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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 예뻐하는 그 표정…힘든 곳에도 사랑은 똑같죠

기자
허호 사진 허호

[더,오래]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2)

광고사진을 찍던 사진작가. 가난 속에서도 꽃처럼 피어난 어린이들의 웃음에 매료돼 14년째 전 세계 슬럼가 아이들의 미소를 사진에 담고 있다. 37년 차 사진작가가 들려주는 인생 여행기.<편집자>

 
아이티 아이들. [사진 허호]

아이티 아이들. [사진 허호]

 
“먼, 중남미에 있는 아이티라는 나라는 참 독특했어요. 나무도 없고 어찌나 황량한지. 제가 갈 때, 진흙쿠키로 엄마가 아이의 배고픔을 달래는 나라였고, 지진까지 나서 더 힘들어했죠. 공항에서부터 황량함이 사람 목구멍을 꽉 막히게 하는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도 아이들이랑 같이 하는 시간은 똑같았어요. 컴패션에서 후원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정 방문을 가는 중이었어요. 허허벌판에 애들이 아랫도리를 드러내며 맨발로 뛰어다니고. 어른이고 애고 전봇대 앞에서 볼일보고. 우리 어릴 때 다 이러고 살았는데, 싶더라고요.
 
같이 가던 애들이 옆에서 손 붙잡고 가다가 우리 앞으로 다다다 달려가는 거예요. 집에서 엄마가 나오니까 아이들이 달려갔던 거죠. 내 새끼 예뻐하는 게 표정에서 감출 수가 없잖아요. 이렇게 힘든 나라도, 사랑은 똑같죠. 이런 동등함, 이게 존엄이 아닐까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사진의 관점에서 비전이라는 말을 쓸 때는 눈에 보이는 대상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보는 방식을 의미해요. 사진은 대단히 주관적이고 정치적인 예술이거든요. 가장 설득력 있는 사진은 자신이 가장 흥미로워하고 가장 열정을 발휘할 수 있으며 궁금해하는 대상에서 시작된답니다. 단순히 “내가 여기 있었고 이것을 보았다.”는 사실을 넘어서 “나는 이것에 대해 이런 식으로 느꼈다.”라고 하는 자기만의 해석을 선보이는 거예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간에 대한 따스함을 찍고 싶다고 생각하곤 하죠. 그렇다고 해도 그 순간 무엇을, 어떻게 찍을까 인식의 과정을 거친 것과 그냥 찍은 사진은 굉장히 차이가 있어요. 사진을 찍기 전에 먼저 상상을 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시간은 흘러가는데 어느 순간 잡아 내는 거죠. 그걸 포를 뜬다고 해요. 내 시각이 담긴 프레임을갖고 개념적으로 잡아 내는 거죠. 구성이 단순하지만 느낌이 강렬할 수 있는 거, 단순한 게 강력하다니까요.
 
태국 컴패션 아이들. 10년 후 같은 지역에서 다시 만났다. [사진 허호]

태국 컴패션 아이들. 10년 후 같은 지역에서 다시 만났다. [사진 허호]

 
“컴패션에서 처음 활동하던 시기에 찍은 거예요. 2006년 사진이니까 오래 되었죠. 태국 북부 치앙마이 근처에서도 한참 들어가는 완전 시골이에요. 그날따라 일찍 눈이 떠져서 새벽에 혼자 나간 거예요. 그러잖아도 처음 가는 동네인데 왜 그런지 안개가 빽빽하게 껴 있어서 어디가 어딘지 잘 안 보였어요. 헤매고 있었는데, 흐릿하게 십자가가 보였죠. 교회인가 보다 하고 가봤죠. 동그마니 건물이 서 있고 너른 마당이 있었는데, 그 새벽에 애들이 몇 명 나와서 놀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찍었어요. 나중에 우리를 안내했던 태국컴패션 직원이, 컴패션 아이들이라고 알려주었죠. 사랑받은 티가 나더라고요.”

 
“10년 뒤에 가봤어요. 같은 지역에. 일부러. 아이들이 궁금했거든요. 같은 교회를 다시 방문했죠. 제일 궁금했던 것은, 그 새벽에 만났던 그 아이들이 아직도 컴패션에서 후원 받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있다면 불러 달라고 했는데 정말 있었어요. 아이들이 그 교회 앞에서 그 모습 그대로. 잘 자라 있더라고요. 정말 반가웠어요. 우리 식구같고. 사랑받은 티는 여전하고 행복해 보였어요. 왼쪽 맨 끝에 있는 클린클라이라는 아이는 집에도 가고 그랬어요. 지금 보니 잔디도 자라 있네요.”
 
아이들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더라도, 10년을 건너뛴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건져 올린 거라, 자연스러울 수 있죠. 사진을 오래 찍다 보니까, 일상을 찍더라도 뭘 찍을지 예측 가능해졌어요. 그래서 어떤 환경에 들어가면 어느 위치에 들어가면 원하는 게 뭔가 하고 찾기보다는 내 시각에 맞춰 내 눈이 원하는 것을 그려보고 그걸 포를 뜰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는 거죠. 낚시꾼처럼.
 
사진가는 쉽게 말해서 주의가 산만해야 해요.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몸에 배야 해요. 먹이를 찾는 승냥이처럼 서성거리고 산만해야죠. 포를 뜨려면. 어떤 사건이 발생했다 쳐요. 그 사건에만 몰두해 있으면 사건이 벌어지는 뒷일을 못 잡아낼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찍어내야 할 일들은 항상 사건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거거든요. 그게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좋은 사진은.
 
아이와 개. [사진 허호]

아이와 개. [사진 허호]

 
“빈민가에서 아이들이 개를 키우는 것은 많이 봐왔어요. 보통 없는 살림에 개까지 먹이자니 개도 애만큼 빼빼 말라있죠. 눈빛도 좀 기죽어 있고. 그런데 이 사진 속 필리핀 빈민가를 지나는 개랑 소녀 좀 봐요. 이 험지에서 만난 애랑 개가 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개 주인이랑 ‘애완’동물처럼 보이잖아요. 이런 거 쉽지 않아요. 참 보기 드물어요. 개 표정 좀 봐요. 편안하게 안겨 있는 게 어찌나 능청스러운지. 찍으면서도 속으로 한참 웃었어요.”
 
조정래 작가가 태백산맥을 썼을 때, 취재를 어마어마하게 했다잖아요. 우리 생각에는 작가적 상상력에 의해서 썼나 보다 그러지만 그걸 머리 안에, 마음 안에 쟁여 놓았으니까, 실타래처럼 줄줄 나오는 거겠죠. 사진가… 특히 컴패션에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이때까지 내가 생각하고 가졌던 모든 것들, 경험치가 남겨져 있고 내 품이 있으니까 사진도 실가닥처럼 뽑아내지는 거죠.
 
그럼 단순한데, 뭔가가, 에이 하고 뿌리칠 수 없는 게 담기는 거죠.
 
사진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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