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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은 끝까지 배 지키다가···창진호 생존선원 한밤 사투 3시간

숨진 선장, 마지막까지 조타실서 "SOS"

25일 제주 마라도 남서쪽 해상에서 장어잡이 어선 창진호(24t)가 전복돼 제주해경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청]

25일 제주 마라도 남서쪽 해상에서 장어잡이 어선 창진호(24t)가 전복돼 제주해경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청]

“배가 뒤집어질 때는 해가 뜨지 않았어요. 바다에서 부표를 잡고 버틴 지 얼마가 지나자 해가 떴습니다. 구조된 후 시계를 보니 9시 5분쯤 됐더라고요”

창진호 선원들, 구명환 등 부표 잡고 구조돼
제때 펴진 구명벌, 구명조끼 덕…10명 구조
선장 등 3명, 병원 옮겼지만 숨져…1명 실종

 
지난 25일 제주 마라도 해역에서 전복 사고가 난 24t급 어선 창진호의 생존자 증언이다. 장어잡이 어선인 이 배의 기관사 이모(39)씨는 “전복 후 3시간가량 목숨을 건 사투를 했다”고 말했다. 
 
제주해경에 따르면 창진호가 전복된 건 오전 6시 40분쯤으로 추정된다. 선장이 배가 침수되고 있다는 신고를 한 6시 5분에서 35분이 흐른 뒤 배가 뒤집혔다. 선장 황모(61·경남)씨는 배에서 전복 직전까지 버티다 인근의 선박과 “배가 넘어갈 것 같다”며 마지막 교신을 했다.
 
마지막 교신 시각과 이씨 등의 진술을 종합하면 이 배의 선원들은 해경에 구조되기까지 2시간 30분 이상을 바다에 떠 있었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거친 파도 속에서 2~3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구명조끼 덕분이다. 
 
여기에 배가 전복되며 구명벌(무동력 구명보트)이 자동으로 펼쳐진 데다 배에 있던 구명환(튜브) 등이 바다 위에 떠 있어 선원들이 목숨을 건졌다.
 
세월호 사고 후 해양수산부가 구명벌(구명보트) 작동 시연을 하는 모습. 창진호 선원들은 제때 펼쳐진 구명벌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중앙포토]

세월호 사고 후 해양수산부가 구명벌(구명보트) 작동 시연을 하는 모습. 창진호 선원들은 제때 펼쳐진 구명벌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중앙포토]

"아, 이제 죽는구나" 바다 휩쓸려  

“배에 구명벌이 하나 있어요. 처음부터 구명벌을 작동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는데 터지지 않았어요. 그 순간 바다에 휩쓸렸는데 '아, 이제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죠”
 
이씨는 구명벌이 수동으로 펴지지 않자 바다에 떠 있던 구명환을 잡고 버텼다. 당초 이씨가 수동으로 펼치려 다 실패한 구명벌은 배가 전복된 후 자동으로 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본 선원 중 4명은 곧바로 구명벌에 올라탔다. 구명벌은 비상탈출에 대비해 어선에 탑재한 둥근 모양의 구조용 보트다. 동력원이 있는 구명정과는 달리 구명벌은 동력이 없으나 여러 명이 올라타 구조를 기다릴 수 있도록 한 장비다. 물에 가라앉더라도 일정한 수압이 되면 수압분리계가 작동해 자동으로 펴지게끔 설계된 게 특징이다. 
 
이후 사고 해상에 도착한 5000t급 경비함정은 오전 7시55분께 선원들이 탄 구명벌을 발견해 구조에 나섰다.
 
2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해상에서 승선원 14명을 태운 어선(24t)이 조업 중 전복됐다. 이날 구조된 창진호 선원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해상에서 승선원 14명을 태운 어선(24t)이 조업 중 전복됐다. 이날 구조된 창진호 선원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생존선원들 “부표 잡고 일출보며 버텨”

이후 파도에 떠밀려간 이씨 등 5명은 구명환을 잡고 의지했다. 선원 몇 명은 구명동의에 의지해 바다에 떠 있다 구조됐다. 선원 14명 중 이씨 등 10명이 목숨을 구한 순간이었다. 구조된 13명 중 선장 황씨 등 3명은 헬기와 구급차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향했지만, 병원에서 숨졌다. 최모(66·경남)씨는 여전히 실종상태다.
 
생존 선원들에 따르면 거대한 너울성 파도가 창진호의 측면을 강타한 건 이날 오전 6시 5분쯤이다. 24t이 넘는 어선이 크게 기울어지자 배 안으로 바닷물이 들어왔다. 평소 물이 들어와도 복원력에 의해 1~2분이면 제자리를 찾던 배는 이때 90도 가까이 기울어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됐다. 이씨는 “평소에도 큰 파도를 많이 접했지만 이때는 기관실 안까지 갑자기 많은 물이 들어왔다”고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놀라 기관실에서 뛰쳐나온 이씨 앞에 펼쳐진 풍경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선실은 파손되고 냉장고나 집기류 등 대부분의 물건들이 바다로 나가떨어졌다. 
 
이씨는 본능적으로 구명조끼부터 입었다. 다른 선원들도 구명조끼를 입었다. 이씨는 "사고 당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선장님은 침몰 직전까지 조타실에 있었다"고 했다.
 
제주 서귀포 해상 어선 침몰 사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제주 서귀포 해상 어선 침몰 사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해경, 대성호·창진호 실종자 수색 난항  

현장에 도착한 해경 경비함정과 공군 헬기 등은 사고 해역 인근에서 발견한 구명벌과 해상 등에서 승선원들을 잇따라 구조했다. 현재 구조와 수색에는 해경과 해군 경비함정 등 7척과 항공기 4대가 동원됐다. 
 
수색팀은 밤새 조명탄을 투하하며 사고 현장 주변을 집중적으로 수색했으나 유일한 실종자인 최씨를 찾지는 못했다. 해경은 사고 해역의 기상상황이 좋아지면 전복된 선박 선내에 진입해 정밀 수색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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