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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없는' 가명정보 활용 두고 논쟁…지상욱 대 나머지 누구 말이 맞나

유동수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안,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을 안건으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유동수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안,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을 안건으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가명(假名)정보’의 활용도 당사자 동의를 받아야 할까. ‘데이터 3법’의 한 축인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국회 정무위 법안 심사 과정에서 최근 벌어진 논쟁이다. 개정안은 ‘가명 처리’된 신용정보를 주체 동의 없이 상업·연구·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상욱 “가명 뿐 아니라 동의 없이 실명정보도 제공”

 
이번 법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데이터는 미래의 석유”라고 강조한 뒤 그해 11월 여당(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해 무난한 처리가 예상됐지만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26일 열린 법안1소위 회의에서 “엄격한 보호장치 없이 법을 통과시키는 건 헌법가치 훼손”이라고 막아서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지 의원이 나머지 소위 위원 11명 전부(민주당 5명, 한국당 5명, 비교섭단체 1명)와 맞붙는 구도다. 
 
지상욱의 관점
이번 논쟁의 핵심적 주제는 ‘가명정보’다. 가명정보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구성된 각종 신용정보 조합에 가명처리를 해 누군지 식별할 수 없도록 하는 개념으로 이번 법안 개정안에서 처음 도입됐다. 당사자 동의 없이도 금융분야의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안전핀’이다.
 

지상욱 의원은 그러나 “가명정보 역시 당사자가 동의할 경우에 한해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산부인과, 정신과, 성형외과 등 (진료) 정보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취지다. 가명정보에 추가정보가 더해져 실명정보로 전환·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제한 것으로 “유럽에서는 가명정보라고 하더라도 학술·통계 목적으로만 사용하지 돈벌이에 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참여연대 역시 “개인정보의 동의 없는 수집·활용은 개인의 정보 자기결정권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나머지 11명의 관점 
개정안에도 위험성을 염두에 둔 관리방안이 군데군데 담기긴 했다. ①가명조치에 사용한 추가정보는 분리 보관 또는 삭제 ②기술적·물리적·관리적 보안대책을 수립·시행 ③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게 된 정보는 즉시 삭제 ④가명조치한 날짜·정보·사유 등 기록을 3년간 보존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게 가명정보를 처리한 경우, 전체매출액의 100분의 3 이하에 해당하는 과징금.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도 있다.
 
국회 정무위의 한 관계자는 이런 내용을 언급하며 “당사자 동의를 전제하자는 지 의원의 주장은 ‘적기조례(Red Flag Act)’와 다를 바가 없다.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은 포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기조례는 1865~1896년 영국에서 시행된 세계 최초의 도로교통법이다. 마차 사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최고속도를 시속 3㎞로 규정해 시대착오적 규제의 대명사로 꼽힌다.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사전 동의를 모두 받아야 한다는 건 세계적으로 봐도 상당히 치우친 관점”이라며 “리스크를 잘 관리하자는 게 애초 법안의 취지”라고 말했다.  
 

가명정보의 개인 식별 가능성 등 기술적 논쟁에 대해서도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조성준 서울대 데이터마이닝센터장(산업공학과 교수)은 “전세계적으로 100% 완벽한 비식별화 방법은 안 나와 있지만 99.9%는 비식별화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가명정보 활용 시) 혹시라도 오남용이 있을 수 있으니 쓰지 말자는 주장은, 부작용이 있으니 약을 먹지 말자는 것이다. 원천봉쇄하자는 건 시대착오”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 [연합뉴스]



지상욱 “가명 뿐 아니라 동의 없이 실명정보도 제공”
지상욱 의원은 27일 추가 문제도 제기했다. “법률 개정안을 검토해보니, 가명정보 뿐 아니라 소득·재산 등 실명정보를 동의 없이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지 의원이 문제 삼은 조항은 공공기관이 신용정보집중기관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한 신용정보법 23조2항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공공기관에 국세청 등이 추가된 걸 문제 삼았다. 지 의원은 개정안으로 인해 ‘소득세, 재산세, 4대보험’  등의 정보가 실명제공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관계 부처들이 동의 없는 실명 정보 제공을 법안에 반영하지 않기로 해놓고 실명정보를 제공하는 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일종의 사기극이란 취지다. 지 의원은 “지난달 24일 법안소위에서 위원장의 재검토 지시 후, 지난 1일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통해 이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는데 21일 갑자기 다시 등장했다”며 “소득세, 재산세, 4대보험과 관련한 실명정보를 가명정보라고 거짓 설명해 화를 낸 적도 있다”고 했다. 반면 법안을 발의한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반드시 실명정보 형태의 공공정보가 제공되는 게 아니라 시행령에 따라 부처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해명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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