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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돌아왔다…비정한 세상의 진실을 만나러

27일 개봉하는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실종된 아이를 찾는 엄마로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이영애.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27일 개봉하는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실종된 아이를 찾는 엄마로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이영애.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하얀 두부 접시를 탁 쳐내며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하던 ‘친절한 금자씨’(2005)로부터 14년. 도자기처럼 빛나던 피부에 희미한 잔주름이 내려앉았다. 타고난 우아함은 변함없지만 말끝에서 ‘아이들’ ‘가족’이 떠나지 않는 데서 평범한 40대 엄마의 일상이 비쳤다.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로 돌아온 배우 이영애(49).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인터뷰룸에서 만났을 때 조곤조곤한 어투의 그가 인터뷰 내내 들먹인 두 단어는 ‘따뜻함’과 ‘절제’였다.
 

영화 ‘나를 찾아줘’ 주연 이영애
잃어버린 아이 찾는 모성 연기
“엄마 이전에 배우로서 고른 작품”
절제된 감정 더해 액션도 소화

27일 개봉하는 ‘나를 찾아줘’는 “엄마이기에 앞서 배우로서” 이영애가 심혈을 기울여 고른 작품이다. 그간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와 단편영화 ‘아랫집’(이상 2017)이 있긴 했지만 장편 스크린으로 관객을 만나는 것은 ‘금자씨’ 이후 처음. 이영애가 맡은 정연은 6년 전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 전국을 헤매던 중 낯선 마을에서 힘겨운 ‘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봄날은 간다’(2001)의 일상 연기와 ‘금자씨’의 장르 연기가 복합된, 배우 이영애의 밀도 깊은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파도처럼 관객을 덮치는 작품이다.
 
14년 만에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시나리오의 첫 느낌이 좋았다. ‘대장금’(2003)도 그랬고 이번에도 감이 좋았다. 따뜻하고 현실적이면서 우리 사회의 지리멸렬한 면을 잘 보여준다고 봤다.”
 
김승우 감독이 12년 전 아이 찾기 현수막을 보고 착안해 써내려 간 시나리오를 가리켜 그는 “원석을 세공하듯 오랫동안 가다듬은, 절대 신인답지 않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정연이 외딴 어촌의 만선낚시터로 찾아와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기까지 영화 전반부는 ‘실종 아동 전단지’를 무심히 버리는 시민들, 사람 잡는 장난전화 등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죄책감을 건드린다.
 
반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정연이 작심하고 복수에 나서는 후반부는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스릴러 공식에 충실하다. 이영애는 차 안에서 질끈 머리를 묶고 현장에 뛰어드는 수사관의 면모와 함께 맨몸 혈투에다 권총 사격까지 불사한다. 이 같은 ‘액션 연기’에 대해 “액션스쿨 다니며 구르는 연기 등을 연습했는데, 더 나이 들기 전에 좀 더 해야겠다. 나중엔 하고 싶어도 힘들어서 못 하겠구나 싶다”면서 웃었다.
 
정연과 대립하는 부패한 경찰 홍 경장(유재명)을 비롯해 속을 알 수 없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안개처럼 불길한 정서를 자아낸다. “마치 좋은 희곡처럼 등장인물이 하나하나 중요한 작품”이란 그의 표현대로, 손아귀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홍 경장과 이에 협잡해서 약자를 착취하는 ‘마을 공동체’가 현실감 있게 그려졌다. 특히 제 아이를 뒷바라지한다는 명목으로 의지할 곳 없는 장애 아동을 노예처럼 부리는 모습도 등장한다. ‘선정적 소재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영애 생각은 달랐다.
 
“현실은 더하지 않나, 어려움은 어깨동무하면서 온다는 말이 있듯이. 현실을 응축시킨 탓에 보기에 힘들긴 하지만 그로 인한 여운과 카타르시스가 더 크지 않을까.”
김승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나를 찾아줘'로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이영애.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김승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나를 찾아줘'로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이영애.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등장만으로 프레임 안의 공기를 바꿔내는 배우”라는 김 감독의 호평처럼 영화에서 이영애는 강력한 아우라를 발휘한다. 이영애가 출연을 결심하자 신인감독의 장편 데뷔작에 조상경(의상), 송종희(분장), 조화성(미술) 등 충무로의 베테랑 스태프들이 줄줄이 동참하고 나섰다.
 
영화에서 정연은 웅크린 채 감정을 혼자 삭이는 장면들이 많다. 그 자신도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여러 뒷모습”을 꼽으면서 “앞모습을 상상하게 되면서 더 아프고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절제와 고통이 가장 응축된 장면이 물이 빠진 갯벌에서 엎드린 채 발견된 아이와 조우하는 대목이다. 진흙투성이 아이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모습은 어머니 마리아의 피에타를 연상시키는 절절함이 있다. 마지막에 다시 아이를 찾아나선 정연의 평온해진 눈빛에선 한 아이에 대한 모성을 넘어 모든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비친다.
 
“엔딩 장면엔 대여섯 가지 상황과 표정을 준비해갔지만 결국 희망을 잃지 않는 일상적인 정연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현실이 너무 각박한데 작은 한 줄기 빛을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했다. 많은 이들이 이 영화에서 ‘모성’을 말하지만 그보단 인간애, 사람끼리 갖는 연민으로 확대해 봤으면 한다.”
 
이제 50대를 맞는데.
“배우로서 득이 되는 게 더 많지 않을까. 이번에 좋은 작품에서 캐릭터 반응을 얻은 게 사실이라면 팔할은 이 나이까지 겪어온 생각과 경험의 축적에서 나온 게 아닐까. 외모로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지, 그랬으면 한다.”
 
최근 영화 홍보를 위해서이긴 하나 자녀들과 함께 TV 예능에 출연하고 인스타그램 등 SNS를 시작한 것도 “다 내려놓는 마음에서 온 변화”다.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좀 더 (나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여유의 근원에 대해선 자연 속의 삶을 말했다. 알려진 대로 남매 출산 직후 양평 문호리 전원주택에 터를 잡아 지난해 서울로 이사 오기 전까지 7년을 살았다. “아이들을 시골 유치원에 보냈고 자주 산책 다녔는데 그게 아이들뿐 아니라 내 감성과 인성에도 도움된 것 같다. 그래선지 작품 보는 눈도 달라졌다. 아이가 커서도 볼 수 있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작품을 하고 싶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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