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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법무부 ‘박종철’ 같은 사건 없을거라 자신하나

김민상 사회1팀 기자

김민상 사회1팀 기자

법무부가 발표한 ‘형사사건 공개 금지’ 훈령이 결국 시행됐다. 검사와 기자의 접촉은 2일부터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기자들은 검사실 출입도 할 수 없고, 검찰의 수사 상황을 매주 알려줬던 비공개 브리핑 역시 사라졌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권력 감시를 힘들게 할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을 1년 이상 출입한 기자에게 그동안 검찰 수사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제보를 해왔다. 지난해 9월 고발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50대 건설업자는 “‘내가 ‘코너에 몰려 너무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하자 비슷한 또래인 수사관이 ‘코너(Corner)? 그럼 내가 이제부터 영어로 물어볼테니 영어로 답해’라고 반말로 말했다”고 하소연했다. 업자는 “담당 검사는 나에게 전화를 하고 ‘합의를 하라’고 종용했다. 경쟁업체와 가까울 거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사람들은 수사 중에 당한 모욕감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이들은 “내가 했다고 한 말은 아니라고 써달라”는 당부를 하고 뒤로 돌아섰다. 오죽하면 “정보력 싸움에서 검사는 양반 대감, 일반인은 저잣거리에 배추 파는 상인”고 비유했을까.
 
곧 사라지겠지만 출입기자단이 가진 청사 출입증으로는 검찰 사무실을 일부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가끔 청사를 둘러보면 복도에서 “지금 뭐라고 하는 거냐”며 수사관이 피의자에게 지르는 고성을 들을 수 있다. 쓰러진 피의자를 호송하는 구급대원이 1층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보기도 했다.
 
법무부는 피의자 인권 보호라는 이유로 훈령을 만들었다. 하지만 정보력에 있어 우위인 권력을 통제할 언론을 묶어두는 일이 과연 피의자 인권을 위한 일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서울동부지검은 이날부터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건과 관련한 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법무부 훈령 시행 뒤 검찰의 수사 상황 공개 여부를 두고 열리는 첫번째 심의위이다. 권력 최고위층이 모인 청와대 주변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이런 거름망이 겹겹이 쌓이다 보면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는 권력에 의해 또다시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의 희생을 세상에 알린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 보도는 중앙일보 7년차 기자가 오전부터 부지런히 검사실을 돌다 “경찰, 큰일 났어”라는 말을 들은 데서 시작됐다. 당시 기자(현 신성호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와 검사가 대면했던 대검찰청 공안4과 사무실(현 서울시청 별관 10층) 근처를 지나칠 때면 선배 기자가 매일 아침 검사실을 돌며 취재했던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신 교수는 “과거에도 대형 사건이 터지면 조사실 일부만 통제했다”며 “지금 같은 법무부 훈령으로 검사와 접촉을 원천 차단한다면 박종철 고문치사와 같은 사건은 앞으로 알려지기 더욱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법무부의 훈령 강행은 박종철 열사와 같이 검찰 수사에 억울함을 가진 사람이 요즘엔 없을 것이라는 과도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일까.
 
김민상 사회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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