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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SOS] 상속포기 잘못땐 손주가 빚 대물림

주부 이모(42)씨는 친정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뒤로 밤잠을 설친다. 장례를 치르고 난 뒤 아버지 재산을 정리하자 각종 채무가 쏟아져 나왔다. 경기가 나빠지며 사업이 어려운 줄만 알았지 수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는 여동생과 상의해 상속포기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신의 딸에게 빚이 넘어갈 수 있다는 지인의 조언에 겁이 덜컥 났다. 이씨는 “빚까지 자녀에게 대물림될지는 몰랐다”면서 “이 모든 사실을 남편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작고한 아버지가 남긴 빚 어떻게
채무도 재산처럼 4순위까지 상속
유산보다 많은 빚 상속포기 가능

상속인 1명이 한정승인 땐 상황 끝
3개월 내 법원에 접수해야 효력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 화면. 금융권 예금, 대출, 증권계좌, 보험계약, 신용카드 사용 내용, 연금가입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사진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 화면. 금융권 예금, 대출, 증권계좌, 보험계약, 신용카드 사용 내용, 연금가입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사진 금융감독원]

이씨처럼 부모의 빚이 물려받을 재산보다 많다면 ‘상속포기’를 선택할 수 있다. 상속인의 지위를 포기하는 것으로, 재산은 물론 채무까지 물려받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씨의 사례처럼 자매가 모두 상속포기를 하면 이씨 자녀에게 수억원의 빚이 상속된다. 빚도 대물림되기 때문이다. 1순위 상속인(직계비속·자녀, 손자녀)이 상속포기를 하면 2순위(직계존속·조부모), 3순위(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순위(4촌 이내 친족)에 차례대로 넘어간다.
 
곽종규 KB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변호사는 “가족이 상의해 피상속인 자녀 중 한 명이 한정승인을 받은 뒤 나머지 형제가 상속포기를 하는 게 가장 원만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한정승인은 말 그대로 물려받은 재산의 한도 안에서만 부모의 빚을 청산하겠다는 의미다. 상속재산이 부족해도 상속인이 자기 재산으로 변제할 의무는 없다. 곽 변호사는 “상속 1순위에서도 선순위인 자녀가 한정승인을 하면 더는 뒷순위로 빚이 이어지지 않고 상속이 종료된다”고 덧붙였다.
 
주의할 부분이 있다. 만약 이씨의 어머니가 한정승인을 한 뒤 자매들이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다. 이때도 빚은 자녀에게 고스란히 넘어온다.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전 하나은행 변호사)는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법적으로 1순위와 2순위 상속인과 공동상속인으로 본다”며 “이씨의 경우처럼 자매가 모두 상속포기를 하면 어머니는 손자와 공동상속인이 되고, 어머니가 한정승인을 받더라도 손자에게 채무가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순 없다”고 설명했다.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을 할 때는 주의할 점이 많다. 우선 상속포기는 상속인이 상속의 개시가 있음을 안 날(본인이 상속인이 된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법원에 접수해야 한다. 곽 변호사는 “법원에 신고하지 않으면 각서만으로는 상속포기 효력이 없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정승인은 절차가 까다롭다. 상속인은 한정승인을 받은 사실을 채권자에게 알리기 위해 신문공고를 내야 한다. 이후 채권자에게 채권액(빚) 비율에 맞게 채무를 갚아야 한다. 이때 피상속인의 재산이 될 수 있는 재산을 처분하거나 누락하면 한정승인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 방 변호사는 “흔히 실수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돌아가신 부모의 재산을 정리하면서 오래된 차량을 폐차하는 경우인데 가정법원에서 한정승인 결정문을 받았더라도 (채권자가)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면 한정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이나 빚을 확인하려면 금융감독원의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를 통해 금융권의 예금과 대출, 증권계좌, 보험계약, 신용카드 사용 내용, 연금가입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또 국토교통부의 ‘조상 땅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인 명의의 전국의 부동산을 조회할 수 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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