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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한국 대학은 16개면 충분한가

강홍준 사회 에디터

강홍준 사회 에디터

교육부가 28일 전국 4년제 대학 16곳을 콕 찍었다. 앞으로 대입 정시모집 선발비율을 40%까지 높이라고 요구했다.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3학년도 대입까지 단계적으로 수능 선발 비율을 올려야 한다.  
 

교육부가 정시 40% 확대 요구 대학
천안권까지 학생 미달 현실 보여줘

한국의 4년제 대학 수는 총 203개(사이버대학 제외)다. 그중 16개를 고른 근거가 뭔지 궁금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엔 ‘학종(학생부종합전형)· 논술위주전형의 모집인원이 전체 모집인원의 45% 이상인 서울 시내 대학’으로 돼 있다. 교육부는 학종을 대표적인 불공정 전형으로 보고 있고, 45% 이상은 쏠림을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간주한 것 같다. 그런데 ‘서울 시내’라는 기준은 왜 들어간 걸까.  
 
교육부가 지난해 국가교육회의의 대입개혁특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학년도 학종 선발비율이 전체 모집인원의 50%를 넘는 대학 15곳 중 서울 소재 대학은 단 두 곳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지방 국립·사립대였다. 게다가 16개 대학에 포스텍(옛 포항공대)은 빠져 있다. 포스텍은 학종 선발 비율이 100%다. 포스텍의 김도연 전 총장은 학종 비율을 줄이라는 요구에 대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학종 100% 선발 방식을 바꿀 수 없다”고 정책을 고수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이번에 포스텍을 예외로 인정한 점에 대해 “지방 소재 대학은 지역 인재를 키우는 차원에서 별도 선발이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학종 혜택을 주로 본 대학이 서울 시내 16개일까. 오히려 지방 국립대·사립대가 수시모집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건 명백한 팩트다.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가 수시모집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모집난에 있다. 어떤 식으로든 수시모집으로 학생을 잡아두지 않으면 학생들이 서울로, 수도권으로 다 넘어간다. 사실 지방 국립·사립대는 수능 위주로 뽑는 정시모집 전형을 늘리려고 해도 그럴 처지가 되지 못한다. 수능 성적으로 전형하는 정시모집이 시작되면 지역 학생들은 이미 다 떠난다.  
 
서울 시내 대학의 한 관계자는 “3년 전에 천안권 대학에서 신입생 미달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수원 방어선이 뚫릴 것이고, 내년에는 안양권까지 뚫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을 닫는다고 하는 말은 이제 대학가에선 농담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대학 붕괴의 초침이 서울 등 수도권 대학에도 점점 또렷하게 들려온다.
 
16개 대학의 ‘2019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순위는 서울대(1위)·성균관대(2위)·한양대(3위) 등 대체로 상위권을 차지한다. 물론 서울여대 같은 예외가 16개 대학 명단 안에 있다. 이에 비해 거점 국립대의 순위는 올해 최악의 수준이다. 연세대·고려대 진학할 바엔 차라리 국립대 가겠다는 자부심 넘쳤던 부산대(18위)·전북대(20위)·경북대(23위)·전남대(25위) 등은 서울 시내 대학에 한참 밀려 있다. 이런 순위가 맞는지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거점 국립대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지방 대학이 안으로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실적이 뛰어난 교수들은 서울 시내 대학으로 스카우트돼 이동하고, 학생들은 망연자실해 한다. 석·박사 같은 대학원생을 키울 수 없는 대학들도 상당수다. 이공계열 연구실은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모두가 서울로 모일 때 교육부의 대학 정책도 서울 소재 대학 위주이고, 교육부가 규제하려는 대상도 서울 소재 대학에 쏠려 있다. 지방에서 학종으로 45% 이상을 선발해도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한국 대학은 16개면 충분한가.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국립 거점대학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대안도 고민해줬으면 한다.
 
강홍준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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