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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된 사과밭, 복구에 1000만원" 농민이 받은건 지원금 100만원뿐

지난 27일 찾은 경북 영덕군 창수면 논. 태풍 미탁으로 쓰러진 벼들은 수확을 못해 방치돼 있고 물에 휩쓸려 온 나뭇가지와 쓰레기 더미가 논 곳곳에 보인다. 영덕=백경서 기자

지난 27일 찾은 경북 영덕군 창수면 논. 태풍 미탁으로 쓰러진 벼들은 수확을 못해 방치돼 있고 물에 휩쓸려 온 나뭇가지와 쓰레기 더미가 논 곳곳에 보인다. 영덕=백경서 기자

“10월 초 태풍 ‘미탁’이 왔을 때 마을 앞 제방이 무너지면서 강물이 논으로 쏟아졌습니다. 벼 수확도 못 한 논에 60㎝의 뻘(펄)까지 형성됐는데 올해는 그렇다 치고 내년 농사는 어떻게 지어야 할지….”
 

두 달 전 태풍 '미탁' 피해 입은 농가
벼는 논에 그대로…썩은 사과 뒹굴어
물 빠지며 진흙 쌓여 내년 농사도 걱정
농민들 "피해 커…현실적인 지원 부탁"

경북 영덕군 창수면 인량마을 일대에서 농사를 짓는 박장원(59)씨의 말이다. 지난달 27일 마을 앞에서 만난 그는 초토화한 20만㎡의 논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마을에서 직선거리로 270m 정도 떨어진 제방은 박씨의 말처럼 일부 붕괴한 상태였다. 마을과 제방 사이에 있는 논에는 수확하지 못한 벼가 쓰러진 채 흙에 파묻혀 있었다. 마저 치우지 못한 페트병 등 각종 쓰레기와 나뭇가지들도 논에 쌓여 있었다.  
 
이는 지난 10월 2~3일 영동·경북 지역을 강타한 제18호 태풍 미탁의 잔해다. 최대 누적 강우량을 기록한 울진군에는 이틀간 556㎜, 인근 영덕군에는 389㎜에 달하는 물 폭탄이 떨어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태풍 미탁으로 인한 피해액이 경북에만 1118억원에 달한다. 이어 강원 322억원, 전남 107억원 등이다.  
 
박씨는 “지금 물 빠진 논에 진흙이 60㎝ 높이로 차 있다”며 “태풍이 지나간 뒤 쓰러진 벼를 수확하려고 했다가 기계가 펄에 끼여 고장 나는 바람에 포기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27일 찾은 경북 영덕군 영해면의 사과밭. 물이 찼다가 가라앉으면서 뻘밭이 형성돼 있고 썩은 사과가 나뒹굴고 있다. 태풍 미탁으로 물폭탄이 떨어져 저지대인 사과밭에는 3m 높이까지 물이 찼다. 영덕=백경서 기자

지난 27일 찾은 경북 영덕군 영해면의 사과밭. 물이 찼다가 가라앉으면서 뻘밭이 형성돼 있고 썩은 사과가 나뒹굴고 있다. 태풍 미탁으로 물폭탄이 떨어져 저지대인 사과밭에는 3m 높이까지 물이 찼다. 영덕=백경서 기자

인근 영해면의 사과밭 상황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1만1500㎡의 사과밭에는 썩은 사과 수천개가 떨어져 있었다. 마찬가지로 펄이 쌓인 땅 곳곳이 갈라지고 발이 빠져 들어가기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20년간 영덕에서 사과 농사를 지었다는 백상원(47) 자연농원 대표는 “인근 묘곡저수지에서 태풍으로 불어난 물을 방류하면서 강물이 차올라 저지대인 사과밭으로 쏟아졌다”며 “3m 높이 가량 침수되자 바로 옆 외국인 근로자 숙소에선 119구조대원들이 보트를 타고 와 사람들을 구조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백씨는 태풍 후 3일 뒤에야 사과밭을 찾을 수 있었다. 상황은 처참했다. 사과나무는 쓰러져 있었고 사과는 대부분 낙과했다. 그나마 나무에 달려 있던 일부 사과를 수확한 백씨는 능금농협에 18㎏당 8000원에 수매했다. 평소라면 4만5000원(하품 기준)을 받아야 한다. 백씨는 “올해 매출이 평소의 절반도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백씨가 받은 재난지원금은 농약값 100만원이 전부다. 벼농사를 짓는 박씨는 660㎡당 30만원의 지원금을 받기로 했다. 영덕군은 최근 행정안전부의 재난지원금 20억원을 태풍피해를 본 농가 1121가구에 나눠 지급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말 그대로 지원금이기에 농가가 피해를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알고는 있지만, 더는 지원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지난 10월 3일 오후 경북 울진군 매화면 금매리에서 태풍 미탁 영향으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 앞 도로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가 토사에 파묻혀 있다. [뉴스1]

지난 10월 3일 오후 경북 울진군 매화면 금매리에서 태풍 미탁 영향으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 앞 도로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가 토사에 파묻혀 있다. [뉴스1]

내년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 농민들은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백씨는 “사과나무 밑동이 펄에 잠기면 제대로 영양분을 빨아들이지 못해 하루빨리 이를 들어내야 내년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며 “정부에서 펄을 치워주거나 공공기관에서 사과를 소비하는 등 도울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 
 
벼농사를 짓는 박씨도 “지난 4일 영덕군청에 농민들이 농작물 포기각서까지 내면서 펄을 치우는 것만이라도 군에서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재난지원금을 주기에 이중지원이라며 안 된다더라”며 “펄을 치우는 데만 1000만원이 넘게 들어갈 것 같은데 정부에서 도와달라”고 했다.  
 
권수경 한국농업경영인 울진군연합회장은 “지금 정부에서 단순히 지원금만 주고 끝나는데 이럴 게 아니라 논밭을 복구할 수 있는 장비를 일괄 지원해서 피해 농민들의 내년 농사를 도와야 한다”며 “피해는 심각한데 농민들이 직접 해결하기엔 역부족이기에 현실적인 피해 복구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덕=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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