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전영기의 시시각각] “수사 대충 하면 우리가 감방 간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니체는 “비극적 사건의 종말은 착한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착한 사람들은 신약성경에서 바리새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인데, 당대의 권력층이었고 예수를 못 박아 죽이기 위해 음모하고 선동하고 결정했던 자들이다. 니체는 이들을 “알량한 양심에 사로잡힌 자기들끼리만 착한 사람들”이라고 부연설명했다. 니체의 글을 읽으면서 지금 청와대 사람들이 ‘착한 사람들의 함정’에 빠져 큰 죄를 저지르고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그들은 김기현 수사를 경찰에 하명하고, 유재수 비리에 눈을 감았으면서도 “첩보를 이첩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직무유기였다”라든가 “정무적 판단을 했다”(노영민 비서실장의 국회 답변)고 알량한 변명을 했다. ‘알량하다’는 시시하고 보잘것없다는 뜻이다.
 

‘백원우 사건’에 임한 검사들 심정
사실과 진술 나와 흐지부지 못해
문 대통령, 문제가 뭔지 바로 봐야

청와대가 무슨 죄를 저질렀나.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을 중심으로 벌어진 청와대 사람들의 행위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울산시장 선거에서 ‘국민 선택권’을 박탈하고, 경찰에 위임된 신성한 ‘국가 형벌권’을 특정 정당을 위해 사용하고, 공정하게 행사돼야 할 ‘국가 인사권’을 마음대로 쓴 사건이 된다. 유재수 건은 세 가지 가운데 국가 형벌권과 국가 인사권을 오·남용한 사건에 해당한다. 이런 일을 통틀어 권력의 사유화라고 한다. 국민 선택권과 국가 형벌권, 국가 인사권은 모두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구성되고,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하도록 헌법과 개별 법률에 명시돼 있다. 즉, 이 셋은 헌법적 권한이다. 따라서 청와대의 ‘자기들끼리 착한 사람들’이 저지른 일들은 일언이폐지하면 ‘국민주권 침탈 사건’으로 규정할 수 있다. 권력의 사유화나 국민주권 침탈이 의심에서 혐의로, 혐의에서 사실로 확정되면 대통령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런 어마어마한 사건에 대한 노영민 비서실장의 인식이 저토록 알량하니 청와대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야당 대표 시절, 그의 간곡한 요청으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오늘날 집권당 기반을 닦아 준 김종인 전 의원은 얼마 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문제가 뭔지 모르는 게 진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김종인 전 위원장의 쓴소리를 달게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조국 민정수석, 백원우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시절 청와대 사람들이 저지른 일의 위중함을 깨닫는 게 첫 번째 일이다. 이를 위해 자기들끼리 착한 사람들의 범위 바깥에 있는 지혜로운 사람들의 얘기를 문 대통령이 청해 들어야 할 때다.
 
검사들은 지금 청와대와 집권당의 외압에 휘둘려 이 사건들을 흐지부지 덮거나 왜곡하면 자기들이 감방에 갈지 모른다는 엄정한 자세로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런가 하면 백원우가 첩보를 수집해 이를 경찰청에 내려보낸 경위, 그리고 그 후속 조치에 워낙 범죄 혐의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국-백원우-박형철 공모 체제에서 박형철이 이탈해 내부의 진실을 모조리 밝힌 것이 결정적이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검찰에 나가 울산 사건에 대해 “백원우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첩보를 받아 경찰청에 전달했다”고 말하고, 유재수 사건에 대해서도 “조국 수석으로부터 감찰 무마를 지시받았다”고 진술했다. 박형철은 박근혜 대통령 때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부팀장을 맡았다. 공권력에 의한 선거 개입 수사의 전문가다. 사실 파악과 법리 해석에서 박형철만큼 정통한 검사는 드물다. 검찰이 청와대 내부자인 박형철로부터 확보한 진술의 증거능력은 아무리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사법부라 할지라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사실과 진술의 힘은 이처럼 무섭다. 누구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집권층 사람들이 검찰을 압박하면 수사방해죄만 더해질 뿐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