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초유의 ‘199 필리버스터’…직진이냐 우회로냐, 기로 선 민주당

“자유한국당도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일단 갈 길은 간다”며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선거법·공수처법 등) 처리를 자신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의 ‘벼랑 끝 전술’과 마주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29일 처리키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합의(지난달 25일)했던 비쟁점법안 등 199개 안건 전부에 필리버스터(filibuster·무제한 토론)를 요구하면서다. 갈림길에 선 민주당의 셈법과, 그에 따른 향후 시나리오를 국회법을 토대로 따져봤다.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하루 앞둔 그리고 패스트트랙 법안 중 검찰개혁 법안이 이틀 뒤 본회의에 부의되는 1일 오후 국회 정문에서 바라본 국회 본관 모습. [연합뉴스]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하루 앞둔 그리고 패스트트랙 법안 중 검찰개혁 법안이 이틀 뒤 본회의에 부의되는 1일 오후 국회 정문에서 바라본 국회 본관 모습. [연합뉴스]

①정공법 가능할까=정공법이란 한국당이 건 필리버스터 199개를 하나씩 깨는 ‘정면돌파’다. 시작은 민주당(129석)만으로도 가능하다. 필리버스터 시작 후 종결을 요구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1(현 의석수 기준 99석) 이상의 서명만 있으면 돼서다(국회법 106조의2 5항).

 
하지만 실제 종결에는 재적의원 5분의 3(현 의석수 기준 177석)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주당(129석)·바른미래당(13석·‘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제외)·정의당(6석)·민주평화당(4석)·민중당(1석)·무소속(17석) 전부를 합쳐도 역부족(170석)이다. 결국 변혁(15석)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각각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각각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변혁 소속의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합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변혁을 제외한 여야 4당과 대안신당(가칭)의 패스트트랙 ‘4+1’ 협의체가 못마땅해서다. 그는 지난달 27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무슨 권한으로 그런 모임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거론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정공법을 막는 또 다른 요인은 국회법 106조2 6항에 있다.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표결은 종결 요구 뒤 24시간이 지나야 가능하다. 한 건당 최소한 만 하루의 무제한 토론이 가능하도록 법이 설계돼서다. 회기가 종료되도, 법안 1건의 필리버스터만 종료될 뿐이다. 해당 법안은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하지만, 다음 안건의 필리버스터는 여전히 살아 있다.

 
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이 스스로 중단하지 않으면 최소 199일 간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에겐 실익이 없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1일 기자간담회에서 “필리버스터 안건 하나당 24시간 효력이 발동할 수 있어서 (재적의원 5분의 3 의결을 통한 종료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②우회로는 있나=우회로를 가리키는 이정표는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심사 중인 내년도 예산안에 있다. 국회법 제85조3 2항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 법안은 11월 30일까지 심사가 종료되지 않으면 다음 날(12월 1일)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국회의장이 각 3당 원내대표와 합의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는데,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난 합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려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는 야당의 본회의 불참으로 인한 의결정족수 미달로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의 제안설명을 끝으로 산회됐다. [뉴스1]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려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는 야당의 본회의 불참으로 인한 의결정족수 미달로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의 제안설명을 끝으로 산회됐다. [뉴스1]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헌법 54조 2항), 12월 2일이다. 민주당은 예산안 상정을 위한 본회의가 2일 이후 이른 시일 내 열릴 것으로 본다. 실제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해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 지나자 12월 3일 본회의를 열어 “의장이 아무런 조치도 없이 교섭단체 간 논의만을 바라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예산안을 상정하고 제안설명만 들은 뒤 산회를 선포했었다.

 
본회의가 열릴 경우 의사일정을 새로 작성해야 한다. 한국당이 지난달 29일 필리버스터를 요구했던 본회의 부의 안건 199건은 당일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상정조차 안 됐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의사일정 최우선순위(예산안 제외)는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등 어린이 생명 안전을 위한 비쟁점법안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서다. 필리버스터 우려도 없다.

 
패스트트랙 연착륙 우회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패스트트랙 연착륙 우회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다음 순위에는 패스트트랙 안건을 배정할 수 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 간 합의가 필요하지만, 문 의장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 한국당이 모든 패스트트랙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이론상으로는 20대 국회 내에 처리할 수 있다. 여야 4당이 지난 4월 22일 합의한 대로 선거법부터 상정된다면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해도 12월 10일까지만 할 수 있다.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도 종료돼서다(국회법 106조의2 8항).
 
이후 헌법 47조와 국회법 5조에 따라 재적의원 4분의 1(현 의석수 기준 74석)의 요구로 임시회를 소집할 수 있다. 이때, 본회의가 열리면 선거법은 지체 없이 표결 절차에 들어간다(국회법 106조의 8항).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임시회를 여러 번 개최해 필리버스터가 걸린 나머지 패스트트랙 안건도 처리할 수 있다. 임시회 기간은 수일 정도로 짧게 개최할 수 있다. 국회법 5조의2는 2월·4월·6월 1일과 8월 16일에 여는 임시회에 대해서만 기간을 정해놨을 뿐(30일간, 8월은 16일간)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정당 대표실에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최고위원(왼쪽부터),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정당 대표실에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최고위원(왼쪽부터),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후폭풍은 없나=통상 총선을 전후한 임시회는 출석률이 낮다. 우회로를 통해 20대 국회 내 처리를 노린다 하더라도, 표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가결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동 중인 여야 ‘4+1’ 협상에서 선거법·공수처법 단일안이 도출돼야 한다. 그러나 지역구 의석수 축소와 연동률을 두고 군소정당 간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해, 합의를 예단할 수 없다. 선거법이 부결되면 나머지 검찰개혁안의 가결도 불투명해진다.

 
패스트트랙 안건이 부결되면 안 그래도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란 오명을 쓴 20대 국회는 물론 집권 여당에게도 ‘무능’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을 표결로 통과시킨다고 하더라도, ‘게임의 룰’을 제1야당 없이 일방 처리했다는 비난 여론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총선 이후의 갈등 심화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준영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주의에서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패자가 패배를 인정하는 데서 나오는데, 이는 규칙에 대한 합의가 전제돼야 가능하다”며 “선거 결과가 한국당에 굉장히 안 좋게 나왔을 경우, 한국당과 그 지지층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한국 민주주의가 더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