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한 104.87을 기록했다. 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0%대 상승률이다. 물가는 올해 1~7월 줄곧 0%대를 기록하다 지난 8월 -0.04%로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9월에는 -0.4%로 하락 폭이 커졌다. 10월에는 0%로 보합을 기록했다. 11개월 연속 0%대를 넘지 못하는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9월 8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한 것보다 길다.

소비자물가 11개월 연속 0%대. 그래픽=신재민 기자
경기 ‘체온계’ 근원물가 0.6% 상승…20년만 최저
내수 경기 ‘체온계’ 역할을 하는 이 근원물가지수는 지난달 0.6% 오르는 데 그쳤다. 사상 처음으로 소비자물가가 뒷걸음질 친 지난 9월과 동일한 수준으로 10월 상승률(0.8%)보다 떨어졌다.

근원물가 상승률 1999년 12월 이후 최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장기 저물가, 생산·소비 위축 효과…정부, “일시적 요인”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11월 소비자물가동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02/10b3fca3-6b42-4e5f-a985-62f506dabb6f.jpg)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11월 소비자물가동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축·수산물 물가 가중치 낮아…전문가, “수요정책 실종”
11월 하락 폭이 가장 컸던 감자(-38.3%)와 마늘(-23.6%)의 가중치는 각각 0.6과 1.4다. 9월 하락 폭이 가장 컸던 무(-45.4%)와 상추(-37.1%)도 가중치가 각각 0.8과 0.6에 불과하다. 전기료(17), 도시가스(14.8) 등 공공요금과 전세(48.9), 월세(44.8) 등 보다 낮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수요 진작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시적인 반등보다 0%대 물가가 장기화하는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양산하는 등 소득주도성장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것이 소비로 이어지고 있지는 못하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저소득층의 경우 가처분 소득보다 빚에 대한 이자비용, 세금 등 비소비지출만 늘고 있다”며 “신산업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소득이 창출되는데 정부가 이 같은 수요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책 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지난 10월 말 보고서를 통해 “(저물가는) 정부의 복지 정책이나 특정 품목이 주도했다기보다 다수 품목에서 물가가 낮아지며 나타난 현상”이라며 “일시적 공급 요인뿐 아니라 수요 측 요인도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등 정책 충격으로 기업의 고용이 줄면 소비 부진이 가속할 수 있다”며 “최근 국내총생산(GDP)을 시중통화량(M2)으로 화폐유통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것도 수요가 부진해 시중에 돈이 돌고 있지 않다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