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여의도who&why]정치 인생 막바지에 '한·일 문제와 패트' 떠 안은 문희상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달 5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학교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국회 제공]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달 5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학교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국회 제공]

문희상 국회의장은 한 번도 맡기 힘든 야당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19대 국회에서만 두 번 맡았다. 2013년 1월 대선 패배로 민주통합당이 혼돈에 빠졌을 때와 이듬해 9월 새정치민주연합 재정비 요구가 높아졌을 때다. 비상 상황에서 대책이 필요할 때면 늘 구원투수로 나섰다. 정치권이 다시 그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비상 상황에 빠진 한·일 관계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그의 묘책을 기대하고 있다.
 

청구권 협정 때 단식했던 문희상
‘1+1+α’로 일본과 관계 회복 나서
정치 주요 국면마다 조정자 역할
문희상 결정 따라 패트 운명 갈려

한·일 문제 전면에 다시 나선 ‘6·3세대’

일본 도쿄에서 한ㆍ일 청구권 협정이 이뤄지던 1965년 6월 22일, 서울대 법대 2학년이던 문 의장은 법대 제10강의실에서 협정에 반대하며 200시간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었다. 협정 조인 소식이 전해지자 문 의장은 ‘민족주체성확립 문정흥(문 의장 원래 이름)’이라고 혈서를 쓰고, “국회비준을 막는 결사 투쟁을 계속해 나갑시다”라며 ‘단식을 마치면서’라는 선언문을 읽어내려갔다.
 
강제동원공동행동,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동원 관련 문희상 국회의장 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동원공동행동,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동원 관련 문희상 국회의장 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6·3세대(1964년 6월 3일을 일어난 한·일회담반대시위 등을 이끈 세대)인 문 의장이 54년 만에 한·일 관계의 전면에 나섰다. 문 의장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둘러싸고 교착 상태인 한·일 관계를 풀어보겠다며 이른바 ‘1+1+α(알파)’안을 국회에 발의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양국 기업의 기부금과 국민 성금 등을 모아 기금을 만든 뒤 강제징용 피해자 등에게 지급하는 방안이다.
 
문 의장은 과거에는 명분과 강경론을 앞세웠지만, 이제는 실리와 화해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의 대일(對日) 인식이 바뀐 계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문 의장에게 국익 우선의 실용 외교론을 강조했다고 한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문 의장이 자주 인용한다. 문 의장은 그런 관점에서 한·일 관계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년 3월20일 방한중인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단독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년 3월20일 방한중인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단독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일 관계가 악화한 지난 여름 문 의장은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을 의장 특사로 급파해 일본 측 의중을 확인하기도 했다. 본인의 일본 정계 인맥을 활용해 관계 회복 방법을 파악해보기도 했다. 2004~2008년 그는 한·일 의원연맹 회장을 맡았다. 1985년엔 한국청년회의소(JC) 중앙회장을 맡아 일본 JC와 교류를 했다. 일본 JC에서 활동하던 아소 다로 부총리도 그때 만났다. 
 
하지만 문 의장이 언급한 ‘1+1+α’안에 대해선 일부 시민단체와 위안부 피해자의 반발이 작지 않다. 하지만 문 의장은 지난달 29일 의장실 회의에서 “정치인으로서 발언과 행동을 해야 할 때는 해야 한다. 비판을 받는다고 말을 안 하는 것은 국회의장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문 의장은 빠르면 다음 주 ‘1+1+α’안을 법안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단체 관계자들로부터 강제동원 관련 '문희상 안'에 대한 시민단체 항의서한을 전달받고 있다. [뉴스1]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단체 관계자들로부터 강제동원 관련 '문희상 안'에 대한 시민단체 항의서한을 전달받고 있다. [뉴스1]

문희상에 달린 20대 국회의 운명

문 의장은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개혁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난 4월 사법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앞두고 당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던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자 김관영 당시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사개특위 위원을 오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기 위해 사보임 신청을 했는데, 문 의장은 이를 수락했다. 그의 결정으로 사법개혁안이 패스트트랙에 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소속 의원들과 자유한국당은 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사법개혁안의 본회의 부의 시점을 연기(당초 10월29일에서 12월3일)하는 결정을 통해 여야 협상의 공간을 열어주기도 했다. 문 의장이 입장을 바꾼 것은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과 국회의장 민생외면 국회파탄 규탄대회'를 열고 '필리버스터 보장, 민생법안 처리, 국회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과 국회의장 민생외면 국회파탄 규탄대회'를 열고 '필리버스터 보장, 민생법안 처리, 국회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문 의장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 본회의는 한국당의 갑작스러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과 민주당의 불참으로 열리지 않았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불가능한 예산안을 먼저 처리하고, 이후 짧은 회기의 임시국회를 연달아 열어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국회 회기가 끝나면 다음 회기에서는 해당 안건을 바로 표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문 의장이 뒷받침해야 한다. 법안 처리 순서뿐 아니라 임시국회 기간 문제는 국회의장의 재량이다. 문 의장이 짧은 회기의 임시국회를 허용하면 민주당의 전략에 따라 패스트트랙 법안 표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이 큰 문제다. ‘당파적 의장’이라는 비판도 받을 수 있다. 향후 ‘1+1+α’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한국당의 주장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뉴스1]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뉴스1]

이번에도 구원투수 될까

문 의장은 두 번의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결과물을 냈다. 민주통합당에선 처음으로 당원 전수조사를 통해 당의 체계를 정비했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초·재선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규율을 지키지 않으면 ‘개작두’로 치겠다”면서 기강을 잡아 10%대였던 당의 지지율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국회의장 임기를 끝으로 정치인생을 마무리 짓겠다는 문 의장이다. 그는 한·일 관계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정치 여정을 끝낼까.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