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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호의 시시각각] 황교안, 단식 후 또 버려야 산다

신용호 논설위원

신용호 논설위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8일 만에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의식을 찾은 후 "단식장에 다시 가겠다”고 했지만 주변에서 말렸다.  
 

단식은 곡기만 끊는 게 아니다
죽을 각오라면 비울 수 있어야
그래야 중도층이 당을 쳐다봐

지난 22일 오후, 청와대 앞 단식장을 찾았다. 단식 사흘째였다. 한산했다. 분수대 앞 광장 가운데에 덩그러니 그가 앉았다. 수 십명 정도의 지지자들이 보였고 가끔 한두 명이 “힘내세요. 황교안”을 외치는 평범한 단식장이었다.
 
단식 일주일을 넘긴 지난 27일 오후는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수백명으로 늘어난 지지자들이 “사랑해요. 황교안”을 연이어 외쳤고 주변은 시끌벅적했다. 단식장도 광장 가운데에서 청와대 사랑채 옆 몽골식 텐트로 옮겨갔다. 지지자들이 부르는 찬송가가 끊이지 않았다. 지지자들이 응원 문구를 쓴 분홍색 리본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벽에 달렸다. 단식장이라기보단 집회장 같았다.
 
단식이 길어지며 정치권의 관심도 커졌다. 이해찬(민주당)·손학규(바른미래당)·심상정(정의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이 그를 찾았다. 공천기획단이 ‘물갈이 50%’를 발표했지만, 의원들은 반발도 못 했다. 여당도 “선거법은 합의 처리를 해야 한다”(이해찬)며 한국당을 의식했다. ‘투 블록 삭발’에 이어 ‘지르기 단식’도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가져왔다. 황교안 리더십에 대한 의심도 어느정도 불식시켰다. 흩어진 집토끼, 즉 보수 지지층의 관심도 커졌다.
 
그러나 단식장에서 한국당이 넘어야 할 한 단면도 봤다. 지지자들은 “심상정 물러가”를 외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계속 울려 퍼진 찬송가 소리는 단식장을 종교 단체 행사장처럼 느끼게 했다. 태극기 부대도 연상됐다. 극보수의 그림자가 너무 짙었다. 황교안이 단식에 들어가며 “당의 혁신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했다. 혁신된 당의 모습이 극보수는 아닐 거다. 황교안의 단식을 지지하고 싶은 젊은이들과 중도 성향의 사람들이 주변에 머물래야 머물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는 비단 단식장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당은 올해 욕설·막말, 5·18 폄훼 등으로 부정적 기억들을 국민에게 크게 각인시켰다. 최근엔 박찬주의 ‘삼청교육대’ 발언으로도 곤욕을 치렀다. 모두 ‘꼴통 보수’의 그늘이다. 황교안의 단식은 이런 벽을 넘는 동력이 돼야 한다. 단식을 통해 지지층 다지기에 자신감이 생겼다면 이제는 외연 확대가 정답이다. 그러기 위해선 황교안의 쇄신과 보수 통합은 중도층 잡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의지는 상당해 보인다. 황교안은 당 혁신을 다짐하며 “저를 내려놓겠다. 국민 눈높이 이상으로 처절하게 혁신하겠다”고 약속했다. 27일 단식장에서 만난 한국당 인사는 대화 중 황교안이 자신에게 한 말을 전했다. 20일 단식을 시작하던 날 아침, “혹시 내가 잘못될 수도 있겠지”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었더니 이번에도 “그래도 할 수 없겠지”라고 했단다. 이 측근은 “그 말을 들으며 자신은 희생할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를 느꼈다”고 했다.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간 다음 다시 단식장에 가겠다니 그에게 일관성은 있다.
 
그렇다면 실행이 문제다. 각오야 그럴지라도 집권당을 상대해야 하는 총선은 만만치가 않다. 당장 당의 기득권 구조를 혁파하고 새 비전을 세우는 게 각오대로 쉽게 풀리지 않을 거다. 그러려면 우선 자신을 버려야 한다. 총선에서 자리를 얻으려 하면 안 된다. 불출마를 선언하든 극단적 험지 출마를 천명해야 한다. 그래야 통합과 쇄신에서 그의 말이 먹힐 거다. 단식에 들어가 몸져 누우니 물갈이 50% 방침에도 아무 말 못 하는 게 한국당 의원들이다.
 
단식은 단순히 곡기를 끊는 게 아니다. 죽음을 불사할 정도의 의지라면 욕심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채우려면 비워야 한다. 단식은 모든 한국당 의원들의 기득권 끊기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중도층이 그나마 한국당을 바라볼 게다. 보수가 살 길이다.
 
신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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