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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지원금, 정시 지원금 둔갑···수백억 돈줄 쥔 교육부 모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2023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위주의 정시전형으로 40% 이상 선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2023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위주의 정시전형으로 40% 이상 선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뉴스1]

교육부가 28일 2023학년도까지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정시모집 비율을 40% 이상으로 늘리도록 권고함에 따라 대입이 급변하게 됐다. 이들 대학은 현재 2021학년도 모집 계획까지 발표했는데, 2년 만에 많게는 20% 이상 정시 비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들이 교육부의 '권고'를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재정 지원을 미끼로 한 압박 때문이다. 교육부는 28일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16개대의 경우 '정시 비율 40%'를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자격 요건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시 40%'를 달성 못한 대학은 이 사업에 지원조차 할 수 없다는 뜻이다.
 

10년간 학종 지원, 하루아침에 '정시 지원책'

원래 이 사업은 입학사정관제(현재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면서 만든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이 전신이다. 대학에 입학사정관 인건비를 지원해 입학사정관제의 확대·정착을 돕겠다는 취지였다. 
 
입학사정관제가 학종으로 이름을 바뀌면서 사업 명칭도 변화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학이 수능이나 논술보다는 학생부 위주의 선발을 강조하는 취지는 유지돼왔다. 학생부 위주 선발이 고교 교육을 정상화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서 교육계에서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자격 요건으로 정시 확대를 내건 것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교실을 문제풀이 위주로 만드는 수능 전형을 확대한 대학이 어떻게 고교 교육에 기여한 대학이라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도 정시 확대가 고교 교육에 어떻게 기여하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다.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지금 상황에서 (정시 확대가) 고교 교육 정상화냐 아니냐는 판단할 수 없다. 이번 조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명칭을 포함해 지표, 내용 등을 전면 재설계한다는 방침이다.
 

등록금·구조개혁·입시도 재정 지원을 미끼 삼아  

올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552억원을 68개 대학에 나눠 줬다. 서울대가 20억원, 경희대가 16억원 등을 받았다. 대학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평균 8~9억원 정도 받았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에겐 적지 않은 금액이다. 교육부는 내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예산을 260억원 정도 증액한다. 정부 방침을 따를 경우 받을 '당근'을 더 키운 셈이다.
 
교육부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정시 40% 확대 방안을 규탄하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정시 40% 확대 방안을 규탄하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재정 지원을 미끼로 대학을 움직이는 사례는 입시 정책뿐만이 아니다.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은 국가장학금 지원에서 배제하고 있다. 대학 구조개혁 정책도 정부 평가에 참여하지 않으면 각종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재정 지원 배제 뿐 아니라 정부에 '찍히는' 것 자체가 두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최근 교육부가 대학들에 전방위 감사를 펼친 것을 보면 정시 확대를 따르지 않을 경우 생기는 불이익은 금전적인 것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대학 처장급 교수도 “정부가 당장 1~2년 내로 전형별 비율을 바꾸라는 것을 보면, 대학 자율권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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