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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의 워싱턴 살롱] 북핵 협상 물꼬 폼페이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사면초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트럼프 탄핵 소용돌이에 깊숙이 빠졌다. 소속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으며, 의회와도 대립하고 있다.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트럼프 탄핵 소용돌이에 깊숙이 빠졌다. 소속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으며, 의회와도 대립하고 있다.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탈리아 로마 방문 중 불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들었다"고 실토했다. 트럼프 탄핵조사를 촉발한 이 통화에 대해 모른다고 잡아떼던 그는 거듭된 질문에 결국 시인했다. 이후 폼페이오는 탄핵 소용돌이에 깊숙이 빠졌다. 아직은 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연루된 행정부 최고위직이라는 점에서 워싱턴은 그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

외교·안보 원톱 탄핵 소용돌이 빠져
국무부 직원 동요, 지도력에 큰 상처
의회, 조사 방해와 정치법 위반 경고
충성 다한 트럼프와 미묘한 긴장관계

 
폼페이오는 트럼프 행정부 황태자로 꼽힌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거쳐 국무장관에 올랐다. 정권 출범 후 2년 10개월 내내 트럼프와 함께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짐 매티스 국방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들이 줄줄이 떨어져 나갈 때 자리를 지켜 외교·안보 '원톱'이 됐다. 폴리티코는 “경쟁자가 사라져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장악하려던 때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폼페이오의 정치적 야망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는 정치적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공화당 고액 후원자와 영향력 큰 보수단체와 자주 만났고, 정치적 고향인 캔자스주를 수시로 찾아 지역 언론과 인터뷰하고 강연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수줍은 듯 그러나 반복적인 정치 행보로 언론 관심을 끌었고, 사석에서 대통령직에 대한 열망을 농담처럼" 말했다.
  
지난 9월 24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통령 탄핵조사를 시작하자 트럼프는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부탁 하나 하자”고 말문을 연 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후속 조치는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와 상의하도록 해 비선을 끌어들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뢰를 한몸에 받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2018년 6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손을 잡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뢰를 한몸에 받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2018년 6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손을 잡고 있다. [EPA=연합뉴스]

 
대통령 통화를 들은 사람 중 하나로 밝혀지면서 폼페이오가 하거나 하지 않은 일에 관심이 쏠린다.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대사는 청문회에서 “폼페이오는 모든 걸 알고 있었으며, 진행 상황을 보고한 이메일 수신인에 폼페이오가 포함됐다”고 증언했다. 대우크라이나 외교가 비정상이라고 판단한 외교관들은 “상부에 문제를 알리고 도움을 청했으나 아무 조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도움은커녕 트럼프와 줄리아니의 '압박 작전'에 방해되는 외교관을 내쫓는 데 폼페이오가 나선 정황도 있다. 시민단체 아메리칸 오버사이트가 22일 공개한 국무부 문서에 따르면 지난 3월 폼페이오와 줄리아니가 두 차례 통화한 뒤 4월 마리 요바노비치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가 해임됐다.
 
폼페이오의 선임 보좌관 마이클 매킨리는 “요바노비치를 근거 없는 비난으로부터 방어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진술했다. 폼페이오는 요청을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무부 직원들은 동요했다. 정상적인 업무에 대해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신이 퍼지면서 폼페이오는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두 달째 동료들이 증인으로 불려가고, 청문회가 생중계되면서 국무부 청사는 연일 뒤숭숭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018년 4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관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미 국무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018년 4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관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미 국무부]

 
탄핵조사가 시작되자 폼페이오는 하원에 편지를 보내 “성실히 일하는 외교관들을 청문회에 불러내는 건 그들을 겁주는 것”이라면서 용납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폼페이오가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랬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중인들에게 침묵하라고 위협한 것으로 인식됐다. 하원은 존 설리번 부장관에게 회신을 보내 폼페이오를 탄핵조사 방해 혐의로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마이크 폼페이오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메넨데즈 의원은 폼페이오가 우크라이나 관련 업무에서 손 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무부 예산으로 잦은 캔자스 행이 해치법(Hatch Act·연방 공무원 정치활동 금지법) 위반인지에 대한 조사도 촉구했다. 미 육군사관학교를 최우수 졸업한 폼페이오는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워싱턴에서 로펌 변호사로 일했다. 캔자스로 이주해 사관학교 동기 셋과 항공부품 기업을 세웠다. 그곳에서 하원의원을 6년 지냈고 상원의원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뉴요커는 지난 8월 '트럼프의 비서(Secretary) 폼페이오'라는 기사를 냈다. 국무장관(Secretary of State)을 대통령 비서에 비유하면서 "폼페이오는 대통령과 생각이 달라도 절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며 충성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22일 TV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출마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출마하면 크게 이길 것"이라고 말하면서 속 시원하게 지지를 표명하진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2018년 3월 31일~4월 1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4월 26일 미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 [평양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2018년 3월 31일~4월 1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4월 26일 미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 [평양 AP=연합뉴스]

 
폼페이오는 북·미 대화에 물꼬를 튼 주역이다.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출마를 위해서든 여론 악화 때문이든 그가 국무장관에서 하차하면 북핵 협상은 영향을 받을까. 수미 테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수석연구원은 “폼페이오는 처음엔 희망을 갖고 북한을 봤으나 변화 여지가 크지 않은 걸 깨달은 뒤 대북 협상에 많이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영향이 크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전체적으로 북미 협상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폼페이오 교체를 주장해 온 북한은 겉으론 환영하겠지만, 속내는 가뜩이나 시간이 없는데 그간 협상 내용을 잘 아는 폼페이오가 퇴진하면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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