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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되면 대구는 '전화벨' 기다린다, 익명의 키다리 천사 셋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2017년에 기부한 1억2100만원짜리 수표.[사진=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2017년에 기부한 1억2100만원짜리 수표.[사진=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에는 60~70대 정도로만 알려진 익명의 기부자가 세 명이 있다. 얼굴이나 직업·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기부자들이지만 모두 '이웃 돕기' 하나만으로 유명해진 대구의 착한 산타들이다.   
 

1억원 넘는 수표 7년째 기부, 올해도 나타날까?
대 물려 가며 쌀 수천포대 기부하는 착한 가족
60대 여성 6년째 매달 이어지는 이웃돕기 약속


12월 나타나는 대구 키다리 아저씨 

12월에 접어들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대구공동모금회) 직원들은 '키다리 아저씨'의 전화를 기다린다. 그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거액을 모아 지난해까지 7년간 익명의 이웃돕기 성금을 전했다. 키다리 아저씨의 12월 성금 전달의 첫 신호가 전화여서다. 대구 키다리 아저씨에 대해 알려진 것은 60대에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는 것뿐이다. 그는 대구공동모금회에 전화를 걸어 "잠깐 내 이야기 좀 들어주렵니까?. 잠시 사무실 앞에 나와보소. 식당으로 나와보소"라고 한다. 그러곤 모금회 직원을 보면 거액의 수표가 든 봉투 한장을 내민다. 그게 전부다.  
 
키다리 아저씨는 2012년 1월 대구공동모금회를 방문해 익명으로 1억원을 전달하며 첫 나눔을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근처 국밥집에서 1억2300여만 원을 전달했다. 2013년 1억2400여만 원, 2014년 1억2500여만 원, 2015년 1억2000여만 원. 지난해에도 1억2000여만원을 전했다. 7년 동안 8차례에 걸쳐 기부한 돈이 모두 9억6000여만원이다. 그는 대구공동모금회 측이 제안한 아너소사이어티(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가입도, 감사 표창도 거절했다. 공동모금회 직원들은 "도무지 표를 낼만도 한데, 이웃만 도우려고 한다"고 했다. 
 

쌀 수천포대 나누는 대구 산타

대구 수성구 키다리 아저씨가 지난해 기부한 쌀 수천포대. 김윤호 기자

대구 수성구 키다리 아저씨가 지난해 기부한 쌀 수천포대. 김윤호 기자

'쌀' 수천 포대를 챙겨다가 이웃들과 나누는 익명의 기부자도 대구에 있다. '수성구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70대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쌀 기부는 올해로 17년째다. 2003년 추석 전후 처음 시작됐다. 당시 그는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달라"며 20㎏들이 쌀 500포대를 수성구청에 처음 기부했다. 이후 매년 추석 전후 쌀을 전했다. 올해도 10㎏들이 쌀 2000포대와 라면 1200박스를 트럭에 싣고 와 이웃들에게 전했다. 지난해에도 트럭 2대에 10㎏들이 쌀 2000포대와 라면 1200박스를 싣고 나타났다.
 
2017년에도 쌀 2000포대, 라면 1200박스를 전했고, 2016년에도 쌀 2000포대를 기증했다. 17년을 맞은 익명의 이웃사랑에도 위기는 있었다. 2014년 처음 쌀 기부를 시작한 수성구 키다리 아저씨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면서다. 하지만 현재 그의 자식들이 아버지의 대를 이어 지금까지 기부를 이어가면서 이웃사랑은 중단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익명으로 기부한 쌀은 3만 포대가 넘는다. 금액으로는 7억원 이상이다. 수성구청 한 공무원은 "전화로 사회에 귀감이 되지 않느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어떠신지…."라고 물어봤더니 이웃을 뒤에서 돕는 것에 만족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매달 기부 약속지키는 '키다리 아줌마'

올해로 6년째 조용한 기부를 이어가는 '키다리 아줌마'도 대구에 있다. 60대 여성, 건물 청소 일을 하는 것으로만 알려진 키다리 아줌마는 2013년 1월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등산복 같은 편한 차림으로 대구공동모금회 사무실을 찾았다. 그러곤 "어려운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돕고 싶다"면서 주머니에서 현금 10만원을 내놨다. 누군지 묻지 말아 달라면서다. 그는 "매월 첫째 날 찾아와서 준비한 기부금을 계속 내겠다"고 약속하곤 그냥 가버렸다고 한다. 
 
서울 광화문광장 사랑의 온도탑. [뉴스1]

서울 광화문광장 사랑의 온도탑. [뉴스1]

키다리 아줌마는 이 약속을 6년간, 이달까지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 매월 첫째 날 모금회 사무실을 찾아와 10만원, 20만원, 30만원, 40만원 금액을 계속 올리며 기부하고 돌아갔다. 연말로 가면 갈수록 기부 금액을 늘리면서다. 지금까지 그가 낸 기부금은 2300여만원. 전액 어려운 이웃들의 난방비, 부식비 등에 쓰이고 있다. 대구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매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기부를 하고 있다"며 "익명의 기부 이유에 대해선 물어보니, "나이가 많은데, 아직 일할 수 있어 감사하고, 그러니 이웃들과 조금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대구공동모금회는 지난달 20일 사랑의 온도탑을 세웠다. 올해 성금 목표액은 100억2000만원. 2일 현재 모인 성금은 5억8000여만원이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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