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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시인 "쉽게 읽히되, 쉽게 들키지 않는 시를 쓰겠다"

신작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를 펴낸 황인찬 시인. 오종택 기자

신작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를 펴낸 황인찬 시인. 오종택 기자

황인찬(31)은 시인계의 아이돌과 같은 존재다. 2010년 22살에 등단한 그는 2년 뒤 첫 번째 시집 『구관조 씻기기』(민음사)로 최연소 김수영 문학상을 받았다. 첫 번째 시집은 1만7000부가량 팔렸는데, 3년 뒤에 펴낸 두 번째 시집 『희지의 세계』(민음사) 역시 1만7000부가량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보통 시집들이 3000부도 팔리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주목을 받은 셈이다.
 
올해 3월 군대에서 제대한 그가 세 번째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창비)로 돌아왔다. 28일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에서 만난 황인찬 시인은 "첫 번째 시집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이 과분하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갑자기 시를 쓰기가 두렵기도 했다"며 "거품이 들통나서 사람들이 실망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많이 내려놓았다. 과거와 달리 이번 시집에서는 '시를 잘 써야 한다'는 욕심을 많이 덜어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작 시집은 매일 우리 곁에서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을 바탕으로 한 사유를 담았다. 황 시인은 "문득 우리의 일상이 어떨 때는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계속되는 반복으로 이뤄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루와 같은 작은 반복, 계절과 같은 커다란 반복들 속에서 반복을 발견하면서 살아가는데, 이러한 반복 속에서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것들을 다룬 시들"이라고 소개했다.
 

"벌써 여름이구나 / 그렇게 말하는 순간 지난여름에도 똑같은 말과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그렇게 알아차리는 순간 이 알아차림을 평생 반복해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카이브' 중에서)

 

"요새는 그래요 / 생물들을 자주 생각하게 돼요 / 생물들이 죽고 사는 것이 생각나고 그래요 // 남쪽은 항상 바다라고 생각했어요 / 바다가 계속 이어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원한 자연' 중에서)

 
시집에는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먹는 일'에 대한 시도 많이 수록돼 있다. 시인은 고기를 굽기 위해 고기를 뒤집으면서 사랑과의 유사점을 발견하고('꽃과 고기'),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인 똠얌꿍을 먹으면서 시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레몬그라스, 똠양꿍의 재료').
 

"똠은 끓이고, 얌은 새콤하고, 입맛 없을 때 아주 좋은 시, // 놀 거 다 놀고, 먹을 거 다 먹고, / 그 다음에 사랑하는 시 // 상상만 해봤어요." ('레몬그라스, 똠양꿍의 재료' 중에서) 

황인찬 시인은 시의 소재 대부분을 일상 언어에서 구한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황인찬 시인은 시의 소재 대부분을 일상 언어에서 구한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황인찬 시인은 시의 소재 가운데 많은 부분을 '말'에서 얻는다고 했다. 그는 "나는 주로 이미지보다는 일상에서 듣거나 보는 말에서 영감을 얻는다"며 "친구들과의 농담이나 SNS를 하면서 마음에 걸리는 말을 발견하면 바로 핸드폰에 저장해놓고 오랫동안 생각한 다음 시로 풀어낸다"고 설명했다. 시집에 수록된 '남아 있는 나날' '화면보호기로서의 자연' 모두 일상에서 건진 '말' 때문에 탄생한 시들이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를 묻자 "사실 나는 나의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황 시인은 "시를 쓰고 나면 시를 떠나보내게 되고, 그러고 나면 데면데면해진다"며 "보통 시집이 나오면 어색해서 펼쳐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런 시를 썼나 싶을 때도 있다. 나의 시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을 꼽기는 어려운 일이다"라고 했다.
 
그에게 앞으로 쓰고 싶은 시를 묻자 "쉽게 읽히되 쉽게 들키지 않는 시"라고 말했다. 황 시인은 "좋은 시는 단어나 표현 자체는 쉬워서 한 번에 읽히지만 여러 번 읽어도 그 안에 숨어 있는 의미가 계속해서 되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아가 나름의 역할이 있는, 세상에 필요한 말을 하는 시를 쓰고 싶다"고 밝혔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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