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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인사이드] 민주화 운동했다는 86세대, 홍콩 시위엔 왜 침묵하죠?

지난 7월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의 시위대가 반중국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중국 공안이 최루탄을 쏘는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7월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의 시위대가 반중국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중국 공안이 최루탄을 쏘는 모습. [EPA=연합뉴스]

홍콩의 범민주 진영이 6개월간 이어온 반중국 시위에서 ‘일단’ 승리를 거뒀습니다. 지난 24일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민선 452석 중 범민주 진영이 388석(85.8%)을 차지했고, 친중파는 60석(13.3%)을 얻은 데 그친 거죠.
 

홍콩 구의원 선거 범민주 압승
중국 언론 “외세, 홍콩 지지 탓”

386 주류인 한국 정부는 논평 ‘0’
여권 핵심 “이게 대한민국 현실”
“인권문제 거리낌 없어야” 자성도

‘침묵하는 다수’가 홍콩 시위 세력을 엄단할 거라던 중국은 압도적 패배에 당황한 모양새입니다. 중국 관영 언론은 “서방의 일부 세력이 반대파(범민주 진영) 선거를 지원했다”(환구시보), “미국 일부 정객이 홍콩 사무에 함부로 간섭하고 있다”(인민일보)고 ‘남 탓’에 나섰습니다. 실제 미국·영국·유럽연합(EU)·G7(주요 7개국) 등 세계 각국이 그간 홍콩을 공식 지지하는 성명을 냈으니, 괜한 불만까지는 아닐 겁니다. G7 지도자에는 알다시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포함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지난 6개월은 어땠을까요.
 
‘0-0’.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논평 수입니다. 박용진 의원이 지난 6월 개인 차원으로 “홍콩의 요구와 촛불시위는 ‘중국이 변해야 한다’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각하게 들으시길 바란다”고 한 게 사실상 전부입니다.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이 당 차원에서 공식 지지성명을 내고, 자유한국당에서도 나경원 원내대표, 조경태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지지 입장을 내온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물론 정부·여당 입장에선 국제 외교 문제를 언급하는 데 많은 고려 사항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 주류 세력이 1980년대 민주화 운동권 출신이자, 2016년 ‘촛불 혁명’으로 민주정부를 이뤄냈다고 자평하는 것에 비춰보면, 6개월간의 침묵이 아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특히 홍콩은 지난 6월부터 시위에서 우리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도 했었는데 말이죠.
 
여권 인사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386운동권 출신 민주당 의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출신이자, 이화여대(83학번) 총학생회장 출신인 서영교 의원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민주화운동을 해왔던 사람으로서, 홍콩 민주화 운동은 사회를 역동적으로 발전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지지 입장을 내지 않는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엔 “그쪽은 중국이고, 여긴 대한민국”이라고 했습니다.
 
연세대 재학 시절 학원민주화추진위원장 역임 등 민주화 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렀던 이규희 의원도 비슷한 입장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당의 공식 입장과 다른 의견을 내기 힘들다”면서 “정부도 홍콩을 지지하면 ‘오지랖 넓게 왜 신경을 쓰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두 의원 모두 개인적으로는 지지하나, 다른 나랏일에 간섭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청한 386 운동권 의원들은 조금 더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전대협 출신의 핵심 친문 A 의원은 “여기는 나라를 끌어가는 집권 여당이다. 미국도 관리해야 하고 중국도 관리해야 하고 홍콩에 사는 우리 국민도 지원해야 하고 복잡하다”라며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전대협 출신 중진 B 의원은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 진압이 갈수록 격렬해졌던 터라, 당내에서도 공식 지지를 내자는 생각을 갖는 의원은 많은 것 같은데…”라며 말을 흐렸습니다. 무언가 더 고려할 사항이 있다는 듯합니다.
 
재선 C 의원은 “지금은 타이밍이 늦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는 “약자 편을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눈치를 보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만 흘렀다. 지금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6개월 이어진 침묵 속에서 우리 정부는 “중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다”는 비판을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지난 14일 5·18기념재단 등 전국 67개 시민사회단체가 “홍콩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 지금껏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이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정부는 더는 민주주의를 향한 홍콩 시민들의 외침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공동 성명을 낸 게 하나의 예입니다.
 
사실 시민단체까지 갈 필요가 없는지도 모릅니다.  동료 의원인 박용진 의원의 명료한 문제의식도 있습니다. 그는 “인권 문제는 유엔이 정한 보편적 가치다. 우리가 여당이라 한들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련한 의사를 밝히는 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미국·유럽·일본 등의 기여를 기억하며 이런 말도 했습니다. “야당 민주인사에 대한 탄압, 가택연금에 대해 늘 의견전달을 했어요. 물론 박정희 이런 사람들은 왜 내정에 간섭하냐고 불만도 표시했지요. 하지만 그런 국제세력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민주화운동에 대한 탄압 강도가 약해질 수 있었고 감시가 가능했다고 봅니다. (홍콩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홍콩의 구의원 선거 승리는 일단의 승리일 뿐, 앞으로도 중국과의 2라운드를 이어나갈 겁니다. 지난 6개월간 시위 중 충돌이 이어졌듯, 앞으로도 그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을 테죠.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라는 국제외교 질서에 대한 토로와, “인권 문제에 있어선 여당이라도 거리낌 없어야 한다”는 말 중, 우리 국민이 집권 세력에 원하는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김준영 기자 k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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