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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공원의 카페 같은 도서관, 작지만 품격 있는 공공건축

지난 10월에 서울 전농동에 문을 연 배봉산 숲속 도서관. 설계는 아틀리에 리옹 서울(담당 심훈용. 현지호)에서 했다. [사진 아뜰리에 리옹 서울 ]

지난 10월에 서울 전농동에 문을 연 배봉산 숲속 도서관. 설계는 아틀리에 리옹 서울(담당 심훈용. 현지호)에서 했다. [사진 아뜰리에 리옹 서울 ]

배봉산 숲속 도서관의 실내 일부 모습. 어린이들이 신을 벗고 들어갈 수 있도록 좌식으로 디자인된 공간도 있다. 이곳 바닥은 난방도 된다. [건축사진가 진효숙 촬영]

배봉산 숲속 도서관의 실내 일부 모습. 어린이들이 신을 벗고 들어갈 수 있도록 좌식으로 디자인된 공간도 있다. 이곳 바닥은 난방도 된다. [건축사진가 진효숙 촬영]

"1년 전 나는 한국 서울의 삼청공원 도서관에서 미래를 보았다"

 
『아날로그의 반격』의 저자 데이비드 색스는 뉴욕타임스 2018년 12월 7일자에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 이야기를 썼다. '혁신 강박의 종말'이란 제하의 그의 칼럼은 "1년 전 나는 한국 서울의 삼청공원 도서관에서 미래를 보았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배봉산 숲속도서관 설계 건축가 이소진
카페, 공동육아방까지 갖추고 10월 개관
기존 산책로와 나무 배려한 섬세한 설계
주민 공동의 정원이자 거실, 서재로 인기

 
색스는 "숲이 우거진 공원에 있는 소박한 건물 사람들은 밖에서 색이 변하는 나뭇잎을 보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도시 중 하나"라며 "(이 도서관은) 첨단 기술에 대한 해독제로 특별히 설계됐다"고 했다. 테크놀로지 시대에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혁신이 바로 거기 있었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삶,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책을 읽는 여유, 고즈넉한 공간에서 누리는 휴식…. 진정한 혁신이란 새 발명품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는 얘기였다. 
 

삼청공원 이어 배봉산 숲속 도서관  

주민들의 산책로 초입에 자리한 배봉산 숲속 도서관. [건축사진가 진효숙 촬영]

주민들의 산책로 초입에 자리한 배봉산 숲속 도서관. [건축사진가 진효숙 촬영]

배봉산 숲속 도서관 전경. 아래층 부분에 공동육아방이 만들어졌다. [건축사진가 진효숙 촬영]

배봉산 숲속 도서관 전경. 아래층 부분에 공동육아방이 만들어졌다. [건축사진가 진효숙 촬영]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서울 동대문 전농동에 자리한 배봉산 공원이다. 많은 주민이 아침저녁으로 산책과 운동을 하기 위해 오가는 둘레길 초입에 들어선 소박한 건물, 지난 10월 문을 연 배봉산 숲속 도서관이다. 숲속 입구에 몸을 최대한 낮추고 야트막하게 들어선 이곳은 문을 연 지 두 달이 채 안 돼 동네 주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공간이 됐다. 
 
지난 26일 이곳에서 만난 주부 여운서(63)씨는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지만 이런 곳에 이렇게 멋진 공간이 생길 줄 몰랐다"면서 "매일 여기에 들러서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신다. 지방으로 이사 간 친구에게 빨리 와서 보라고 자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안성숙(63)씨도 "여기 도서관이 생기면서 내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아침에 와서 신문 읽는 어른부터 공부하는 20~30대, 오후에 찾아오는 유치원 아이들까지 모두 이곳 매력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은 "동네 사람들이 이곳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려면 저녁에도 와서 그 풍경을 꼭 봐야 한다"며 "배봉산 숲속 도서관은 한마디로 감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규모는 작지만 감동은 크다 

여느 상업카페가 전혀 부럽지않게 설계된 배봉산 숲속 도서관. [진효숙 사진 작가 촬영

여느 상업카페가 전혀 부럽지않게 설계된 배봉산 숲속 도서관. [진효숙 사진 작가 촬영

배봉산 숲속 도서관 실내. [사진 아뜰리에 리옹 서울]

배봉산 숲속 도서관 실내. [사진 아뜰리에 리옹 서울]

삼청동과 전농동의 숲속 도서관은 무엇보다도 주민의 일상생활에 스며든 작은 규모의 공공건축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동네 공원에 도서관과 카페 기능을 하는 공간이 들어서며 주민 공동의 아름다운 거실이자 사랑방, 그리고 서재가 탄생했다. 어린이나 노인 등 특정 대상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이용하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여기에 두 도서관의 공통점이 더 있다. 건축가 이소진(52·아뜰리에 리옹 서울 대표 )이 설계했다는 점이다. 
 
이소진은 소규모 공공건축 설계에 집중해온 건축가로 꼽힌다. 2012년 개관한 윤동주 문학관 리모델링 설계로 '젊은건축가상(2012)' '서울시 건축상 대상(2014)'을 받으며 건축계에서 크게 주목 받았고, 이외에도 서울 대청중 도서관(2010), 부산 신선초교 도서관(2011), 구 공원관리소를 주민들 공간으로 바꾼 서울 숭인공원 숭인재(2018) 등을 설계했다. 규모는 작아도 사용자들에게 큰 감동을 준 건축물들이다. 배봉산 숲속 도서관에서 그를 만났다. 
 
또 숲속 도서관을 설계했다. 
"공원 안에 카페를 겸한 도서관이라는 컨셉트, 주민들 누구나 이용하는 시설이란 점에서 매력적이고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운이 좋았다. 윤동주 문학관 설계로 주목받으면서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2014) 설계를 맡았다. 앞서 두 작업은 종로구 프로젝트였는데, 배봉산 도서관은 동대문구에서 의뢰해오며 작업하게 됐다."
 

재설계로 만들어낸 공동육아방 

도서관이면서 카페이기도 하다. 또 아래층엔 공동육아방도 있더라. 
"200평도 안 되는 면적이지만 도서관인 동시에 관리사무소, 공동 육아방 등을 갖춘 복합공간이다. 공동육아방은 원래 계획엔 없었는데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중에 추가돼 다시 설계해야 했다. 궁극적으로 공동 육아방이 생겨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런 건물은 프로젝트 참여자 공동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기획한 공무원, 이를 지원해준 관공서장, 설계 건축가, 시공에 참여한 사람들, 그리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협업으로 완성했다." 
 
설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정해진 환경 안에서 어떻게 자리 잡게 하느냐 하는 부분이었다. 이미 주민들이 다니던 길의 흐름도 될 수 있으면 건드리지 않고 원래 자리에 있던 나무도 다치지 않게 하고 싶었다. 나무들 사이에 건물을 살짝 집어넣는다는 생각으로 설계했다. 원래 처음에 요청을 받은 것은 지금의 놀이터 자리에 도서관이 들어서는 것이었는데 그보다는 약간 뒤로 물러나 앉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위치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소규모 프로젝트라서 건축가로서 이런 제안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 건축가로선 큰 보람이다."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건물처럼…

[진효숙 사진 작가 촬영]

[진효숙 사진 작가 촬영]

도서관 주변의 나무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은 그가 삼청공원 도서관, 숭인재 설계 때도 고집했던 원칙이었다. "새 건물이지만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어우러지게 하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그는 "나무들이 주인공인 공원에 도서관 건물이 배경처럼 앉길 바랐다"면서 "주변의 나무들이 결국 건물이 앉을 자리와 모양을 정해준 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에게 익숙한 산책로 흐름도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저층부엔 자연스럽게 길이 이어지도록 작은 골목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개방적이고 자유스러운 분위기도 두 도서관의 공통점이다. 친근하고 따뜻한 목구조에 자연채광을 충분히 살렸다. 주민들이 커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과 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나누어진 것도 눈길을 끈다.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도록 난방이 되는 좌식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도 닮았다. 
 

공공건축이 중요하다  

그동안 소규모 공공 프로젝트를 많이 해왔다. 공공건축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비록 작은 규모여도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이런  좋은 공간이 주민들의 경험치를 조금이라도 업그레이드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풍경은 건축가인 내게도 큰 감동이다. 유모차를 밀고 온 엄마, 근처 작업장에서 일하던 어르신이 와서 책을 뒤적이는 모습을 보며 내가 위안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엔 품격 있는 소규모 공공건축이 많지 않다. 왜일까.
"소규모 공공건축물은 가격 입찰로 건축가가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예산이 적으니 설계비가 적고 설계 기간도 짧다. 평균 이상의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많은 건축가가 공공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참여하지만 지속해서 하기엔 어려운 현실이다.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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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소진 제공]

[사진 이소진 제공]

이소진은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UPA7에서 건축사 과정을 거쳤다. 파리에서 10년간 작업하다가 2006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요즘 그는 어린이집과 정수장 리모델링, 캠핑장 시설, 온실형 정원지원센터 등을 설계하고 있고, 경북 영주시 새로운 녹지축 마스터플랜 작업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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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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