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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종인·김동철 회동···중도통합신당 물밑서 꿈틀거린다

프롤로그-11월 14일 여의도 5인 회동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11월 14일, 다양한 정파의 ‘5인’이 비공개로 만났다. 5인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운열 민주당 의원, 김동철ㆍ오신환ㆍ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

최운열·유의동 포함 비공개 만나
김종인 “역할 주어진다면 기꺼이”
안철수계 “참여할 생각 없다”

세 명의 바른미래당 의원 중 2명(오신환ㆍ유의동)은 유승민 의원과 함께 신당 창당(변화와 혁신ㆍ이하 변혁)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호남 중진 김동철 의원은 변혁에 가담하지 않고 있고, 당권파(손학규 대표 측)도 아니다. 바른미래당 의원 세 명이 최운열 의원에게 “김종인 대표를 만나고 싶다”고 부탁해 성사된 자리다. 최운열 의원은 김종인 전 대표가 3년 전 비례대표로 영입한 경제통 의원.
이날 회동의 주제는 중도통합론이었다. 특히 김 의원이 ‘중도통합신당론’을 역설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오 의원 등을 향해 “지금은 전부 힘을 합쳐야지 보수통합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도세력이 대통합해야 한다. 헤쳐모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자. 그 역할을 할 사람은 김종인 대표밖에 없다.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도 “역할이 주어진다면 기꺼이 해보겠다”고 답했다고 김동철 의원이 전했다.

지난 2016년 손학규 대표의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와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중앙포토]

지난 2016년 손학규 대표의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와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중앙포토]

 

중도빅텐트, 왜 중요한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중도통합’ 은  ‘보수 통합’의 대항마 성격이다. 여기서 중도세력이란 ①바른미래당 당권파(손학규계) ②바른미래당 호남그룹(김동철ㆍ박주선ㆍ주승용ㆍ김관영 등) ③변혁 내 유승민계 ④변혁 내 안철수계(비례대표 6명과 권은희) ⑤대안신당 그룹(박지원ㆍ유성엽ㆍ정대철 등) 등이다. 여기에 ⑥김종인 전 대표  및 그 인맥 ⑦+α 세력(민주당과 한국당의 비주류 의원, 정치신인 등)이 통합대상이다. 
조만간 민주당과 한국당에서 공천 물갈이가 시작될 경우 각 당의 비주류 의원 영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중도통합론자들은 본다. 자칫 일곱 빛깔 무지개 연합이 될 수도 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이 아닌 세력이 여러 갈래로 각자도생하지 말고 ‘중도빅텐트’를 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중도통합신당론의 요체다.  
정치권 인사들은 한국의 정치지형을 대략 40(진보) vs 40(보수) vs 20(중도)으로 분류한다. 실제 역대 대선이나 총선을 보면 민주당과 한국당이 40% 정도는 기본으로 득표하고, 중도 20%를 향해 거대 양당 중 어느 당이 확장해 나가느냐의 게임이었다.  
하지만 제3세력이 20%를 공략해 중도정당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 전 의원이 만든 국민의당이 그랬다.

중도통합신당론은 바로 20%의 중도세력을 겨냥한 움직임이다. 그림대로만 된다면 국민의당처럼 총선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수도권이나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되는 호남권 선거에 영향일 미칠 수 있다.  
 

왜 김종인인가

 
일단 손학규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이 간판이 되긴 어렵다. 두 사람의 대립으로 인해 바른미래당이 쪼개질 상황이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호남계 중진들이나 대안신당그룹의 박지원 의원 또한 ‘중도 통합’이란 그림을 완성하기에는 흡입력이 약하다. 그러나 김종인 전 대표는 기존의 정파 간 대립구도에서 비켜나 있었다는 점,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싸잡아서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도통합의 구심 역할이 가능하다는 게 김동철 의원 등의 생각이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철학을 제공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으나 당선 후 경제민주화 공약을 이행하지 않자 2016년 문재인 대통령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다. 민주당 대표로 총선을 지휘해 원내 1당을 만들었으나 총선 뒤 문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졌다. 
양당의 비박-비문계 의원들과도 교류가 있기 때문에 공천 국면에서 일부 비주류 의원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고 본다.  
 
 
당사자들은 뭐라고 하나

 
'변화와 혁신'의 핵심 인물 유승민, 오신환, 유의동, 권은희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권 의원은 안철수계 대표격으로 변혁에 참여하고 있다. [중앙포토]

'변화와 혁신'의 핵심 인물 유승민, 오신환, 유의동, 권은희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권 의원은 안철수계 대표격으로 변혁에 참여하고 있다. [중앙포토]

①김종인 반응은= 김 전 대표의 서울 광화문 사무실을 찾아가 신당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5인 회동 얘기를 꺼냈더니 김 전 대표는 ”민주당도 한국당도 답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답답해하는 사람이 많다"며 "새로운 세력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 적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이 복잡해서 12월은 되어야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구체적으로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언론에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 그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김종인 전 대표는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장성민 전 의원 등과 수시로 만나 신당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김광두 교수 역시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한 뒤 문재인 대선 캠프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김종인 전 대표와 공통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았다가 최근 자진해서 사퇴했다.
②유승민계 오신환은 '부정적 관망'= 오 원내대표도 접촉했다. 오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5인회동 사실을 시인하며 “김종인 전 대표가 ‘제3지대가 열리고 있다. 중간지대에서 새로운 세력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도통합신당을 같이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니다. 김 전 대표와는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그냥 만났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김동철 의원의 설명은 오 원내대표와 온도 차가 있었다. 김 의원이 원내대표를 할 때 수석부대표가 오 원내대표였다. 김 의원은 5인회동 후 오 원내대표와 변혁의 핵심인 정병국 의원을 각각 따로 만났다고 한다. 김 의원은 두 의원에게 “일단 헤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보수통합 대신 나중에 중도빅텐트 안에서 다시 모이자"고 호소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오 원내대표도 결국에는 중도통합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했기에 향후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③안철수계 비례들은 시큰둥=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은 미지근하다. 청년비례대표 김수민 의원은 ‘중도통합신당’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알고 있고, 같이 하자고 여러 번 권유를 받았지만, 같이 안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비례대표 A 의원도 ”우리가 파악하기론 안철수 전 대표는 총선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누가 안철수와 연합하느냐를 보여주기 위해, ‘안철수 레거시’가 필요해서 지금 우리를 원하는 건데, 그쪽은 주도세력이 올드보이 이미지라 우리가 생각하는 새 정치와는 거리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지금 유승민계와 손잡고 변혁이 추진하는 신당 창당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에도 반대한다. 그냥 변혁 신당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A 의원은 ”한국당과 1대1 구도로 통합하면 같이 할 수 없다. “며 ” 유승민 의원이 1대1 통합은 절대 없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킬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④박주선 등 호남계는 찬성= 김동철 의원은 김종인 전 대표의 반응을 박주선ㆍ주승용 의원에게도 전했다. 박 의원은 통화에서 ”김 의원에게 김종인 씨를 데려와서 함께 하겠다는 것까지는 설명을 들었다. 바른미래당은 실패했고 중도를 지향하는 제3정당은 필요하니 잘 추진해보라“고 했다. 호남의 한 의원은 “‘무능한 민주당, 부패한 한국당 모두 싫다’며 무당층이 급증한 것이 현재의 민심인 만큼 힘만 결집하면 19대 총선 때 국민의당보다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관영 의원도 중도통합신당에 찬성입장이라고 한다. 신당이 만들어지면 상대적으로 젊은 김 의원(50세)이나 오신환(48세) 원내대표 등이 당의 얼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김동철 의원은 "(대안신당 그룹의)박지원, 유성엽, 황주홍 의원과는 생각이 같다"고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수사를 발표하고 있다.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는 최근 박영수 전 특검을 만나 정계입문을 권유했다. [뉴시스]

박영수 특별검사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수사를 발표하고 있다.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는 최근 박영수 전 특검을 만나 정계입문을 권유했다. [뉴시스]

 

중도통합신당의 변수는 

 
이르면 12월께 유승민계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을 가시화하면 중도통합신당론도 수면 아래에 있을 수는 없다.  

 
 
김종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1단계는 ‘바른미래당 호남계+ 대안신당 그룹 +안철수계 비례대표+ α’가 헤쳐모이고, 2단계로 유승민계 변혁 신당과 통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중도빅텐트’까지는 갈 길이 멀다.
최소 안철수계 의원들은 1단계에서 합류시켜야 하는데, 당사자들의 반응을 보면 당장은 호남의원 중심의 ‘중도 소통합’ 단계에 머물고 있다.
다만 안철수계 의원들의 거취는 보수통합(황교안+유승민) 문제와 맞물려 있어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보수통합 논의가 물살을 탈 경우, 일부 안철수계 비례대표나 호남 출신 권은희 의원 등은 중도통합신당 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

빅텐트론을 현실화하려면 정치력, 노련함과 경륜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신당 중심세력이 올드한 이미지라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 때문에 김동철 의원 등이 김종인 전 대표를 접촉한 것과 별도로 대안신당파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는 독자로 간판급 인사영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등을 접촉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까지 접촉해 정계 입문을 제의한 상태다. 박영수 전 특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손학규 대표의 거취도 변수다. 손 대표가 이선 후퇴를 거부할 경우엔 제 세력이 모이기 어렵다. 김동철 의원은 “손 대표는 중도통합을 위해 당연히 길을 터줄 것”이라며  “만약 손 대표가 후퇴하지 않을 경우 당을 함께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과연 중도통합신당이 발족할 수 있을지, 발족하더라도 3년 전 국민의당 돌풍을 재연해낼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어쨌든 총선 가도에 '중도빅텐트론'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물밑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유성운ㆍ성지원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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