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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전통 막걸리 살리자” 서울 청년·금산 장인 의기투합

원상덕 진산막걸리 대표(왼쪽)가 충남 금산군 진산면에 있는 양조장에서 고급 막걸리 사업을 제안한 이경일씨에게 1927년 창업 때 걸어둔 주조장(酒造場) 현판을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원상덕 진산막걸리 대표(왼쪽)가 충남 금산군 진산면에 있는 양조장에서 고급 막걸리 사업을 제안한 이경일씨에게 1927년 창업 때 걸어둔 주조장(酒造場) 현판을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금산군 진산면에서 한때 직원 7명을 두고 기숙사 딸린 양조장을 운영했던 원상덕(71) 진산막걸리 대표는 지난해부터 혼자서 일한다. 1927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93년째 사업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 매출이 5000만원대에 그치면서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6년 전 대전지역 총판과 계약이 끊기면서 위기를 맞았다.
 

‘위기의 양조장’ 소생 도전한 30대
서울시 사업 지원 “지역 상생 기대”

강경 ‘젓갈 소스’ 춘천 ‘생태 요가’
전국서 42개 팀 ‘지방 창업’ 시동

하지만 지난달 28일 진산양조장에서 만난 원 대표의 얼굴엔 활기가 가득했다. 그는 “어느날 ‘젊은 동업자’가 찾아오면서 의욕이 돋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원 대표가 가리킨 젊은 동업자는 금산이 고향인 30대 청년이다. 진산면 엄정리에서 태어난 이경일(32·서울 후암동)씨는 지난 8월 22년 만에 진산양조장을 노크했다. 어릴 적 할아버지께 배달 심부름했던 진산막걸리를 사업화하고 싶어서다. 이씨는 “(원 대표에게) ‘막걸리를 고급화해 서울의 유명 식당에 공급하자’고 제안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환영받았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최근 젊은이들이 막걸리를 히트시키는 걸 보면서 은근히 욕심이 생겼다. 때마침 이씨가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화학 재료를 빼고 쌀과 누룩·물로만 막걸리를 빚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시제품을 테스트했다.
 
서울 청년과 시골 노(老)사업가가 의기투합한 이 프로젝트에 종잣돈을 대는 곳은 서울시다.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만 19~39세)이 지역과 연계한 창업을 하면 사업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정식 명칭은 ‘넥스트 로컬’이다. 청년 창업을 북돋우면서 지역경제도 살려보겠다는 뜻에서다.
 
서울시는 2일 마포구에 있는 서울창업허브에서 이씨를 비롯한 청년 42개 팀(86명)과 협약식을 열었다. 지난 9월 81개 팀(158명)을 선발해 현지에서 사업 조사를 하는 1차 평가를 거쳐 이번에 42개 팀으로 압축했다. 이들에겐 팀당 1000만~2000만원이 지급돼 사업을 구체화한다.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창업 전문가의 컨설팅도 제공한다. 내년 4월 최종 평가를 통해 사업 모델이 검증되면 최대 5000만원이 지원된다. 총 사업비는 20억여 원이다.
 
이번에 선발된 42개 팀은 강원도 춘천·영월, 경북 의성·상주, 전북 군산·완주 등 13개 지방자치단체를 기반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식품부터 관광, 반려동물, 증강현실(AR) 등 사업 아이템이 다양하다.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주수현(26·여·서울 망원동)씨는 강원도 영월에서 AR 사업을 준비 중이다. 단종과 도깨비 등 영월과 어울리는 AR 캐릭터를 만들어 장릉(莊陵·단종의 무덤), 선암마을(한반도지형), 쌍용리 등 주요 관광지를 소개한다는 콘셉트다. 주씨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AR 구현이 가능해 영월 여행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영월군청·영월문화재단 등과도 사업을 논의 중”이라고 소개했다. “서울은 창업하기엔 포화 상태”라며 “영월에 와보니 콘텐트 발굴이 절실했다. 외지인을 반겨주고, 도와주는 분위기도 일할 맛을 나게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강원도 춘천을 기반으로 생태와 요가가 결합한 여행 상품을 내놓거나(‘야망영롱여행사’), 경북 상주에서 버려지는 콩비지와 식물 전분을 원료로 반려동물용 유기농 건강식을 개발한(‘내가’) 스타트업이 주목받았다. 임가영(30·여·서울 장안동)씨는 충남 논산 강경의 특산물인 젓갈로 삼겹살 소스를 개발 중이다.
 
박원근 서울시 지역상생경제과장은 “지방소멸이 화두로 등장한 시대에 서울시가 처음 진행하는 지역과 함께하는 청년 창업 프로젝트가 ‘넥스트 로컬’”이라며 “지방과 함께 상생할 청년을 주인공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장희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각에서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다른 지역의 경제를 돕는다’는 시각이 있는 만큼 도덕적 해이를 막을 장치를 마련하고, 상생 성과를 투명하게 제시하는 등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산=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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