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원사(왼쪽)가 지난 25일 청주여중을 찾아 조은누리양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사진 충북교육청]](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7/f82803e4-1d82-4d84-bcd8-38f5ce1629a3.jpg)
박상진 원사(왼쪽)가 지난 25일 청주여중을 찾아 조은누리양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사진 충북교육청]
지난 8월 충북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 열흘 만에 구조된 조은누리(14)양이 뜻깊은 장학금을 받았다.
박상진 원사 25일 청주여중 찾아 장학금 100만원 전달
"은누리 어려움 처한 사람들에 희망 줘…밝게 자라길"
조양 구조 일등공신 '달관' 보수교육 후 훈련 구슬땀
27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소속 박상진(44) 원사는 지난 25일 청주여중을 찾아 조양에게 장학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박 원사가 조양을 찾은 지 85일 만이다. 지적장애 2급인 조양은 지난 8월 23일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 인근에서 실종됐다. 수색 열흘 만인 지난 9월 2일 일행과 헤어진 지점에서 약 1.7㎞ 떨어진 야산에서 박 원사와 김재현(22) 일병, 정찰견 ‘달관’에 의해 발견됐다. 박 원사는 김 일병과 번갈아 조양을 업으며 마을까지 내려왔다.
박 원사는 “혼자서 그렇게 긴 시간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는지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은누리가 어려움에 처해있거나 희망을 잃은 모든 분에게 힘이 됐다. 조양이 해맑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서 장학금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박 원사는 최근 조양을 구한 공로로 김 일병과 함께 국방부가 주는 위국헌신상을 받았다. 장학금은 박 원사가 받은 포상금의 일부라고 했다.
![조은누리양 발견 장소 수색을 마치고 내려온 박상진 원사(왼쪽)와 김재현 일병이 군견 달관이와 계곡 입구에 있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7/53f3a682-7fa7-4e29-ae5c-d2738c5ef3cb.jpg)
조은누리양 발견 장소 수색을 마치고 내려온 박상진 원사(왼쪽)와 김재현 일병이 군견 달관이와 계곡 입구에 있다. [중앙포토]
조양은 지난 8월 말께 박 원사가 있는 군부대를 찾아 감사 인사를 했다. 조양은 경찰 조사에서 실종 경위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지만, 박 원사는 한 번에 알아봤다고 한다. 박 원사는 “당시 은누리가 나를 알아보고 웃으면서 ‘기억이 난다’고 했고, 반갑다는 말도 했다”며 “보통 사람은 3일만 고립돼도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데 조양은 열흘이나 산속에서 버티고도 정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해 무척 대견스러웠다”고 말했다.
조양의 부모는 “생명의 은인이신 박 원사께서 장학금까지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부대를 찾아 다시 인사를 드릴 예정이다. 딸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잘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조양 구조에 일등공신인 달관이는 평상시처럼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달관이는 7년생 셰퍼드로 지난해 12월부터 박 원사와 호흡을 맞췄다. 2013년 군견 교육대에서 20주간 교육을 받고 그해 11월 정찰견 임무를 받아 32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다. 2014년 2월 군견교육대로 향하다 달아나 탈영견이라는 오명을 썼으나 조양 구조로 국민 영웅이 됐다.
![실종 열흘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조은누리양이 들것에 실려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7/77ee5f50-903f-4f45-b9d1-7a115d14c3b4.jpg)
실종 열흘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조은누리양이 들것에 실려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달관이는 지난 8월 중순부터 두 달 동안 강원 춘천 군견 교육대에서 보수 교육을 받고 부대로 돌아와 수색 기본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조양 발견 당시 제자리에 앉아 ‘보고’ 자세를 취했다. 박 원사는 “모든 게 기본에 충실해야 실전에서 빛을 발한다. 달관이는 전과 다름없이 기본훈련을 하며 언제든지 작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양은 소년장애인체전에서 수영 종목에서 입상하는 등 운동능력이 좋은 편이다. 학교에 복귀해서도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수영도 꾸준히 하고 있다. 김혜숙 청주여중 교장은 “실종 사건 이후 은누리가주눅이 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전보다 더 밝아지고 학교생활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양은 자신의 수색에 동참했던 충북산악구조대에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2009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반 도중 실종된 뒤 10년 만에 발견된 직지원정대 박종성·민준영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일부 후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