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사대문 안 녹색교통지역에서 노후 경유차(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을 본격 시행하는 1일 시청에 위치한 서울 교통정보센터 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위반 차량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서울시 5등급 차량 단속 첫 날
오전 6시부터 9시간 동안 280대
“지난달 하루 1600대 비해 줄어
악천후 시속 60㎞ 달려도 적발”
화면 속에서 차량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사이 사직터널 북쪽에서 도심으로 은색 카니발 한 대가 들어왔다. 공해 저감장치를 달지 않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다. 차주인 정모씨에게 ‘단속에 걸렸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날아갔다. 조수석을 가린 사진과 함께 적발된 시간과 지점, 과태료 납부 방법, 이의신청 요령 등이 안내됐다.
정씨 차량을 비롯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노후 경유차 280대가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다 단속에 걸렸다. 차주에게 2초 만에 적발 사실이 문자나 카톡 메시지로 날아갔다. 안내 메시지는 평균 6초, 늦어도 10초를 넘기지 않았다. 이수진 서울시 교통정보과장은 “악천후에서 시속 60㎞ 이상으로 달려도 99% 이상 차량번호를 식별한다”며 “이를 통해 차종과 차적, 사용 연료까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상 지역인 숭례문 인근 도로에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모습. 우상조 기자
이날 오전 6시~오후 3시 9시간 동안 280대가 적발됐다. 대략 2분에 한 대꼴이다. 전체 진입 차량 11만325대 중 5등급은 1757대였으나 공해 저감장치를 부착(1013대)했거나 긴급 차량(1대), 유예 대상 차량(463대)은 제외됐다. 서울 차량이 128대(45.7%)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103대·36.8%), 인천(10대·3.6%), 기타(39대·13.9%) 순이었다.
“단속 전혀 몰랐다” 104건 불만 접수

서울 녹색교통지역 개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5등급 차량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국에 218만여 대가 있다. 이 가운데 공해 저감장치를 부착한 26만여 대, 긴급·장애인·국가유공자 차량을 제외한 191만여 대가 단속 대상이다. 코란도를 포함한 쌍용자동차의 일부 차종과 수입차 등 저감장치 장착이 불가능한 차량은 내년 12월까지, 저감장치 부착을 신청한 차량은 내년 6월까지 단속이 유예된다. 녹색교통지역 안에 등록된 5등급 2114대 중 246대가 단속 대상이다.

차량 단속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내년 시영주차장 주차요금 25% 인상
녹색교통지역에서는 주차요금도 오른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영주차장(24곳)에서는 내년부터 주차요금이 25% 인상된다. 노후 경유차는 50% 오른다. 서울시는 강남·여의도도 녹색교통지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지난달 25일 기자설명회에서 “강남·여의도 녹색교통지역 지정, 운행제한 차량 확대(5등급→4등급)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도심 대중교통을 촘촘하게 하고,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녹색교통지역에선 내년 1월부터 서울역·시청·종로 등 주요 지점과 명동·남산·동대문디자인플라자·고궁 등 관광지를 잇는 ‘녹색순환버스’가 운행된다. 노선은 4개이며 기본요금은 서울 시내버스의 반값인 600원이다. 노후 경유차에 부과한 과태료를 재원으로 쓴다. 또 녹색교통지역 내 따릉이(공유자전거)를 1200대에서 내년 2400대로 늘린다. 현재 20대인 나눔카는 40대(2020년)→60대(2021년)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토피스를 찾아 단속 상황을 점검하면서 “미세먼지는 우리 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재난”이라며 “단속 내용이 알려지면 도심에서 5등급 차량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전국 지자체, 중앙정부도 참여해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운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친환경 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을 확충해 시민 불편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