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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이 간다] 중국인 유학생들 “우리는 교육이 아닌 돈벌이 대상”

유학생 7만 명 ‘차이나 파워’의 그늘

지난달 19일 한국외대에서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가 모두 사라졌다. 대학본부가 철거했다. 이 대학 한국 학생들이 붙인,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무참히 뜯겼다. 1980년대 군사독재 정부 시절에도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를 학교 측이 이처럼 대놓고 없애지는 못했다. 이 학교 국제교류처장은 ‘무책임한 의사 표현으로 학내가 혼란에 빠지고 질서가 훼손된다면 필요한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는 문구가 든 입장문을 냈다. ‘학내 질서 유지’가 명분이다. 한국인 학생과 중국인 유학생의 마찰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큰 사립대 한 해 100억원대 수입
등록금 동결에 대학교 연명 수단
대다수 중국인 “입학 기준 높이고
학습력 갖추도록 하는 제도 필요”

그 뒤 이 학교에는 ‘외대 학생의 자유를 팔아 얻은 차이나 머니가 그리도 달달하더냐’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학교 측은 “돈 때문에 한 조처가 아니다”고 말했지만, 유학생 유치 때문에 대학본부가 중국 유학생과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본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보직 교수는 “외대에서 그 사건이 난 그 시기에 주한 중국대사관 측에서 우리 학교 쪽에도 접촉을 시도했다. 해당 보직 교수가 접촉을 피해 난처한 상황을 모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 사회에서 ‘중국’은 어떤 존재인가? 고려대 측에 따르면 이 학교에는 1500명의 중국인 유학생(학부생, 서울 캠퍼스 기준)이 있다. 이 학교 중국인 유학생은 한 해에 약 800만원의 수업료를 낸다. 1500명이면 합계액이 120억원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대학 정원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중국인 유학생 때문에 한국 학생 수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학교 측이 유학생 지원을 위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큰돈이 드는 일이 아니다. 수강생이 다소 늘어날 뿐이다. 따라서 100억원 이상이 고스란히 학교 수입이 된다. 만약 이 돈이 사라지거나 크게 준다면 대학 재정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대학 등록금은 11년째 동결인데, 대학이 쓰는 비용은 계속 불어난다.
 
고려대만 특별히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다. 성균관대·경희대 등 서울의 큰 대학에는 고려대보다 더 많거나 비슷한 수의 중국인 유학생이 있다. 한 대학교수는 “만약 중국 정부가 한국의 특정 대학을 ‘기피 대학’으로 콕 찍어 중국인 학생이 지원을 꺼리도록 하면 그 대학은 휘청일 수밖에 없다. 또 만약 중국 정부가 한국 대학 전체를 대상으로 삼아 유학을 억제하는 정책을 편다면 한국 대학들이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드(THAAD) 파동 때 한국 기업이 입은 피해를 떠올려 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현재 한국에 약 7만 명의 중국인 유학생(석·박사 과정 포함)이 있다.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성균관대의 경우, 중국인 학생이 열 명 중 한 명꼴이다. 게다가 한국으로 오는 중국인 유학생의 한국어 능력이나 수학(修學) 능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 세종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J는 “학부생의 경우 중국에서 중위권 대학에도 가기 어려운 학생들이 주로 한국으로 온다. 유학을 가더라도 성적이 좋은 학생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간다. 그다음은 일본이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곳곳에서 마찰이 생긴다. 고려대 경영학과의 한국인 학생은 “팀을 짜서 발표하는 수업에 중국인 학생과 같은 조로 묶이면 ‘폭망’했다는 생각부터 든다. 한국어로 대화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영어로 소통이 되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 학생들이 낮은 학점을 깔아주는 것은 고맙지만, 같이 공부하기는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대학의 한 교수도 “한국어 실력도 문제지만 기본적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이 많다. 초등학생이 쓴 것 같은 과제물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단순히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기본 실력 때문에 도처에서 난감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들에게 이 사안에 관해 물어봤다. 지난달 28일 ‘재한 중국인 대학원생 100인 포럼’(한국국제교류재단과 성균중국연구소 주최)에 참석한 학생 중 36명을 상대로 직접 설문조사를 해봤다.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 등에서 석·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이다. 비교적 한국어에 능통하고, 이런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정도로 유학 생활에 열의가 있는 학생들이기도 하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한국어 능력 시험(TOPIK) 몇 등급이 돼야 대학·대학원에서 수업 듣고, 과제물 내고, 시험 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36명 중 25명(70%)이 최고 등급인 ‘6급’이라고 답했다. ‘5급’이라고 답한 학생은 9명(25%)이었다. ‘3급’ ‘4급’은 각 1명이었다. 95%의 학생이 5급 내지 6급은 돼야 수업을 듣는 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 대학에서 중국인 학생 유치 시에 요구하는 TOPIK 등급은 ‘3급 이상’이다.
 
‘해외 대학의 파운데이션 코스처럼 유학생에게 정식 입학 허가를 내주기 전에 현지어와 기초 학습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제도를 한국 대학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15명이 ‘매우 그렇다’를, 17명이 ‘그렇다’를 선택했다. 32명(89%)이 입학 예비 단계에서의 별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 학생들에게 ‘한국 대학이 외국인 학생을 영입하려는 노력에 비해 외국인 학생이 학업에서 성과를 내도록 하는 데 들이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도 던져 봤다. 8명이 ‘매우 그렇다’고, 23명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31명(86%)이 한국 대학이 교육적 고려보다 돈벌이에 치중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 학생이라는 이유로 한국 대학·대학원에서 팀 활동이나 토론식 수업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5명이 ‘매우 그렇다’를, 18명이 ‘그렇다’를 골랐다. 3분의 2의 학생이 차별로 인식될 만한 일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
 
이희옥 교수

이희옥 교수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게 한국 대학의 ‘중국 학생 유치’ 경쟁의 폐해에 관해 물었다. 대표적 중국 전문가인 그는 지난 10월 중국의 건국기념일 행사에 시진핑 주석에게 초청받은 세 명의 한국인 중 한 명이다.
 
중국인 유학생 7만 명 시대가 됐다. 실정이 어떤가.
“재정 문제 때문에 대학들이 중국인 유학생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통상 유학생은 귀국한 뒤 자기가 공부한 나라와의 민간 가교 구실을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유학한 중국인 학생 중 상당수는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지 못한다. 언어와 실력에서 문제가 돼 공부에서 어려움을 겪고, 결국 여러 갈등 상황에 놓인다. 이처럼 ‘반한(反韓) 인사’를 만드는 어긋난 정책은 바로잡아야 한다.”
 
등록금 동결이라는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 아닌가.
“그렇게 연명하는 것은 대학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인 유학생 학비로 긴급 수혈을 해 대학 구조조정을 늦추는 것은 한국의 고등교육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입학 기준을 높여 학생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전공 교육 전에 ‘예과’ 형태로 기초 능력을 높이는 방법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수한 중국 학생을 정부와 대학이 장학금을 주며 유치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그런 방식으로 우수한 한국 학생을 데려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한국 정부는 “중국인 유학생 10만 명을 유치하자”고 외쳤다. 대학들은 앞다퉈 문턱을 낮췄다. 유학생 교육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않았다. 유학생 급증에 따른 대학의 변화에도 둔감했다. 등록금 동결 타개책 정도로 여겼다. 그 결과 강의실에는 유학생의, 그리고 한국 학생의 불만이 가득하다. 중국인 학생에게 대학의 존립을 의존하는 서글픈 처지가 되기도 했다. 이 현실에 한국 정부의 수준 낮은 대학 정책, 대학들의 부실한 교육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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