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인성 교육팀장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8월 1차 수능에 비해 12월 2차가 너무 어려웠다. 대다수 수험생의 2차 성적이 1차보다 10~30점 떨어졌다(200점 만점). 2차 대비에 열중했던 수험생은 무려 넉 달을 헛고생한 셈이었다. 물론 정부는 이듬해 연 1회로 다시 변경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은 1945년 광복부터 헤아리면 19번째 대입 개편이다. 지금껏 4년에 한 번꼴로 입시판이 뒤흔들렸단 얘기다. ‘대입 흑역사(黑歷史)’엔 94학번의 헛고생 같은 사례가 숱하다. 그럴듯한 목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학생·학교의 부담·혼란만 가중시켰다는 게 공통점이다.

노트북을 열며 12/2
목표와 방향만 보면 이번 개편도 공감 가는 면이 꽤 있다. 물론 대통령의 지시, 조국 전 장관 딸 문제와 관련 없다는 교육부의 ‘정치적 수사’는 빼고 말이다. ‘금수저·깜깜이 전형’이란 사회적 불신에도 불구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이 너무 빨리 확대된 게 사실이다. 사회통합전형의 의무화는 기회의 평등이란 면에서 설득력이 있다.
디테일을 보면 걱정되는 지점이 많다. 개편안은 정시 확대 여론과 학종 유지 주장 사이의 절충안에 가깝다. 이대로라면 대입 지형이 ‘4:4:2(수능:학종:사회통합)’로 재편될 텐데, 벌써 교사 사이에선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부활할 것”이란 걱정이 나온다. 논술과 학생부 비교과를 폐지하면 수능·내신이 중요해지는데, 대학이 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강화하면 수험생은 새로운 삼중고에 빠질 수 있다.
개편안은 대통령이 공정성 강화를 지시한 지 석 달, 정시 확대를 언급한 지 37일 만에 발표됐다. ‘속도전’에 매달렸던 교육부에 학생·고교·대학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따져볼 시간이 과연 있었을까. ‘흑역사’가 또 반복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천인성 교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