러(HKD· 약 4900억원)에 매각했다.

광저우 메트로폴리탄 플라자 [사진 인민망]

광저우 메트로폴리탄 플라자 [사진 인민망]

 

중국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 매각건은 2016년 10월 상하이의 센추리 링크 쇼핑몰이었다. 매각 대금은 200억 홍콩달러(약 3조원). 지금까지 중국 대륙에서 리카싱이 거래한 부동산·주식 매각건은 모두 8건. 액수만 490억 홍콩달러. 우리 돈으로 7조3000억원에 달한다.
상하이 센추리링크 쇼핑몰 [사진 인민망]

상하이 센추리링크 쇼핑몰 [사진 인민망]

탈홍콩

중국 대륙에서만 돈을 빼는 게 아니다. 홍콩 자산도 매각 중이다. 주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홍콩이기 때문에 돈 흐름의 완급만 차이가 있을 뿐 중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팔아버린 부동산은 선전과 인접한 신계 지역의 ‘킹스우드 긴자’쇼핑몰이었다. 매각 대금은 58억 4900만 홍콩달러(약 8800억원).
[사진 바이두백과]

[사진 바이두백과]

 

가장 비싼 매각 자산은 홍콩의 금융중심 센트럴 지역의 랜드마크인 ‘더 센터’ 였다. 402억 홍콩달러(약 6조원)에 매각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1998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홍콩에서 5번째로 높으며, 11만1,483㎡의 사무실 공간이 있다. 건물 로비는 할리우드 영화 ‘다크 나이트’의 배경으로 쓰이기도 했다. 중국공상은행(ICBC) 등 여러 중국 기업이 이 건물에 탐냈다. 이 빌딩은 중국 계열 컨소시엄에 팔렸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리카싱은 2013년 이후 모두 11차례 부동산과 주식 등을 처분했다. 홍콩의 유명 관광지 피크 지역의 택지 2필지도 포함됐다. 총액 1188억 홍콩달러. 우리 돈으로 17조원에 해당한다.

 

홍콩과 중국 대륙에서 처분한 자산 매각 대금은 모두 24조원이 넘는다. 지난 3월 포브스 기준 리카싱의 재산은 266억 달러(약 31조 원). 거칠게 계산하자면 재산의 77%에 해당하는 자금이 중국과 홍콩에서 이탈한 것이다.

영국으로 간 리카싱 머니

이 자금은 어디로 갔을까. 사업 다각화라는 명목으로 영국과 네덜란드, 캐나다로 투자된다. 부동산과 소비재 기업, 통신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8월 SCMP보도다. 리카싱 일가가 이끄는 CK에셋홀딩스가 영국 최대 펍체인 그린킹을 27억파운드에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CK에셋홀딩스의 부채까지 합하면 인수 규모는 총 46억파운드(약 7조원)에 달한다. 그린킹은 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 등 영국 전역에 2700개 이상의 펍과 식당·호텔 등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과 홍콩에서 빼낸 자금 중 상당액이 영국과 영연방 국가 등으로 옮겨 갔다.
[사진 163닷컴]

[사진 163닷컴]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리카싱 산하 기업 전체 매출 중 홍콩의 비중은 10%에 그쳤다. 3년 전(16%)보다 꽤 줄었다. 중국도 9%에 불과했다. 그 자리를 유럽(47%), 호주·아시아(14%), 캐나다(12%) 등이 채웠다고 한다. 매출의 73%가 비중화권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은 중국의 관문 역할을 하며 지난 30여년간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구가했다. 중국도 홍콩이라는 완충지역을 통해 자금과 교역, 기술도입을 해왔다. 홍콩의 관문 역할은 미국이 1992년 제정한 미국·홍콩정책법 덕분이다. 
 
미국은 관세와 투자·무역·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을 중국과 달리 특별한 지역으로 특별 대우를 해왔다. 홍콩은 환율을 미국 달러화에 연동시켜 환차손이 발생하지 않고 중국 정부의 자본 통제도 받지 않아 중국 내 상하이보다 비교우위를 누렸다. 중국 기업들이 역외에서 가장 많이 채권을 발행하는 곳도 홍콩이다. 중국 당국에 홍콩의 가치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문제는 지난 11월27일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홍콩 인권법)에 서명하면서 발효됐다는 점이다. 홍콩 인권법에 따라 미 국무부는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에서의 특별대우를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환율조작국 심사처럼 매년 홍콩자치 수준 심사 때마다 홍콩의 경제가 출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홍콩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미·중 관계의 전환기다. 

기업인들은 변화의 흐름 앞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흐름을 탈 것인가, 흐름을 거스를 것인가. 아니면 흐름에서 발을 뺄 것인가. 리카싱은 세번째 선택을 했다. 평가는 홍콩의 앞날이 해줄 것이다.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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