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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칼럼] “재인이 형” “호철이 형”으론 실패한 정권 된다

이하경 주필

이하경 주필

문재인 대통령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얼마 전 백악관 참모가 기자들을 불러 “한국에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는데 알고 있느냐”고 했다.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문 대통령이 종북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데…”라고 발언했다. 8월 22일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지난달 가까스로 종료가 유예됐지만 종료 직후 “미국도 이해했다”는 청와대 발표는 거짓말임이 드러난 것이다.
 

문 정부 외교·내치 기능부전 상태
대통령은 허위보고에 속지 말고
외부 직언 가감없이 듣기를
과거 불문 실력 위주 내각 꾸려야

지소미아 종료 파문은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과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얘기한 대로 트럼프는 지난 30년 동안 ‘주한미군 불필요론’을 114번이나 외쳤다.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는 “언젠가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싶다”고 직설적으로 발언했다. 이런 트럼프에게 지소미아 카드를 들이댄 것은 위험천만한 결정이다.
 
한국은 중국·북한 눈치를 보고 지소미아를 깨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북한 노동신문은 지소미아를 “천하의 매국협정”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는 MD(미사일 방어체계) 불참, 사드 추가배치 금지, 한·미·일 군사동맹 불(不)추진 등 ‘3불(不)’을 합의한 바 있다. 지소미아 종료는 “한국이 한·미·일 안보협력 대열에서 이탈하려고 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딱 맞는 사건이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안포를 발사해 9·19 남북 군사합의를 고의로 위반했다. 닷새 뒤에는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았다. 그러자 미국은 한반도 상공에 정찰기를 띄웠고, 일본은 아베 총리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가장 위기감을 가져야 할 한국은 유감 표시만 했다. 문제가 심각하다.
 
트럼프는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주일미군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쪽으로 동북아 안보 전략을 바꿀 수 있다.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김정은이 그토록 원하는 주한미군 철수를 선물로 줄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비핵화와 관련없고 한·미양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주한미군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신중하게 상황관리를 해야 하는데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낸 것은 경솔했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에 맞서 주한미군 없이 우리 안보를 스스로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우리는 정말 그런 실력을 갖추고 있는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로 악화된 한·일 관계의 개선도 난제다. 아베 총리는 지지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2015년 위안부 합의를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니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골대를 바꾸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에 “위안부 합의에 문제가 있다면 전(前) 정권을 비난하되 깨지는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지만 거부됐다. 이후 한·일 양국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정권이 경직되면 국민이 고생한다.
 
한국 외교가 수렁에 빠졌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존재감은 전무(全無)하다. 모테기 일본 외무상은 “장식품”이라고 했다. 지소미아 연장을 위해 조세영 차관이 나서야 했던 이유다. 한 나라의 외교가 이렇게 망가져도 좋은가.
 
문재인 정부의 기능부전은 내치에서도 확인된다. 소득주도 성장의 참담한 실패,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의 무리한 도입, 규제개혁 실패로 경제의 성장 엔진은 꺼져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초 2.9%로 제시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했지만 거꾸로 폭등하고 있다. 경실련은 “누가 대통령에게 거짓 보고를 하나”라고 묻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2년반 동안 단 하나의 그럴듯한 업적도 만들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가장 무능한 정권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정권의 실정은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지금부터는 180도 달라져야 한다. 대통령 심기관리용 허위보고는 무시하고 살아 꿈틀거리는 민심을 경청해야 한다.
 
유재수는 뇌물을 챙겨 감찰 대상인데도 요직인 금감위 금융정책국장,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부산시 경제부시장 자리를 옮겨다녔다. 대통령을 “재인이 형”, 실세 이호철을 “호철이 형”으로 부를 정도로 친밀했던 것이 비결이었다. 이렇게 호가호위하는 탐관오리는 예외를 두지 말고 공직에서 추방해야 한다.
 
쇄신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시장이 환영하고,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실력있는 인물이 총리와 장관에 기용돼야 한다. 전 정권과 보수 인사까지 포함하는 과거 불문의 인사로 “이게 문재인 정부 맞나?”라는 소리가 나와야 한다.  
 
지난주 타계한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는 “정치가는 역사의 법정에 선 피고”라고 했다. 힘이 센 권력도 시간이 지나면 소멸된다. 문 대통령이 반드시 새겨야 할 서늘한 조언이다.
 
이하경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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