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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비판 '백년전쟁' 판결···"朴 임명 김재형이 뒤집었다"

2016년 9월 13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재형 신임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6년 9월 13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재형 신임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명수가 아니라 김재형이 뒤집은 겁니다"
 

김재형 대법관 최근 잇달은 소신 판결
주위 대법관도 놀라 "김재형 다시봤다"
백년전쟁·병역거부 등 모두 다수의견

지난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선고에서 한표차로 파기환송된 백년전쟁 판결을 두고 한 현직 판사가 전한 말이다. 이 판사는 캐스팅보트는 김명수(60) 대법원장이 아닌 김재형(54) 대법관이었다고 했다. 
 
지방법원의 현직 판사도 "김명수 대법원에서 가장 훨훨 날아다니는 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재형 대법관"이라 말했다. 김 대법관을 보좌했던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김 대법관을 이제 보수로 분류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김재형을 다시봤다

최근 대법원 안팎에선 "김재형을 다시봤다" "김재형 판결을 보고 놀랐다"는 말이 나온다. 현직 대법관들도 이와 비슷한 반응이라고 한다. 
 
판사와 서울대 법대 교수를 지낸 김 대법관은 2016년 7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해 보수인사로 분류됐다.
 
민족문제연구소 '백년전쟁'. [뉴스1]

민족문제연구소 '백년전쟁'. [뉴스1]

하지만 김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에서 잇달아 전향적 판결을 내놓으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대법관들과 심리를 할 때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고 한다. 
 
김 대법관은 백년전쟁, 강제징용,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 등에서도 기존 판례를 뒤집는 입장에 섰다. 다른 보수 대법관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백년전쟁, 다수의견에 선 김재형 

이런 김 대법관의 역할이 가장 부각됐던 것은 지난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파기환송된 백년전쟁 판결이다. 
 
김 대법관은 이승만·박정희를 비판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정부 제재가 위법하다는 다수의견에 섰다. 이 판결은 단 한표(7대 6) 차이로 다수와 반대의견이 엇갈리며 4년만에 파기환송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다수 의견에 선 7명의 대법관 중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은 김 대법관이 유일했다. 반대의견에 선 6명의 대법관 중 대다수(4명)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었다.
 
김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까지 내며 "백년전쟁이 이승만과 박정희를 조롱하고 왜곡했다"는 반대 의견과 팽팽히 맞섰다. 김 대법관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국가가 아닌 시대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김 대법관은 일본 강제징용 판결과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에서도 다수 의견에 섰다. 한일 청구권 협정에도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개인 청구권은 살아있다고 봤고 양심적 병역거부는 특혜가 아닌 공동체가 품을 권리라 판시했다. 병역기피 논란에 휩싸였던 가수 유승준씨의 입국을 허용하는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한 것도 김 대법관이었다.  
 

"김재형은 원래 그랬다"  

김 대법관을 잘 아는 주변 인사들은 이런 김 대법관의 모습에 "김재형은 원래 이런 법조인이었다"고 말한다. 한 대형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김 대법관은 정치적 색깔이 없는 인물로 알고있다"고 했다.
 
법률의 문언과 입법취지를 엄격히 판단하는 점에선 보수지만, 학자로서 다른 나라의 선도적인 법적 논의를 연구하고 차용한다는 점에선 진보라는 말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7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정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김명수 대법원장, 이기택 대법관.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7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정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김명수 대법원장, 이기택 대법관. [연합뉴스]

김 대법관과 서울대 동료였던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대법관은 30년 전 군법무관 시절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며 "김 대법관의 임명권자가 박 전 대통령이라 해서 보수로 구분짓기 어려운 사람이다"이라 말했다.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도 2016년 9월 김 대법관이 임명될 당시 대법원의 보수화를 우려하는 지적이 나오자 "꼴통보수적인 의견을 그에게서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김재형은 아무리 그래도 보수다. 학자 출신이다 보니 이념보단 법리와 소신에 따라 판결을 내려 진보처럼 보이는 것"이라 말했다. 
 
지난 10월 김 대법관이 주심을 맡아 타인의 정자로 낳은 자녀를 남편의 친자로 인정하는 기존판례를 유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는 김 대법관의 '보수성'을 드러낸 판결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8월 6일 청와대에서 왼쪽부터 이동원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노정희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8월 6일 청와대에서 왼쪽부터 이동원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노정희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진보의 환영, 보수의 우려

이런 김 대법관의 모습에 그의 임명을 우려했던 진보 진영에선 "학자였던 김재형이 대법관으로 진화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재경지법의 현직 판사는 "현재 김명수 대법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한 김재형"이라 말했다.
 
반면 보수 진영에선 "김재형의 변심으로 대법원의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고 우려한다. 내년 3월 보수 대법관인 조희대 대법관이 퇴임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또 한명의 대법관을 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임명하게 된다. 
 
대법원장과 재판에 참여하지 않은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포함해 14명의 대법관 중 10명의 대법관을 문 대통령이 임명하는 셈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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