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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최루탄 박힌 채 숨진 26세 청년…이라크의 ‘김주열’ 되나

영국 BBC는 지난 25일 최루탄에 맞아 숨진 사파 알 사라이가 이라크 시위의 '얼굴'이 됐다고 전했다. [BBC 캡쳐]

영국 BBC는 지난 25일 최루탄에 맞아 숨진 사파 알 사라이가 이라크 시위의 '얼굴'이 됐다고 전했다. [BBC 캡쳐]

청년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이라크 젊은이들처럼 졸업 후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시를 쓰며 사회활동에 참여했던 그는 수도 바그다드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의 선두에 섰다. 그리고 지난 10월 28일, 시위 진압부대가 쏜 최루탄을 머리에 직격으로 맞아 사망했다. 그의 이름은 사파 알 사라이(Safaa al-Saray). 26세의 꽃같은 청춘이 스러져갔다.

 
이라크 반정부 시위는 정부의 부패와 실업, 부족한 정부 공공서비스에 대한 항의로 10월 1일 수도 바그다드와 카르발라, 바스라 등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그달 24일 반정부 시위대는 정부 청사에 대한 공격에 들어갔고 이때부터 이라크 군경은 실탄까지 동원하는 등 강경 진압에 돌입했다. 피해가 속출했다. 두 달 만에 사망자 수가 최소 350명을 넘었다.

최루탄으로 사망한 사파 알 사라이의 CT(컴퓨터 단층 촬영) 스캔 사진. 최루탄이 눈 위를 통과해 두개골에 박혔다. [BBC 캡쳐]

최루탄으로 사망한 사파 알 사라이의 CT(컴퓨터 단층 촬영) 스캔 사진. 최루탄이 눈 위를 통과해 두개골에 박혔다. [BBC 캡쳐]

사파의 사망은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AMNESTY)가 두개골에 최루탄이 박힌 CT(컴퓨터 단층 촬영) 스캔 사진을 지난달 7일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라크 현지 의사들이 사진을 제공했다. 앰네스티는 이들과 협조해 사건을 추적했고 새로운 사실도 공개했다. 

앰네스티는 이라크 군경이 사용한 최루탄이 세르비아 탄약 제조 회사에서 만든 직경 40mm ‘M99’라고 밝혔다. [앰네스티 홈페이지 캡쳐]

앰네스티는 이라크 군경이 사용한 최루탄이 세르비아 탄약 제조 회사에서 만든 직경 40mm ‘M99’라고 밝혔다. [앰네스티 홈페이지 캡쳐]

보고서에 따르면 사파의 두개골에 박힌 최루탄은 일반적으로 경찰이 사용하는 것과 달랐다. 최루탄의 무게는 25~50g, 탄 내부는 여러 개의 작은 용기로 분산돼 있다. 반면 이라크 시위진압부대가 사용한 최루탄은 세르비아 탄약 제조회사가 만든 직경 40mm의 ‘M99’였다. 무게가 220~250g으로, 일반 최루탄의 10배에 달한다.   

 
앰네스티 선임 고문인 브라이언 카스트너는 “무게가 10배인 최루탄이 발사되면 시위대를 공격할 때 10배의 힘을 전달한다. 이것이 끔찍한 사망으로 이어진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최루탄을 사람에 직접 발사해선 안되며, 특히 직경 40mm의 최루탄 발사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알 수하다(al- Shuhada) 다리에서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는 모습. [AP=연합]

지난 7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알 수하다(al- Shuhada) 다리에서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는 모습. [AP=연합]

익명의 이라크 의사는 앰네스티에 사파가 사망한 날 6~7명의 시위대가 머리에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중 5명의 두개골에 금속 파편이나 탄환 용기 일부가 박혀 있었다”고 증언했다. 
 
한 남성 시위자는 “150~200m 떨어진 곳에서 날아온 최루탄을 허리에 맞은 사람의 옷이 불탔고 그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앰네스티는 이라크 정부에 "피해자를 양산하는 불법 진압 무기 사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루탄에 맞아 숨진 사파 알 사라이(26)가 생전에 그의 어머니와 찍은 사진. [프론트라인디펜스 홈페이지 캡쳐]

최루탄에 맞아 숨진 사파 알 사라이(26)가 생전에 그의 어머니와 찍은 사진. [프론트라인디펜스 홈페이지 캡쳐]

두개골에 최루탄이 박힌 채 숨진 사파의 비극이 알려지며, 이라크 시위대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사파는 이라크 시위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시위대의 거점인 바그다드 타 흐리르 광장을 비롯해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 곳곳에 그의 사진이 걸려 있다. 
 
BBC는 지난달 25일 사파의 사망과 그의 죽음이 이라크 정국에 불러온 파장을 집중 조명했다. 사파의 친구는 “그는 부패한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글을 쓰고 행동하다 ‘순교’했다”며 “그가 뿌린 혁명의 씨앗이 시민들의 가슴 속에서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1960년 3·15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참여했다 27일 만에 경남 마산 앞바다에서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변사체로 발견된 고 김주열(17) 사망 사건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그의 죽음은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영국 BBC는 지난 25일 최루탄에 맞아 숨진 사파 알 사라이가 이라크 시위의 '얼굴'이 됐다고 전했다. [BBC 캡쳐]

영국 BBC는 지난 25일 최루탄에 맞아 숨진 사파 알 사라이가 이라크 시위의 '얼굴'이 됐다고 전했다. [BBC 캡쳐]

반정부 시위대는 아델 압둘 마흐디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라크의 최고 종교 지도자 알리 알시스타니는 지난달 22일 금요 대예배 설교문을 통해 “시민의 죽음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정치권이 선거법을 하루 빨리 개정해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것”이라며 시위대의 편에 섰다.  
 
마흐디 총리는 후임자가 정해지면 사임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위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라크 시민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위험해도 매일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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