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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 이석로 원장의 버리는 삶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꼬람똘라병원 이석로(55) 원장은 최근 평생 만져보지 못한 거금 3억원을 손에 쥐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아산상 대상 상금이다. 이 돈을 어디에 쓸까. 세 자녀와 부인에게 줄까, 노후자금으로 비축할까. 그는 상금을 받기도 전에 용처를 정했다. 병원 시설 투자에 쓰기로. 2층에서 수술한 환자를 1층 병실로 옮기려면 장정 4명이 환자 침대를 들고 계단을 내려온다. 엘리베이터가 없다. 이 원장의 실력이 알려지면서 외래환자가 하루에 300~400명 몰려 입원실(50병상)이 부족하다. 시멘트 바닥에 메트리스를 깔고 누인다. 이 원장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병원을 4층으로 증축해 입원실을 늘리는 데 쓰려 한다”며 “120명의 직원에게 상을 준 것이 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부인은 빈민가에서 유치원 겸 학교를 운영한다. 처음에 몇 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60명을 돌본다. 부창부수(夫唱婦隨, 남편이 주장하고 아내가 이에 잘 따름)가 따로 없다. 이씨 부부는 25년 전 안락한 생활을 뒤로 한 채 생후 18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한국을 떠났다.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환자를 어루만졌다. 이 원장은 “한국 의사들이 와서 수술해주고, 주변에서 도와주고, 저 혼자가 아니라 도움받아서 하니 아름다운 세상이 됐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있는 것만으로 섬기고 사랑하고, 이런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을까. 그의 목표는 현지인이 꼬람똘라병원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현지인 부원장을 지명해 전수하고 있다. 독립이 되면 이 원장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제3국이나 방글라데시 다른 지역으로 갈 생각이다. 소망을 찾아서. 그는 “소망이 있으면 그 과정의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라며 “어디를 가더라도 소망을 일으켜 세워주고 싶다”고 한다. 한국 상황을 보고는 어쩌다 ‘소망을 잃은 나라’가 됐느냐고 걱정한다. 그의 버리는 삶 앞에서 숙연해진다. 투기 논란이 일던 상가건물 매각 차익을 기부하겠다고 동네방네 떠들어대는 청와대 전 대변인을 보니 이 원장의 ‘버리는 삶, 소망을 위한 기부’가 더욱 빛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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