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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칭] 돈이 돈을 버는 게 맞나봐, 시크릿 세탁소

시크릿 세탁소   [IMDB]

시크릿 세탁소 [IMDB]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크릿 세탁소>를 처음 알게 된 건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다. ‘역시 이번에도 베니스는 새로운 플랫폼 영화에 관대하구나’ 생각이 든 동시에 배우들을 보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메릴 스트립, 게리 올드만, 안토니오 반데라스, 샤론 스톤 등 할리우드 굵직한 배우들의 총출동. 일단 퀄리티 높은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 몰려오지 않나.     


이런 사람에게 추천
왕년에 한 가닥씩 했던 배우들의 연기합이 궁금하다면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이런 사람에겐 비추천
경제 관련 어려운 전문용어들 피곤해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원한다면

 #돈세탁의 실체를 밝혀라
남편을 사고로 잃었는데 보험금은 턱도 없다. 분노에 휩싸인 그녀는 맹렬한 추적 끝에 갑부들을 위해 현금을 세탁하는 파나마의 변호사 들을 찾아낸다.  [사진 IMDb]

남편을 사고로 잃었는데 보험금은 턱도 없다. 분노에 휩싸인 그녀는 맹렬한 추적 끝에 갑부들을 위해 현금을 세탁하는 파나마의 변호사 들을 찾아낸다. [사진 IMDb]

<시크릿 세탁소>의 원제인 ‘The Laundromat’의 뜻은 ‘빨래방’. 그러나 영화가 말하는 세탁은 더러운 옷을 빠는 게 아닌 불법적으로 얻은 자본을 합법적인 자본으로 조작하는 ‘돈세탁’을 의미한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제이크 번스타인의 2017년작 『시크리시 월드: 자본가들의 비밀 세탁소』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파나마 페이퍼스’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2016년 4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존 도’라는 익명의 유포자가 넘긴 1150만 건에 달하는 조세회피처 자료를 폭로했다. 파나마의 최대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의 기밀 자료를 분석한 이 자료를 통해 그동안 철저하게 은폐돼 있던 전 세계 부유층이 어떠한 방법으로 천문학적인 세금을 탈루하고 불법적으로 자금을 축적할 수 있었는지가 세상에 공개된 것.

아프리카, 멕시코, 파나마, 중국 등 가진 자들이 부를 축적하기 위해 공정치 못한 행위들을 공공연하게 자행하는 모습에선 욕망과 탐욕이 이글거리는 부패한 민낯을 목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있는 놈이 더하다’는 말이 딱이다.

#재미있게 풀어놓은 금융 교과서
개리 올드만과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카메라를 쳐다보며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돈세탁’의 개념을 관객에게 설명한다. [사진 IMDb]

개리 올드만과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카메라를 쳐다보며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돈세탁’의 개념을 관객에게 설명한다. [사진 IMDb]

영화는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을 매우 직접적으로 다루는데 말만 들어도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5가지 섹션으로 나누는 형식으로 풀어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표적>(1998) <에린 브로코비치>(2000) <트래픽>(2000) <오션스> 시리즈 등으로 천부적 이야기꾼 면모를 선보인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때로는 묵직하게 또는 유머러스하게 승화시키며 몰입을 높인다.

먼저 오프닝부터 돈세탁을 해주는 교활한 변호사 모색(개리 올드만)과 폰세카(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먼 과거부터 현재까지 거슬러 올라오며 ‘화폐’가 만들어진 과정을 말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어 세무조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해외 유령회사 설립 등의 돈세탁 방법을 보여준다. 배우가 직접 카메라를 바라보며 대사를 치는 연출 방식 때문인지 어느 순간 조세피난처의 개념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또한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엘렌 마틴(메릴 스트립)을 다루는 방식도 독특하다. 그녀는 결혼 40주년 기념 여행에서 선박사고로 남편을 잃지만 가진 이들이 만들어 놓은 유령 보험 회사 때문에 제대로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분통이 터지고 어이없는 상황에 처한 엘렌은 포기하지 않고 이 사건에 집착하며 추적 끝에 부자들을 위해 현금을 세탁하는 변호사의 존재를 찾아낸다.

영화는 전 세계 부유층이 어떠한 방법으로 천문학적인 세금을 탈루하고 불법적으로 자금을 축적할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사진 IMDb]

영화는 전 세계 부유층이 어떠한 방법으로 천문학적인 세금을 탈루하고 불법적으로 자금을 축적할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사진 IMDb]

재미있는 건 영화가 엘렌의 시점으로만 이야기를 진행시키진 않는다는 것. 거대한 범죄의 실마리를 한사람이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야기 속 등장인물을 통해 지금도 자행되고 있을 많은 사회적인 문제들을 풍자한다. 이 때문에 반전이 더욱 놀랍게 다가온다. 반전이 있기 전까진 엘렌은 그저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노인이었으니까.   

#과연 세상은 바뀔 수 있을까
정보 유출로 인해 위법을 저지른 이들이 법의 심판을 받고, 그것을 도와준 이들도 타격을 입는 통쾌한 결말을 기대했지만 영화를 다 보면 그리 썩 개운하진 않다. 실제 두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인해 수감되지만 단 3개월 만에 풀려난다.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법률을 악용해 세금을 내지 않는 기업들, 그리고 그런 관행을 계속 유지하게 만드는 정치를 개혁하자는 것. 평범한 이들의 관심이 무뎌졌을 때 어디선가 또 다른 형태의 그들만의 조세회피는 계속 이어질 테니까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교회에서 기도하는 속마음이 공감된다. “이런 질문은 좀 그렇지만 알고 싶네요. 정확히 언제쯤이면 온유한 자들에게 이 땅이 돌아갈까요…번개가 나는 피해 가고 저들에게만 내리꽂히기를…”.  [사진 IMDb]

영화의 마지막 교회에서 기도하는 속마음이 공감된다. “이런 질문은 좀 그렇지만 알고 싶네요. 정확히 언제쯤이면 온유한 자들에게 이 땅이 돌아갈까요…번개가 나는 피해 가고 저들에게만 내리꽂히기를…”. [사진 IMDb]

엘렌에서 배우 메릴 스트립으로 돌아온 그는 말한다.

“자 이제 진정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의문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하면 돼요. 탈세는 절대 못 막을 겁니다. 고위 공무원들이 잘난 이들에게 돈을 바라는 한은 안 돼요. 탈세 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사람들이잖아요. 그 어떤 부류보다 의지가 강하죠. 이런 정치 관행이 너무 깊이 고착돼 있어요.” 

그리고 그는 자유의 여신상을 연출하며 외친다. “미국은 썩어빠진 선거 자금 조달 시스템을 당장 개혁하라!”   

글 by 이지영 기자(쪙이). ‘영화’로운 삶을 꿈꾸는 중. 잡식성 수다쟁이 


제목  시크릿 세탁소(The Laundromat, 2019)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메릴 스트립, 게리 올드만,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평점  IMDB 6.3 에디터 쫌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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