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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주식을 5000원에 산다?···차액결제거래의 위험한 유혹

 혁신적인 금융투자 기법일까. 훗날 대형 금융 사고의 씨앗일까.  
 

투자자 대신 증권사가 주식 소유
자산가 양도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
같은 금액 투자로 수익률 10배 가능
파생상품인 만큼 손실 위험도 10배

"기관 전유물인 공매도 개인도 가능"
"위험 너무 커 금융사고 비화할 수도"

 최근 증권사들이 속속 출시하고 있는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두고 나오는 이야기다. CFD는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채, 증권사를 통해 매수 금액과 매도 금액의 차액만 결제하는 일종의 파생금융상품이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수익률을 최대 10배까지 늘릴 수 있다’ ‘자산가들의 주식 양도세 회피 수단이다’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CFD의 핵심적인 3가지 특징을 통해 이 상품이 어떤 금융투자상품인지, 증권사들은 왜 앞다퉈 뛰어드는지, 왜 논란이 되고 있는 지를 짚어 본다.  
 
CFD 거래 화면

CFD 거래 화면

CFD 핵심 포인트 ‘무소유’, ‘10배’, ‘파생’

 CFD의 첫 번째 특징은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CFD 거래를 통한 주식 매매 이익과 손실을 가져가는 실질적 주인이지만, 서류상의(법적인) 주인은 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외국계 증권사다. 이 둘을 중개해주는 게 국내 증권사들이다. 
 
 '소유하지 않는다'는 말은 곧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래세만 내는 일반 주주와 달리 현행법상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개인 대주주(상장사 주식 15억원 이상 보유)들이 최근 CFD 거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이유다. 
 
 게다가 소득세법 개정으로 대주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내년 4월부터는 보유 주식 기준이 10억원으로 낮아지고, 2021년부터는 3억원으로 조정된다. 개인 대주주가 되면 양도차익의 최대 27.5%를 납부해야 한다.
 
 CFD의 두 번째 특징은 '차액만 결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1주가 5만원일 때, 6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가 1주를 5만원에 사는 대신 1주에 대한 권리를 5000원에 매수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가격의 10%에 불과한 증거금만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 상품 구조 때문이다. 
 
 증거금율은 10~40%로 투자종목마다 다르다. 우량 종목일 수록 증거금률이 낮아 더 높은 지렛대(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치로 따져보면 그 효과가 실감 난다. 예상대로 삼성전자의 주식이 6만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일반 거래의 경우 5만원을 투자해 1만원을 벌었으니 수익률은 20%다. CFD 거래는 5000원을 투자해 1만원을 벌었기 때문에 수익률은 200%가 된다. 
 
 이처럼 수익률이 치솟는 것은 파생금융상품인 CFD의 특징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손실이 발생했 때는 본인이 투자한 금액 이상을 갚아야 한다. 만약 삼성전자 주식이 4만원으로 떨어지면 5000원을 투자했지만, 1만원을 갚아야 하는 것이다. 수익률이 -200%가 되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거래 위험도 크다. 시장 상황에 따라 원하지 않아도 증거금률이 올라 추가 금액을 내야할 수도 있으며, 일반 주식과 달리 매일매일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다. 달러로만 결제가 가능해 환차손도 따져봐야 한다. 
 

 “투자자 선택권 존중” VS. “또 대형 금융사고 될라"

 
 이처럼 초고위험 상품인 CFD는 그동안 개인전문투자자로 등록한 소수만 가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전문 투자자 등록 기준이 낮아지며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투자계좌 잔고 기준이 '5억원 이상'에서 '초저위험 상품 제외 5000만원 이상'으로 낮아졌다. 소득 기준과 자산 기준에서 다소 까다로워진 부분도 있지만, 개인전문투자자의 범위를 넓힌다는 정책 목표가 뚜렷하다. 
 
 이렇게 되면 개인전문투자자는 지난해 말 기준 1950명에서 15만~17만명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모험자본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개인전문투자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 문턱이 낮아지자 증권사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16년 CFD 서비스를 처음 내놓은 교보증권에 이어 올 6월 DB금융투자와 키움증권이 가세했다. 지난달에는 하나금융투자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사들도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CFD 거래 현황 통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CFD 거래 현황 통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CFD는 전문개인투자자만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라 공식 통계는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이 공개한 CFD 거래 현황 통계(8월8일 기준)에 따르면 교보증권의 일평균 거래액은 284억원 수준으로 가장 많았다. DB금융투자(31억원), 키움증권(2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는 개인 투자자 기반이 탄탄한 키움증권이 최근 교보증권 수준까지 따라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CFD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업계는 CFD의 순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인이나 기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공매도를 개인투자자도 할 수 있게 된다"며 "개인 투자자들도 시장이 하락할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고 말했다. 
 
개인 대주주가 주식 대량보유와 공매도 보고 의무를 피할 우회로로 CFD를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의원은 “대주주 보유분이라도 CFD를 통해 금융회사가 주인인 것으로 돼 지분공시를 회피할 수 있는 만큼 공시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형 금융사고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면서 증권사들이 수익성이 좋은 CFD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CFD는 일반 투자자들뿐만 전문 투자자들에게도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최근 호주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CFD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며 "위험이 워낙 크다보니 증권사들이 이를 제대로 다룰 수 없는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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