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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입학경쟁률 100대1…'보물섬' 공군사관학교 특별한 4년

12일 청주에 위치한 공군사관학교 아음속풍동실험에서 모형 항공기 비행 조건에 따른 기류 변화를 확인하고 있다. 박용한

12일 청주에 위치한 공군사관학교 아음속풍동실험에서 모형 항공기 비행 조건에 따른 기류 변화를 확인하고 있다. 박용한

 
“F-35 스텔스 전투기 조종사가 되겠다.” 공군사관학교(공사) 김혜수 생도는 자신 있게 포부를 밝혔다. 그는 “우리는 공사를 다양한 기회와 도전이 주어지는 ‘보물섬’으로 부른다”며 공사를 소개했다. ‘보물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난 12일 충북 청주에 위치한 공사를 다녀왔다. 공사는 올해로 개교 70주년을 맞았다.(*중앙일보 홈페이지, 유튜브에서 동영상 볼 수 있습니다)

[박용한 배틀그라운드]
입학 경쟁률 100 대 1 뚫어야
항공기 시뮬레이터 조종사 훈련
드론 날리고 행글라이더 타고
특급 체력·무도 유단자만 졸업

 
“하늘과 지형의 비율을 잘 봐야 한다.” 시뮬레이터 조종석 오른편에 앉은 교관 진소라 대위는 공사 생도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는 이어서 상승과 공중 선회를 할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종 방법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공사 생도가 기본훈련기 KT-100 시뮬레이터 비행에 앞서 조종법을 확인하고 있다. 박용한

공사 생도가 기본훈련기 KT-100 시뮬레이터 비행에 앞서 조종법을 확인하고 있다. 박용한

 
실제 비행에 나서기에 앞서 시뮬레이터에서 이뤄진 훈련이다. 시뮬레이터이지만 대형 스크린에 띄워진 영상을 보면 실제 비행하는 것처럼 몸이 움직이는 착각도 느껴졌다. 진 대위는 “실제 비행에서는 선회할 땐 중력 작용으로 몸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있다”며 아직 비행에 나서지 않은 생도에게 직접 겪은 경험을 전했다.
 
공군 조종사 양성은 3단계로 이뤄진다. 첫 단계인 입문과정에서는 ‘KT­-100(나라온)’ 훈련기에 탑승한다. 진 대위는 “항공기 특성이 어떤지를 처음 배우는 과정”이라며 “항공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면 3차원 공간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먼저 체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9일 공사에서 열린 최용덕 장군 동상 제막식에서 원인철 공군참모총장이 축사하고 있다. 최용덕 장군은 1898년 서울 출생으로 일제강점기인 1915년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1919년 대한독립청년단, 1922년 의열단에 가입해 독립운동을 펼쳤고 1924년 보정항공학교에 입교해 조종사가 됐다. [사진 공군 제공]

19일 공사에서 열린 최용덕 장군 동상 제막식에서 원인철 공군참모총장이 축사하고 있다. 최용덕 장군은 1898년 서울 출생으로 일제강점기인 1915년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1919년 대한독립청년단, 1922년 의열단에 가입해 독립운동을 펼쳤고 1924년 보정항공학교에 입교해 조종사가 됐다. [사진 공군 제공]

 
입문과정을 수료한 학생조종사는 기본ㆍ고등과정에 들어간다. 기본과정에선 프로펠러기인 KT-­1(웅비) 기본훈련기를, 고등과정에선 제트기인 T­-50(검독수리) 고등훈련기를 탄다. 입문ㆍ기본ㆍ고등훈련기는 모두 국내에서 개발한 국산이다.
 
기자도 직접 도전해 봤다. 진 대위는 “시뮬레이터니까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착륙을 앞두고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라도 추락하면 부끄러워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거친 ‘경착륙’으로 무사히 땅에 내릴 수 있었다. 시뮬레이터 비행이 끝나자 진 대위는 “처음 비행할 때 추락하는 훈련생도 있다”며 “10점 만점에 8점 정도인데,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며 격려해줬다.
 
10일 부산 영도구 상공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한·아세안 정상회의 환영 에어쇼 화려한 에어쇼를 펼치고 있다. 특수비행팀 전용기는 T-50 훈련기를 기반으로 특별히 제작됐다. [사진 연합뉴스]

10일 부산 영도구 상공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한·아세안 정상회의 환영 에어쇼 화려한 에어쇼를 펼치고 있다. 특수비행팀 전용기는 T-50 훈련기를 기반으로 특별히 제작됐다. [사진 연합뉴스]

 
공사는 비행 안정성 및 조종성 실험이 가능한 ‘아음속풍동실험실’도 갖추고 있다. 풍동(Wind Tunnel)실험에서는 항공기ㆍ자동차ㆍ건축물 등에 미치는 풍향ㆍ풍속에 따른 바람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생도는 실험에 참여해 데이터를 관찰하며 다양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비행 조건을 학습한다.
 
김재원 생도는 “항공기를 안전하고 효율성 있게 운용하는 원리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다”며 “실제 조종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사는 드론ㆍ캔 위성ㆍ무인기ㆍ인공위성 비행원리 학습과 비행체 설계ㆍ실습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오버트론에 탑승한 생도가 훈련을 하고 있다. 오버트론은 NASA에서 2003년 개발한 우주비행사 훈련 장비다. 박용한

오버트론에 탑승한 생도가 훈련을 하고 있다. 오버트론은 NASA에서 2003년 개발한 우주비행사 훈련 장비다. 박용한

 
기술과 원리를 이해한다고 해도 비행 조건에 적합한 체력과 감각을 갖춰야 조종에 나설 수 있다. ‘오버트론’ 훈련장에 도착하니 장비에 탑승한 생도가 공중에서 빠르게 돌고 있었다. 교수 강지훈 대위는 “공간지각능력과 정위능력(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을 발달시킨다”고 소개했다.
 
NASA(미국 항공우주국)는 2003년 우주비행사 공간지각능력을 훈련할 목적으로 오버트론을 개발했다. 기존 장비보다 훈련 효과를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버트론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이 가능한 큰 링 3개를 결합해 동시에 움직이는 기구다. 3개의 축을 가진 링이 움직이면서 3차원 공간운동을 만드는데, 그 링 속에 사람이 들어가 회전한다. 훈련생은 3차원 회전운동을 하면서 전정기관 기능을 높이고, 무중력 감각 능력도 키울 수 있다.
 
훈련을 마친 이경훈 생도는 “회전 링 3축이 동시에 회전할 때부터는 위와 아래가 헛갈리기 시작했다”며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숨이 가쁘게 말했다. 강 대위는 “훈련을 반복하면 비행 중 느끼는 어지러움을 좀 더 쉽게 극복할 수 있다”며 훈련 효과를 설명했다.
 
공사 생도는 매달 한 번 수업에 함께 나서는 ‘학과출장’ 행사로 굳건한 의지를 세운다. 박용한

공사 생도는 매달 한 번 수업에 함께 나서는 ‘학과출장’ 행사로 굳건한 의지를 세운다. 박용한

 
공사에서 군사훈련은 기본이다. 옥경재 생도 “공중침투 및 생환하는 공수훈련이 가장 힘들었다”며 돌아봤다. 그렇다고 공사에선 군 관련 수업만 하는 게 아니다. 일반대학처럼 다양한 과목이 개설된다.  
 
생도는 각자 선택한 전공에 따라 전문분야를 배운다. 공사에는 8가지 전공이 있다. 이과 계열은 시스템공학ㆍ전자통신공학ㆍ컴퓨터과학ㆍ기계공학ㆍ항공우주공학을 포함하며, 문과는 국제관계학ㆍ국방경영학ㆍ항공우주정책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생도는 대학생이면서 동시에 예비 장교다. 개인 사물함에 전투복, 방탄모, K2 소총을 보관한다. 영상캡쳐=강대석 기자

생도는 대학생이면서 동시에 예비 장교다. 개인 사물함에 전투복, 방탄모, K2 소총을 보관한다. 영상캡쳐=강대석 기자

 
공사에선 일반대학보다 학업 열기가 더 뜨거웠다. 백준호 생도는 “오전 8시 10분부터 수업을 시작해 일과를 끝낸 뒤, 주어진 과제를 하다 보면 자정에나 잘 수 있다”며 “군사훈련보다 공부가 더 어려웠다”고 했다. 졸업을 앞둔 백 생도는 “내년에 졸업해도 다시 시작이다”며 “공사 생도 대부분은 졸업한 이후 조종사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조종훈련에 들어간다”고 소개했다.
 
지난 3월 8일 공사에서 열린 '제67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사관생도들이 분열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8일 공사에서 열린 '제67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사관생도들이 분열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혜수 생도는 “일반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이 공사에도 방학이 있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며 “하계와 동계 각각 4주 휴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공사는 일반대학보다 방학 기간은 다소 짧지만, 장점도 많다. 우선 교육비가 공짜다. 4년간 국비 장학으로 무상 교육을 받는 것은 물론, 매달 품위유지비(생활비)로 70만 원도 지급된다.
 
또한 정규 학위교육에 포함되는 6교시 이후에는 생도들이 자율적으로 설계한 ‘자기 주도적 역량개발’도 가능하다. 2019년 2학기 기준으로 43종목(문예 19, 스포츠 18, 영어 2, 기타 4) 가운데 자유롭게 선택해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
 
생도는 4명 또는 2명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다. 국가는 생도에게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급하며 피복 및 각종 학습 자료도 무상 지원한다. 영상캡쳐=공성룡 기자

생도는 4명 또는 2명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다. 국가는 생도에게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급하며 피복 및 각종 학습 자료도 무상 지원한다. 영상캡쳐=공성룡 기자

 
요즘 인기가 가장 많은 ‘무인항공기’ 동아리에서는 드론 제작에 열중이었다. 이들이 만들고 있는 드론은 시중에서 구매하는 것과 형상이 달랐다. 윤혜인 생도는 “프레임만 업체에서 받고, 드론에 들어가는 보드나 모터는 목표 사양에 맞게 별도로 사서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 봤다. 동아리가 만든 드론을 들고 밖으로 나가 비행을 시작했다. 드론은 곧바로 하늘로 솟구쳐 올라간 뒤 연병장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출발 장소로 돌아왔다. 비행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윤 생도는 “수동으로 조종할 수도 있지만, 자동비행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컴퓨터로 비행계획을 입력하면 드론은 계획대로 비행한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착륙한다”고 덧붙였다. 동아리는 각종 대회에 참가해 여러 번 수상한 실적도 갖고 있다.
 
무인 항공기 동아리에서 띄어 올린 드론이 공사 연병장을 비행하고 있다. 생도가 직접 설계해 제작한 드론이다. 박용한

무인 항공기 동아리에서 띄어 올린 드론이 공사 연병장을 비행하고 있다. 생도가 직접 설계해 제작한 드론이다. 박용한

 
패러글라이더와 행글라이더 등 비행 관련 활동도 있었다. 푸른 잔디 언덕에 도착하자 하늘에서 글라이더를 타고 내려오는 생도들로 가득했다. 행글라이더를 타고 기자 곁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생도를 보면서 “나도 타보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힘겹게 행글라이더를 끌고 언덕을 오르던 주윤서 생도는 “입학한 뒤 지난 2년 동안은 패러글라이더를 탔지만, 올해 5월부터 비행 속도가 더 빠른 행글라이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을 마친 뒤 “짜릿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주윤서 생도가 행글라이더 들고 언덕 아래로 뛰어나가고 있다. 영상캡쳐=공성룡 기자

주윤서 생도가 행글라이더 들고 언덕 아래로 뛰어나가고 있다. 영상캡쳐=공성룡 기자

 
그러나 이런 자율 선택교과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기본적인 인증제 교과(무도ㆍ체력ㆍ수중생환ㆍ토익) 조건을 모두 갖춘 생도만 참여할 수 있다. 졸업 후 장교로 임관하기 때문에 장병 체력검정 특급에 해당하는 기초체력과 500m 거리 수영이 가능한 생환능력 등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넘어야 한다.
 
공사 생도는 무도 종목(유도ㆍ검도ㆍ태권도)에서 최소 1개 이상 단증을 따야 한다. 유도장에 들어서니 생도 수 십명이 몸을 매트 위로 던지며 낙법 훈련을 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수상했던 김병주 교수가 직접 시범을 보였다.
 
공사 김병주 교수가 유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유도 종목에서 동메달을 수상했다. 박용한

공사 김병주 교수가 유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유도 종목에서 동메달을 수상했다. 박용한

 
유단자는 더 높은 기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공사 입학 전 이미 검도 초단을 갖춰 2단에 도전하는 생도 2명이 대련하며 우렁찬 목소리를 냈다. 죽도로 머리와 손목 그리고 허리를 치며 격렬한 대련을 펼쳤다.
 
공사 생도 두 명이 검도 대련을 펼치고 있다. 박용한

공사 생도 두 명이 검도 대련을 펼치고 있다. 박용한

 
공사는 ‘배우고 익혀서 몸과 마음을 조국과 하늘에 바친다’는 교훈을 세우고 미래 항공우주시대를 선도할 정예 공군 장교를 양성한다. 1949년 제1기 사관생도가 입교한 이래 올해 67기까지 공군 장교 1만 189명을 배출했다. 1985년에는 서울 대방동에서 청주로 학교를 옮겼다.
 
공사 43기 졸업생 부승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전 국방부 장관정책보좌관)는 “가입교 5주 동안 강도 높은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입학할 때 육체는 고통스럽지만, 기쁘고 뿌듯했다”며  “공사에서 ‘지ㆍ덕ㆍ체’를 겸비한 장교 육성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진 공군 소위로 임관할 수 있었다”며 생도 생활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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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요즘 공사에 입학하기는 낙타를 타고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만큼이나 어렵다. 지난해 공사 여성 입학 경쟁률은 101.7대 1로 치열했다. 공사는 1997년 육ㆍ해ㆍ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여생도 입학을 허가했다.
 
올해도 공사의 높은 입학 경쟁률은 여전했다. 총 215명을 선발하는데 1만 480명이 몰려 남ㆍ여 생도 전체 경쟁률이 48.7대 1까지 올라갔다. 김혜수 생도는 “사관학교 생활이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라면서도 “어렵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있으니 도전하라”며 예비 후배들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청주=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강대석·공성룡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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