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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확률 낮다고…생명을 로또에 거는 환자들

기자
조용수 사진 조용수

[더,오래] 조용수의 코드클리어(34)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아 헤맸으나 49세에 생을 마감했다. 죽음을 피해 보려는 사람은 많았으나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죽음의 숫자는 인류의 숫자와 같다. 하지만 그렇게 흔한데도 누구도 의연해지지 못한다. 세상엔 날마다 죽음이 일어나지만, 개별 인간에게 죽음은 반복되지 않는 단 한 번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 무엇이 있는지 경험한 자는 모두 죽고 하나도 없다.
 
죽음이 두렵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가족을 더는 볼 수 없고, 나를 나이게 하는 모든 것과 단절된다. 상상만으로 숨이 막힌다. 의사라고 죽음에 무덤덤해지지도 않더라. 수없이 많은 환자의 임종을 지켜봤지만 조금도 초연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더욱 두려움이 크다. 죽음 이후를 너무나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 무엇이 있는지 경험한 자는 모두 죽고 없다. 죽음이 두렵기는 의사도 마찬가지이다. [사진 pxhere]

죽음 앞에 무엇이 있는지 경험한 자는 모두 죽고 없다. 죽음이 두렵기는 의사도 마찬가지이다. [사진 pxhere]

 
나는 때때로 환자에게 죽음을 통보한다. 환자들에게 머지않아 죽을 거라고 말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슨 방식으로든 치료를 해보자고 말하는 편이 쉽다. 치료할 수 없다고 말하면 괜히 죄지은 기분이 든다. 의사로서 더 해줄 게 없을 때, 내 환자의 죽음을 지켜봐야 할 때, ‘이러고도 내가 의사인가?’ 무능함에 화가 나기도 한다.
 
쓸데없는 짓인 걸 뻔히 알면서도 사망 선고 직전에 전기 쇼크를 때린 적도 있었다. 혹시나 하는 미련에. 환자의 죽음 앞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건 의사도 마찬가지다.
 
내가 특출나게 착한 의사인 걸까? 아니다. 의사라면 모두가 똑같다. 기왕이면 환자를 살리고 싶고. 기왕이면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다. 살려야 병원비도 더 벌고, 살려야 인사라도 더 받는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의사가 당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어렵게 꺼낸 얘기일 게 틀림없다.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 당신을 두고 많이 고민했을 테니 말이다.
 
펜벤다졸이라든가? 구충제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다양하고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물질은 끝없이 많다. 어쩌면 아주 특수한 누군가는 구충제로 나을지도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 똥물에 효험을 보는 사람도 있을지.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면 구충제라도 먹어봐야 할 게 아닌가? 어차피 1분 후에 죽을 거라면 똥물이든 뭐든 못할 게 무어란 말인가. 벼락 맞을 확률밖에 안 되어도 아예 없는 것(0%)보다는 나을 텐데. 누가 그를 멍청하다고 욕하고 누가 그를 말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한 가지만 명심하길 바란다. 구충제로 암을 치료해서 유명해진 유튜버는 소세포폐암이었다. 치료가 어렵고 치사율이 높은 종류의 암이다. 진행된 상태에서 생존율은 불과 1~2%에 불과하다. 의사는 아마도 치료가 어렵다는 말을 환자에게 전달했을 것이다. 이제 이 말을 뒤집어 보자. 생존율 1~2%란 무슨 뜻인가? 현재 알려진 최선의 치료를 받는다면, 이 악독한 암에 걸린 사람도 100명 중 1~2명은 살아난다는 얘기다.
 
의사는 반드시 환자가 살기를 바란다. 돈만 아는 의사도 마찬가지다. 환자를 살려야 돈이 되니까. [사진 pixnio]

의사는 반드시 환자가 살기를 바란다. 돈만 아는 의사도 마찬가지다. 환자를 살려야 돈이 되니까. [사진 pixnio]

 
나라면 확실한 1~2%의 치료확률에 배팅하겠다. 혹시나 내게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는 로또 심리로 모험을 하진 않을 것이다. 정상적인 치료과정을 거쳐 암을 극복한 사람은 병원마다 적지 않다. 단지 그들은 구충제 같은 특이한 시도를 하지 않아서 눈에 띄지 않을 뿐. 암에서 회복된 수많은 사람이 증명하는 정상적인 치료과정과 전 세계에서 단 몇 명이 성공한 특이한 치료과정이 있다면, 나는 무조건 전자를 고를 것이다.
 
환자와 의사는 목표가 같다. 이득이 같다. 의사는 반드시 환자가 살기를 바란다. 돈만 아는 의사도 마찬가지다. 환자를 살려야 돈이 되니까. 그러니 부디 의사와 더 많이 상의했으면 좋겠다. 구충제를 시도해보고 싶다면 담당 의사에게 먼저 물어라. 나의 치료 가능성은 정말로 0이냐고. 단 0.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그게 구충제보다 1000배는 확률이 높은 방법이다. 그러니 절대로 무모한 선택을 하지 말라. 만약 의사가 정말로 확률이 0이라고 한다면 그때는 다음을 생각하자. 구충제를 시도할지 아니면 고통을 줄이는 평온한 방법을 시도할지.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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