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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재인이형" 불렀던 유재수, 감찰수사관에 "아직도 靑에 있나"

김태우 전 수사관이 본 유재수 감찰 중단 전말 

노무현 정부 시절 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던 유재수 전 부시장(왼쪽에서 둘째)이 2004년 노 대통령을 따라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노무현재단]

노무현 정부 시절 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던 유재수 전 부시장(왼쪽에서 둘째)이 2004년 노 대통령을 따라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노무현재단]

‘유재수 파동’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2017년 금품수수 등 비위 혐의로 청와대 감찰을 받던 유재수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징계는커녕 민주당 수석전문위원과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을 거듭한 배경에 ‘윗선’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과 관련, 검찰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을 곧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전 유재수를 감찰한 검찰 출신 청와대 감찰반원 A와 함께 감찰반원으로 활동한 김태우 전 수사관이 유튜브 ‘김태우TV’에서 밝힌 감찰 중단 사태 전말을 문답식으로 재구성했다.
 

유 감찰, 수사관들 만장일치로 개시
한달간 캐 비위 확보하자 ‘중단하라’
노무현에 신문 넣어주다 눈에 띄어
유, 대통령을 ‘재인이형’이라 불러

경제관료인 유재수가 어떻게 노무현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수행하는 부속실 행정관이 됐는지부터 수수께끼다.
“세종시 관가에 따르면 유재수는 2004년 노무현 청와대에 파견 나간 지 얼마 안 된 어느 일요일, 당번이었던 동료가 순번을 바꿔 달라고 부탁해 대신 출근했다. 그때 한 일이 대통령 집무실에 신문을 넣어 주는 것이었다. 마침 당일 노 대통령이 측근 대여섯명과 티타임 회의를 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직원(유재수)이 들어와 신문을 주니 노 대통령이 ‘자네는 누군가’고 물었다. 유재수가 ‘공무원’이라 대답하니 노 대통령은 ‘공무원 시각도 알고 싶으니 같이 얘기하자’고 했다고 한다. 그 회의 석상에서 유재수가 금융 전문가답게 현안을 잘 설명한 듯하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앞으로 매주 (일요일) 회의에 와 달라’고 해 유재수는 회의 정기 멤버가 됐고 결국 노 대통령 측근이 된 듯하다. 2005년 12월 30일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 뒤 2006년 유재수가 재경부에 과장으로 복귀했는데 정책이 가로막힐 때마다 직접 여권 고위층에 전화해 통과시켜줬다고 한다. 여느 공무원과 달리 사회과학·철학서를 읽고 다니며 큰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유재수 감찰 당시 최종책임자였던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감찰 실무 지휘자였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유재수 감찰 당시 최종책임자였던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감찰 실무 지휘자였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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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감찰은 어떻게 진행됐나
“문재인 정부 들어 출범한 민정수석실 특감반은 유재수가 정권 실세인 줄 전혀 모르고 감찰했다. 경위는 이렇다. 2017년 하반기 특감반원 A가 ‘유재수라고 고위공직자가 있는데, 출장 갈 때 직원들이 차 대기했다가 공항에 모셔다 주고,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의혹이 있다. 전형적인 갑질 행위로 보인다. 감찰 대상 아닐까’라고 나를 포함한 동료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검찰 출신 특감 반원 4명이 모여 들어보니 보고서(첩보)의 양은 적었지만, 혐의가 확실해 보였다. 당시는 재벌 등 지도층의 갑질이 한창 도마 위에 올랐던 때였다. 4명 만장일치로 ‘당장 윗선에 보고하고 감찰하라’고 권했다. 이에 A가 이인걸 특감반장에 보고하자 곧 감찰하라는 ‘오더’가 떨어졌다. A가 한 달 넘게 열심히 팠다. 유재수 동의하에 휴대폰 넘겨받아 포렌식하고 2~3차례 소환조사까지 했다. 그때 나도 유재수를 봤다. A는 내 책상 바로 앞에서 일했기에 뭐 하는지 다 들여다보였다. 감찰 결과 유재수가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고 골프채나 그림 선물을 받고, 자녀 유학 비용을 수년간 받은 의혹에다 벤츠 2대 굴린 정황 등 대가성 있어 보이는 비위 여러 개가 포착됐다. 이렇게 깊숙한 감찰은 비서관(박형철) 선에선 안 된다. 그런데 오더가 떨어졌으니 민정수석의 승인이 있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17년 하반기에 유재수에게 ‘공무원이 무슨 돈으로 자녀를 장기간 유학 보냈나?’며 계좌 내역을 추궁하는 조사를 마지막으로 돌연 감찰이 중단됐다. 이인걸 반장이 특감반원 10여명 모인 자리에서 ‘윗선 지시로 중단한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특감반원 모두 분노했다. 이인걸도 유재수를 ‘개XX’라 욕하며 화를 냈다. 그러면서 ‘보안 조심하라. 밖에서 (유재수) 물으면 모른다고 하라’고 했다.”
 
유재수 비위를 금융위에 보고한 사람이 업무책임자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아닌 백원우 민정비서관인 점도 주목되는데.
“유재수에 대해선 이인걸·박형철 다 강경했다. 박형철은 ‘수사 의뢰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니 조국 당시 민정수석 입장에선 박형철을 시켜 금융위에 유재수 비위를 통보하기가 껄끄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유재수 감찰로부터 떨어져 있던 백원우를 시킨 것 같다.”
 
그 뒤 어떻게 됐나.
“유재수가 병가 내고 몇달 쉬다 슬그머니 명예퇴직하더라. 징계도, 수사 의뢰도 받지 않고 연금·퇴직금 다 챙기더니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후 강원도 사람인 그가 아무 연고 없는 부산시 부시장이 되더라. 특감반원들 모두 놀랐다. A는 특히 힘들어했다. 감찰 중단 직후부터 A를 비난하는 투서들이 날아들어서다. 나와 또 다른 검찰 출신 특감반원도 투서에 시달렸다. ‘업무 시간에 커피숍에서 잤다’는 트집까지 잡더라. 검찰 출신 특감반원 4명 중 3명이 이런 공격을 받았다. 감찰 중단 직후 경찰이 특감반원들 동향을 캐 민정수석실에 보고한 결과로 보인다. 게다가 A와 나(김태우)만 문재인 청와대 근무 11개월만인 지난해 6월에 ‘검찰로 복귀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검찰 출신 4명 중 가장 실적이 좋았던 우리 두 사람만 1년 만에 청와대를 나가게 된 거다. 보통은 2~3년씩 근무하니 전례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인걸 반장이 ‘당장 복귀해야 하지만 (박형철) 비서관이 위에 얘기해 6개월만 더 있다가 가도록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와 A가 반년 더 근무하게 된 거다. 이때 황당한 일이 터진다.”
 
김태우

김태우

황당한 일이란.
“A가 그즈음 유재수를 만났는데 유재수가 ‘어, 당신 아직도 청와대에 있나? (검찰에) 복귀 안 했나?’고 묻더란 것이다. 이 말을 듣고 A는 ‘내가 청와대에서 쫓겨나게 된 건 유재수가 손을 썼기 때문’으로 여기게 됐다. A가 하도 어이가 없으니까 그 입이 무거운 사람이 이 얘기를 여러 번 했다. 나 혼자 들은 게 2번, 특감반원들이 다 들은 게 2번이나 된다. A는 호남 출신이다. 정치 성향이 없다. 술 한잔 입에 못 대고 일만 하는 일급 수사관이다. A는 검찰에 조사받던 초기엔 ‘(말할) 때가 아니다’며 입을 닫았으나 최근엔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젠 분위기가 됐다고 여긴 듯하다. 청와대를 떠나 변호사로 있는 이인걸도 이제는 (조국이나 청와대를) 편들기 싫을 것이다. 조국 부인 정경심 변호를 맡았다가 관둔 것 보면 손 털었다고 볼 수 있다.”
 
감찰을 중단시킨 윗선은 누굴까.
“유재수 감찰 지휘 책임자는 민정수석 조국이었다. 조국은 자신이 가진 권력에 대한 의지가 강한 사람이다. 자신의 승인 아래 진행된 감찰을 누군가 뒤집으려 한다면 저항했을 게 분명하다. 결국 조국보다 힘센 사람이나 세력만이 감찰을 중단토록 요구해 관철했을 것이다.”
 
한편 필자는 ‘원조 친노’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에게 유재수에 관해 물었다. 이런 답이 돌아왔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내가 정책실장, 문 대통령이 수석 지낼 때 유재수랑 같이 있었다. 처음엔 공무원이 아니라 당에서 온 사람으로 알았다. 경제관료가 청와대 온 지 얼마 안 돼 대통령을 모시는 부속실 직원이 됐으니 말이다. 내가 대통령 만나러 갈 때마다 유재수는 늘 대통령 주변에 있더라. 또 청와대 부산 라인 친구들과 잘 어울리더라.” (당시 청와대에 있던 부산 출신 인사는 이호철 민정비서관·김경수 제1부속실 행정관·윤건영 정무기획비서관 등이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유재수 특감 당시 윤건영·김경수 등이 수시로 금융위 인사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김병준에게 "유재수가 부산 부시장이 된 것도 부산 친노들과의 친분 때문일까”라고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고 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 끝난 뒤에도 부산 친노·친문들과 친분을 유지해오지 않고선 그런 자리에 오를 수 없을 거다. 다만 조국과는 별 관계가 없으니 유재수와 조국 사이에 부산 라인이 걸쳐 있을 것이다. 유재수가 금융전문가니까 친문 정치인들에게 투자를 자문해주는 등 돈과 관련해 얽힌 것들이 있고, 그 때문에 감찰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단순히 대통령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감찰을 중단시키진 않았을 것이다. 유재수 문제는 정권 입장에선 대단히 부담스러울 거다.” 한편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유재수는 문 대통령을 ‘재인이형’이라 부를 만큼 가까운 관계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을 수석·비서실장으로 모신 문 대통령이 ‘큰 형’이고, 직원으로 모신 자신은 동생이란 개념이라고 한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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