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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낳은 남의 자식, 내 호적에서 지울 수 있나요

기자
김성우 사진 김성우

[더,오래] 김성우의 그럴 法한 이야기(6) 

 
A(남자, 1967년생)는 1994년 6월경 지인의 소개로 B(여자, 1968년생)를 만나 1994년 10월경부터 동거하다가 1995년 5월 5일 혼인신고를 했고, 1996년 2월 5일 B는 C(남자)를 출산했다. 하지만 A와 B의 부부생활은 성격차이, 서로에 대한 폭언과 폭력,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원만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A는 1997년 1월 5일 B가 집에서 회사 동료인 D와 한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때부터 A는 평소 자신을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C가 자신의 친아들이 맞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한 달 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 유전자검사를 의뢰했는데, A와 C 사이에 친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A 는 1997년 8월경 재판을 통해 B와 이혼했다.
 
이혼 후 A는 B, C와는 연을 끊고 살았고, A와 B는 시간이 지나 각각 다른 배우자와 재혼했다. C는 2010년경에 B의 재혼남 성(姓)을 따라 자신의 성을 변경했다. A는 B와 이혼하면 친자가 아님이 판명된 C와의 가족관계도 자연적으로 정리될 것으로 생각했다. 최근 다른 일로 가족관계등록부를 떼 보고 아직도 C가 A의 친자로 등록된 것을 발견했다. A는 C와의 친자관계를 부정하고,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서 C를 지워버릴 수 있을까?
 
모자(母子) 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만 있으면 인정되지만, 부자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아닌지는 출생자의 어머니가 혼인 중에 임신한 것인지가 중요하다. [사진 pixabay]

모자(母子) 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만 있으면 인정되지만, 부자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아닌지는 출생자의 어머니가 혼인 중에 임신한 것인지가 중요하다. [사진 pixabay]

 
법률상 모자(母子) 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만 있으면 인정된다. 그렇지만 부자(父子) 관계는 그보다 복잡하다. 자녀를 출산한 사람이 출생자의 어머니라는 것은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자연적 사실이지만,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자녀의 출생 자체만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녀가 그 어머니의 혼인 중에 임신했다면 그 어머니의 남편을 친아버지로 추정한다. 만일 어머니가 혼인 중에 임신한 것이 아니라면 일단 모자관계만 성립하고 부자관계는 ‘인지(認知)’라는 절차가 있어야만 생긴다. ‘인지’는 혼인외의 출생자에 대해 자기의 자녀라고 인정함으로써 법률상의 친자관계를 발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부자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아닌지는 출생자의 어머니가 혼인 중에 임신한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에 대해서 우리 민법 제844조는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혼인이 성립한 날로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나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다(친생자 추정).
 
이러한 규정을 둔 이유는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해 출산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혼인 중에 출생한 자녀와 법률상 아버지 사이에 혈연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다툼을 방지하고 부자관계를 빨리 확정해 자녀의 지위를 안정시키고 혼인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친생자 추정을 받는 자녀에 대해서는 생부(生父)라고 하더라도 판결에 의해 추정을 뒤집지 않는 이상 그 자녀의 아버지라고 주장할 수도 없고, 그 자녀를 인지할 수도 없다. C는 친생자 추정 규정에 의하면, A와 B의 혼인이 성립한 때로부터 9개월 후에 출생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B의 남편인 A와 법률상 부자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친생자 추정이 미치는 부자 사이의 친자 여부를 부정하려면 반드시 민법상 ‘친생부인의 소’라는 것을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친생자 추정이 미치지 않는 부자 사이의 친자 여부를 다투기 위해서는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면 된다. [사진 pixabay]

친생자 추정이 미치는 부자 사이의 친자 여부를 부정하려면 반드시 민법상 ‘친생부인의 소’라는 것을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친생자 추정이 미치지 않는 부자 사이의 친자 여부를 다투기 위해서는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면 된다. [사진 pixabay]

 
이처럼 어머니가 혼인 중에 임신해 출산한 자녀가 그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는 것에 대해서, 다른 반대되는 사실을 들어 부정할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1) 친생자 추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반대 사실로 부자관계를 뒤집을 수 없다.
(2) 부부가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어서 장기간 별거하고 있었다든지, 해외근무 등으로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고 있었다든지, 장기간 교도소에서 복역하였다든지 하는 이유로,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겉으로 보아도 명백한 경우에는 친생자 추정을 번복할 수 있다.
(3)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다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것은 아니더라도, 남편이 생식불능이라거나, 유전자검사 결과 부자 사이에 유전자 배치나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 의학적, 과학적으로 증명된 경우에는 친생자 추정이 부정되어야 한다.
(4) 친생자 추정 제도가 가정의 평화 보호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상 부모가 이혼하는 등 보호하여야 할 가정의 평화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C는 (1), (2)의 입장에서는 A의 친생자임이 부인되지 않겠지만, (3), (4)의 입장에서는 부인될 수 있다.
 
이러한 친생자 추정이 미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은, 이를 번복할 수 있는 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조금 복잡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친생자 추정이 미치는 부자 사이의 친자 여부를 부정하려면 반드시 민법상 ‘친생부인의 소’라는 것을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친생자 추정이 미치지 않는 부자 사이의 친자 여부를 다투기 위해서는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면 된다.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친생부인의 소가 ①생모 또는 그 생모의 남편만이 제기할 수 있고, ②자녀와 법률상의 아버지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반면,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는 생모와 그 남편은 물론 부자관계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청구할 수 있고, 소를 제기해야 할 시간적 제한이 없다.
 
따라서 A와 C 사이에서 친생자 추정이 미친다고 보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을 뿐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 A는 이미 C와 혈연관계가 없다는 것을 20여년 전에 알았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한인 2년을 넘겨 친생부인의 소 마저 제기할 수 없게 된다.
 
법원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대법원은 일관되게 (2)의 입장에서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다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혈연관계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친생자 추정을 뒤집을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A는 C와의 부자관계를 부정할 방법이 전혀 없고, 따라서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서 C를 삭제할 수도 없다.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는 법적인 부자관계의 정립을 원하는 A는 C와의 친자관계를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를 통해 부정하고, 이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를 수정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는 법적인 부자관계의 정립을 원하는 A는 C와의 친자관계를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를 통해 부정하고, 이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를 수정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다만 최근에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므2510호)의 소수 의견이나 일부 하급심 판결에서는, 가족이나 혈연에 대한 사회인식이 변화하고, 과거와 달리 유전자검사 등 친자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친생자 추정이 부정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야 하고, 그것이 오히려 가정의 평화와 자녀의 복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게 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부부가 오랫동안 함께 살지 못해서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다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① 자녀의 어머니와 그 남편이 이미 이혼하는 등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되었고, ② 법률상 아버지와 자녀 사이의 사회적, 정서적 유대관계도 단절되었으며, ③ 혈액형 혹은 유전자형의 배치 등을 통해 법률상 아버지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친생자 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에 따르면,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는 법적인 부자관계의 정립을 원하는 A는 C와의 친자관계를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를 통해 부정하고, 이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를 수정할 수 있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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