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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탈북 아사 모자와 북송 청년 어부의 비극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대표 탈북민 여성 1호 박사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대표 탈북민 여성 1호 박사

탈북 여성 한성옥(42)·김동진(6) 모자가 지난 7월 말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임대 주택에서 숨진 지 2개월 만에 발견됐다. 모자가 숨진 지 6개월이 되도록 문재인 정부는 후속 대책도 제시하지 않더니 최근 남북하나재단(북한 이탈주민지원재단)이 갑자기 날치기 장례를 추진해 3만 4000명 탈북민이 반발하고 있다.
 

“사람이 먼저”라면서 탈북민 무시
하나재단은 탈북민의 기관 돼야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이달 초 목선을 타고 탈북한 두 명의 20대 청년 어부 귀순자를 정확한 물증도 없이 흉악범으로 몰아 이달 초 비밀리에 강제 북송해 사지로 몰아넣었다. 이들의 북송을 제안한 날 김정은을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초청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한 씨 모자 아사(餓死) 사건과 탈북 청년 어부 강제 북송 사건은 탈북민을 대하는 이 정권의 비정한 태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탈북민들은 혈서까지 써가며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호소했다. 광화문 인근에 설치한 한 씨 모자 분향소를 떠나지 못하고 단식 투쟁도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는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탈북민들의 호소를 철저히 무시해왔다. 탈북민들은 한 씨 모자 사건과 청년 어부 강제 북송 사건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비롯됐다고 본다. “사람이 먼저”라던 이 정권은 한 씨 모자 사건이 한국 사회의 취약 계층과 복지 사각지대에 빚어진 일반적인 문제라고 축소한다. 하지만 이들 사건은 정권의 대북관이 초래한 정치적 문제이고 인권 재난이자 복합 참사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이기에 가능하면 모두가 자신의 생존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탈북민들은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 사회적 연결망 부재, 자유시장 경제 인식 부족 등으로 정착 교육을 받아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차별과 무관심, 사회적 고립도 심하다.
 
탈북민의 75%가 여성이고 탈북 여성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인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의 체제 변화와 경제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지속할 문제다.
 
남북하나재단이라는 공룡 기관을 만들어 그동안 수백억의 혈세를 쏟아붓고 있지만 세금으로 틀어막는 탈북자 정착 정책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누적 탈북민 입국자는 2009년 1만8000명에서 올해 3만4000명으로 배가 늘었다. 그동안 재단 직원은 약 31배, 예산은 약 20배 급증했다. 이사장은 차관급으로 억대 연봉과 수천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쓴다. 반면 이 기간에 탈북민의 생활고는 가중되고 급기야 한 씨 모자 아사 사건이 발생했다. 자살과 제3국으로의 탈남(脫南), 심지어 북한 재입북 사례도 늘고 있다.
 
문재인 정권 들어 남북 관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북한과의 교류 협력이 통일부의 주요 업무로 전환되자 탈북민의 경제적 고통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심지어 막노동판에서도 소외되고 ‘3등 국민’ 취급을 당하고 있다.
 
통일부는 남북 관계에서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차라리 탈북민 정착 업무를 행정안전부로 옮겨 탈북민들이 남북한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에서 정치적으로 겪는 고통을 덜어 줘야 한다.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거대한 공룡 조직 남북하나재단은 이제 그 역할을 내려놓아야 한다. 탈북민을 위한, 탈북민에 의한, 탈북민의 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탈북 지식인들에게 역할을 주고 탈북민을 채용해 탈북민이 스스로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한국 사회에 통합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역할을 못 하면 차라리 혈세 340억원을 국고에 반납하자.
 
대량 탈북 사태 발생 20년이 지났다. 탈북민들이 자율적으로 자조 정신에 기초해 자립 정착에 성공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통일 연습이자 ‘먼저 온 통일’ 아니겠나.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대표·탈북민 여성 1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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