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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는 다 배고파야 하나요” 상업적 인디 지향하는 아도이

데뷔 2년 반 만에 첫 정규앨범 ‘비비드’를 발매한 아도이. [사진 엔젤하우스]

데뷔 2년 반 만에 첫 정규앨범 ‘비비드’를 발매한 아도이. [사진 엔젤하우스]

겉보기엔 아직 평온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듯한 팀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인디신에서는 이미 ‘대세’ 반열에 들어섰는데 대중과는 아직 만나지 못한. 4인조 인디밴드 아도이(ADOY) 역시 끓는점을 코앞에 둔 팀 중 하나다. 2017년 발매한 첫 미니앨범 ‘캣닢’을 시작으로 나오는 앨범마다 K인디차트 1위를 기록하고, 올해만 15번의 페스티벌 무대를 장식한 팀이니 말이다. 페스티벌마다 장르가 다르기 마련인데 이들은 부산 록페부터 그랜드민트까지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신스팝을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을 받아들인 덕분이다. 
 

각기 다른 밴드서 헤쳐 모인 외인구단
데뷔 2년 반만에 첫 정규 ‘비비드’ 발매
신스팝·힙합·왈츠 등 다양한 장르 오가
태국·일본 등 아시아서 K인디 인기 견인
“전곡 영어 가사, 젊은 층 이질감 없어”

지난달 22일 발매한 첫 정규앨범 ‘비비드(VIVID)’는 이 같은 실험 정신의 산물이다. 래퍼 우원재가 피처링에 참여한 타이틀곡 ‘포터(Porter)’부터 왈츠가 가미된 ‘스윔(Swim)’, 연주곡 ‘문댄스(Moondance)’ 등 통상 밴드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연속이다. 서울 홍대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기존에 아도이가 가진 청량함을 넘어설 수 있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며 “수록된 10곡의 색깔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앨범명도 ‘비비드’로 붙이게 됐다”고 말했다. 당초 여름 발매 예정이었던 앨범은 아시아 투어 일정에 밀려 다소 늦어졌지만, 계절과 무관한 싱그러움을 뽐낸다.  
 
반전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도이 결성 전 거쳐온 팀만 네댓개에 달하는 이들은 ‘커머셜 인디’ 같은 상반된 화두를 툭툭 던진다. 상업성과 독립성처럼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지속가능한’ 밴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스턴 사이드킥ㆍ스몰오로 활동했던 오주환(기타ㆍ보컬)은 같은 팀의 박근창(드럼)과 같은 회사에 있던 프럼 디 에어포트의 지(신시사이저)를 끌어들이고, 도나웨일ㆍ트램폴린 등을 거친 정다영(베이스ㆍ보컬)을 모셔왔다. “거칠게 때려 부수는 록도 해보고, 완전 포크도 해봤는데 돈은 못 벌었어요. 홍대에서만 인기가 있었지, 밖으로 나가면 듣는 사람이 없었던 거죠. 이번엔 진짜 많은 사람들이 듣는 음악을 해보고 싶었어요.”(오주환)  
 
아도이의 앨범 재킷은 아오키지(옥승철) 작가의 일러스트로 꾸며진다. 왼쪽부터 첫 미니앨범 ‘캣닢’, 두 번째 미니앨범 ‘러브’, 첫 정규앨범 ‘비비드’. [사진 엔젤하우스]

아도이의 앨범 재킷은 아오키지(옥승철) 작가의 일러스트로 꾸며진다. 왼쪽부터 첫 미니앨범 ‘캣닢’, 두 번째 미니앨범 ‘러브’, 첫 정규앨범 ‘비비드’. [사진 엔젤하우스]

그렇게 회사를 직접 꾸린 아도이의 지향점은 철저하게 ‘듣는 사람’을 향했다.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끌기 위해 아오키지(옥승철) 작가의 일본풍 애니메이션 작품을 앨범 재킷으로 사용했고, 듣는 순간 아도이의 음악임을 알아챌 수 있는 시그니처 사운드를 만들어 넣었다. 뿅뿅 거리는 신시사이저 소리와 함께 아도이의 세계에 한 번 입성하게 되면 몇 시간이고 그 안에서 떠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오주환의 반려묘 요다(YODA)의 이름을 거꾸로 붙인 밴드명이나 고양이가 좋아하는 풀(‘캣닢’)을 뜻하는 앨범명 같은 장치는 이들의 이야깃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줬다.
 
‘에버(Ever)’ 한 곡을 제외하면 여태껏 발표한 모든 곡이 영어로 쓰인 것도 방해가 되지 않았다. 도리어 팝인지, J팝인지, K팝인지 알 수 없는 초국적 성격이 해외에서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바탕이 되어줬다고 해야 할까. 그 역시 “처음부터 노린 것”이라고 했다. “받침이 없는 영어가 아도이의 멜로디에 더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젊은 세대는 국적과 무관하게 다들 팝송을 많이 듣기 때문에 낯설어하지 않는다”는 박근창의 설명이다. 지는 “태국 팬들이 특히 많은 편인데 아시아 인디신에서 공유하는 감성이 있는 것 같다”며 “품 비푸릿, 짐앤스윔 같은 팀과도 친해져 서로 공연 때마다 만난다”고 말했다.  
 
멤버들 모두 작사ㆍ작곡에 참여하지만 아도이만의 색깔을 만들게 된 것은 지의 공이 크다. 부모님을 따라 프랑스ㆍ미국ㆍ스위스 등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한 덕에 영어 작사를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 한국어 가사를 써오면 지가 영어로 재가공하는 식이다. 정다영이 “편곡도 지의 몫이다. 레이어를 겹겹이 잘 쌓는다”고 칭찬하자 지는 “소리보다 공기가 더 많이 들어간 보컬이 아도이의 특색”이라며 서로를 치켜세웠다. 최근 몇 년간 유행하고 있는 시티팝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것에 대해서는 “시티팝보다는 신스팝에 가까운데 데뷔곡 ‘그레이스’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답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아도이. ’처음엔 제작진이 영어 노래 부르는 밴드는 없다며 걱정했는데 벌써 4번이나 나갔다“며 ’선입견을 하나씩 깨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아도이. ’처음엔 제작진이 영어 노래 부르는 밴드는 없다며 걱정했는데 벌써 4번이나 나갔다“며 ’선입견을 하나씩 깨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KBS]

그럼 어느 정도 되면 “굶지 않고 음악 하는 밴드”가 될 수 있을까. ‘생생정보통’ 리포터부터 의류사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살려 회사 살림을 맡고 있는 오주환은 망설임 없이 “내수시장 기준으로 ‘찐팬’이 1000명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뭘 하든 쫓아오고 스스로 홍보대사를 자처해 주위에 퍼트려 주는 사람들”을 ‘찐팬’이라 정의했다. “애초에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이 없었으면 데뷔 앨범도 못 내고, CJ문화재단 지원이 없었으면 단독 콘서트나 해외 투어도 힘들었을 거예요. 손익분기점(BEP)을 맞추지 못하면 계속할 수 없잖아요.” 박근창은 “밴드 하면서 주방 일을 오래 했는데 그래도 이제 칼은 취미로만 잡게 됐다”며 웃었다.
 
CJ의 뮤지션 지원 프로그램인 ‘튠업’ 동창인 오존ㆍ죠지와 함께 하는 ‘존죠아’ 콘서트(6~8일)를 시작으로 앞으로의 계획도 촘촘히 준비돼 있다. 오주환은 “올해는 예스24라이브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했으니 내년은 핸드볼경기장이 목표”라며 “2월부터 아시아ㆍ미주ㆍ유럽 투어도 준비 중이다. 그쯤 되면 페스티벌 무대도 환한 낮 말고 어두운 밤에 설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롤모델로 혁오를 꼽았다. “내년 월드투어 공연이 44회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멋있는데 잘하기까지 하잖아요. 항상 한발씩 앞서 나가는 느낌도 있고. ‘무한도전’은 없어졌으니 ‘나 혼자 산다’라도 나가야 하나 섭외도 안 왔는데 저 혼자 고민 중이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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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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