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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위기 온다면 ‘회색코뿔소’일까 ‘검은백조’일까

기자
신성진 사진 신성진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57)

회색 코뿔소와 검은 백조. 우리가 겪는 경제적인 위기는 코뿔소와 백조 두 가지 동물로 표현됩니다. 회색 코뿔소는 세계정책연구소 소장인 미셸 부커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회색 코뿔소는 몸집이 거대해 멀리서도 잘 보입니다. 코뿔소가 달려오기 시작하면 그 엄청난 진동만으로도 코뿔소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뿔소가 달려오기 시작하면 그 속도와 그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당하고 맙니다. 마치 회색 코뿔소처럼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쉽게 알 수 있는 변화와 그 변화로 인한 위기가 있습니다.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매우 크지만, 사람들은 뻔히 보이는 데도 무시해 버리는 위험요인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위험이 현실화하면 다가오는 코뿔소처럼 통제할 수 없을 만큼의 커다란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쉽게 알 수 있는 변화와 그 변화로 인한 위기가 있다.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매우 크지만, 사람들은 뻔히 보이는데도 무시해 버리는 위험요인이 있다. [사진 pixabay]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쉽게 알 수 있는 변화와 그 변화로 인한 위기가 있다.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매우 크지만, 사람들은 뻔히 보이는데도 무시해 버리는 위험요인이 있다. [사진 pixabay]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전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조금 있으면 활력이 떨어지고 인구가 줄면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우리 자녀들의 시대를 생각해보면 아이는 없고 어른만 가득한 지하철과 텅 빈 학교, 노인대학으로 변한 대학교 등을 떠올리게 됩니다.
 
1500조 원을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부실한 은퇴준비 등도 회색 코뿔소의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 경제에서는 수많은 좀비기업, 은행들의 부실, 지방정부의 부정 등을 언급할 수 있습니다. 회색 코뿔소는 멀리서 보일 때 미리 준비하면 대비할 수 있지만 시기를 놓치면 흔히 말하는 위기인 블랙 스완보다 더 거대하고 두려운 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블랙 스완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뜻하는데요. 백조란 당연히 흰색이죠. 그런데 1790년 영국의 동물학자 존 레이섬이 호주에서 검은 백조, 흑고니를 발견합니다. 그래서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는 것’을 블랙스완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금융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7년 발간한 도서 ‘The Black Swan’이라는 책에서 ‘발생 가능성이 지극히 낮지만 일단 일어나면 예상치 못한 충격과 파급효과가 있는 것’으로 묘사한 이후 금융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영국의 브렉시트를 들 수 있습니다. ‘설마 그런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일어나는 것이죠.
 
금융 분야에서 '블랙 스완'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뜻으로 쓰인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영국의 브렉시트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진 pxhere]

금융 분야에서 '블랙 스완'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뜻으로 쓰인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영국의 브렉시트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진 pxhere]

 
2020년 위기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변화는 진행되고 있고, 위기는 왔다 가기를 반복할 것입니다. 예측 가능성에 따라 위기를 나누어 보지만 회색 코뿔소도, 블랙스완도 전조는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런 변화를 보면서 미래를 예측하고 위기에 대비한 투자를 하는데 세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가 투자에 실패했을 때, 어떤 선택을 잘못했을 때를 기억해 보면 아마도 세 가지 함정 중 하나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지혜로운 선택을 하고 싶지만, 기계가 아닌 인간인지라 늘 후회하고 안타까워하곤 하지요. 우리가 피해야 할 세 가지 함정, 하나씩 생각해 볼까요.
 
첫째, 탐욕은 늘 우리의 눈을 가립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주면서 주식 종목을 추천할 때, 아직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개발계획을 이야기하며 부동산을 소개할 때, 알 수 없는 언어로 100배, 1000배 수익이 가능한 코인을 추천할 때, 우리는 탐욕의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이번 한 번만 성공하면 되는데’, ‘정보만 정확하면 운명을 바꿀 수 있는데’라는 기대가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시간이 조금 흘러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런 어리석은 결정을 했는지 자신도 의아해할 만큼 멍청한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대부분 우리의 눈을 가리는 탐욕 때문입니다. 탐욕은 그것을 선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무언가에 온 마음이 집중되도록 해 위험과 기준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탐욕은 우리의 눈을 가려 위기와 변화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합니다. 땅을 치며 후회하지 않으려면 투자를 결정할 때 기회와 위험을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하고, 가능하다면 전문가와 함께 검증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입니다. 우리는 객관적일 수 없는 존재입니다. 정치적인 성향, 문화적인 성향 등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뚜렷한 편향을 가진 존재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선택한 것이 점점 좋아 보입니다.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자꾸 눈에 보이고, 그런 정보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탐욕이 이런 편향과 만나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곤 합니다. 내가 산 주식이 왜 오르는지에 대한 정보만 귀에 들리고, 내가 산 부동산값이 폭등할 수 있는 환경 변화만 눈에 들어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의 선택은 옳고, 부정적인 정보나 위험 경보는 잘못된 것이라고 치부해 버립니다. 세상의 변화에 대해 눈과 귀를 열고 어떤 변화가 생길지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유튜브 동영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영상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주면서 주식 종목을 추천할 때, 아직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개발계획을 이야기하며 부동산을 소개할 때, 우리는 탐욕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사진 pixabay]

누군가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주면서 주식 종목을 추천할 때, 아직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개발계획을 이야기하며 부동산을 소개할 때, 우리는 탐욕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사진 pixabay]

 
셋째, 크고 작은 위기는 늘 오가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겪은 최고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98년 IMF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3년이 지나기 전에 옛날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그때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은 회복과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위기의 시간에 공포에 빠지지 않았다면 누구나 부자가 될 기회를 가졌을 것입니다.
 
IMF 금융위기 때 은행 동기들과 주식투자에 대해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주식 전체를 다 팔아도 일본 NTT 한 회사도 못 살 만큼 주가가 빠졌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너무 많이 빠졌어. 지금은 주식을 사야 돼”라는 말을 했고, 모두가 이 말에 동의했지만 아무도 주식을 사지 못했습니다. 무서웠기 때문이죠. 2008년 금융위기 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은 적립식 펀드 투자를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난 후 “그때, 계속 투자했어야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지요. 주식이 폭락했을 때,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을 때, 환율이 폭등했을 때 공포에 빠지지 않았다면 참 좋았을 것입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위기에 공포에 빠지지 않는다면 참 좋은 일이 생길 것입니다. 회색 코뿔소든, 블랙스완이든 수많은 변화와 위기를 겪으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살아남으려면, 내 자산을 잘 지키려면, 탐욕에 빠지지 않으려고, 정보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면 공포의 시간에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쩌면 세상의 변화는 우리에게 큰 기회를 가져다줄지도 모릅니다. 그 기회를 잡으시면 좋겠습니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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