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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 "박근혜 사면, 내년 총선 끝나면 되지 않을까"

 “저를 한번 취재해주십시오.”
지난 11월 16일, 홍문종 우리 공화당 대표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인터뷰(https://news.joins.com/article/23634097)를 읽고 전화를 걸어왔다. 김 전 대표와 홍 대표는 한때 친박계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등을 졌다. 그는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부대’의 본산, 우리공화당 대표다. 김 전 대표가 밝힌 2016년 총선 살생부 등에 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취재원이 취재해달라는 데 기자가 거부할 순 없다. 살생부 등의 문제 외에 박근혜 전 대통령 근황과 사면 문제 등에 관한 얘기도 듣고 싶다고 하자 그는 “아는 한 말씀 드리겠다”고 했다.
이틀 뒤인 11월 18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홍 대표와 마주 앉았다.
 

 박 전 대통령은 요즘…바깥 돌아가는 일 잘 알아

 
-박 전 대통령의 근황은.

“ 유영하 변호사가 ‘만나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한다. 예전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다. ”

박 전 대통령은 왼쪽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지난 9월 16일 서울 구치소에서 나왔다. 수감 2년 5개월 만이었다.

서초동 서울성모병원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은 안경과 마스크 때문에 확인할 수 없었으나 휠체어를 타고 병동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엔 카리스마 넘치던 권력자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예전 모습을 연상할 수 있었던 건 검은색 핀으로 고정한 올림머리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병원 21층 VIP 병동에 두 달째 입원 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9월16일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9월16일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수술 후 건강은 어떤가.

 “왼쪽 팔을 끝까지 들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반 정도밖에 못 올린다고 한다. 연세(67세)가 있으시니 회복이 더딘데도 교정본부에선 ‘그 정도면 충분히 회복된 거 아니냐’는 문의를 의료진에게 하고 그러는 모양이다. ”

-면회객은 있나.

"얼마 전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왔었는데 1층에서 막혀 되돌아갔다. 이완구 전 총리는 어떻게 4층까지는 올라갔다는데, 대통령이 안 받는다고 해서 돌아갔다. 유영하 변호사만 가능하다. "

병원에 있더라도 박 전 대통령은 수감자 신분이다. 병원 내에서도 면회 제한 등 구치소 생활과 똑같은 규정을 적용받아 경비가 1층 입구부터 지키고 있다고 한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선 아시나.

“바깥 상황에 대해 굉장히 잘 안다. 여러 사람이 편지를 몇십 통씩 보내니까."

그러면서 홍 대표는 "어서 풀어놔 드려야 하는데…"라고 혼잣말을 했다. 홍 대표는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 조문을 갔다. 조문을 마친 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꺼냈다.
 

박근혜 사면…강기정 수석의 물밑 긍정 메시지 

 
-당시 문 대통령과 나눈 대화는.  
"‘대통령께서 (박 전 대통령을) 좀 배려해주십시오’라고 했더니 문 대통령이 ‘내가 책상도 넣어주고, 병원에도 보내고…. 제일 아주 챙기는 사람이 나 아니냐’면서, 굉장히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집에도 좀 보내주십시오. 지금 아주 아픕니다.’라고 했더니 말없이 웃기만 하셨다. 아전인수일지는 모르나 표정에서 긍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여권 내부에도 사면을 검토하는 기류가 있는 것 같다.

"강기정 수석도…."

그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이름을 잠깐 꺼냈다간 바로 함구했다. 몇 차례 더 물어보자 이렇게 답했다.  
" 강기정 수석하고 소통하는 여당 의원이 내게, 박 대통령을 콕 집어 한 말은 아니지만, ‘사면복권은 언제든 할 준비가 돼 있다. 전체적으로 구상하고 있고 그럴 때가 됐다’는 얘기를 알려주더라. 소스(여당 의원)는 알려지면 안 돼서…."
물밑에서 흘러나오는 강 수석 얘기와 비슷한 톤의 언급이 공식적으로 있었다. 지난 10일 청와대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민통합’ 취지의 사면이 없었는데 앞으로도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사면에 대해선 언제나 대비를 해 둔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고(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를 찾은 홍문종 우리공화당 대표를 빈소 밖으로 마중 나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고(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를 찾은 홍문종 우리공화당 대표를 빈소 밖으로 마중 나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사면이 된다고 보나.

 "조심스럽지만 되지 않을까. 제가 보기엔 총선 전에 사면할 경우 여권도 야권분열용이라느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게 부담스러워서 내년 4월 총선 후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집으로 가시는 것은 12월에도 가능하지 않을까."

박 전 대통령이 연내 강남 삼성동 자택에 돌아갈 수 있으려면 형 집행 정지밖에는 방법이 없다.  
형 집행정지는 ‘형의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보이는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 일정한 사유에는 7가지가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이 기대를 걸어 볼 수 있는 항목은 ^형의 집행 시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등 두 가지다. ‘연령 70세 이상인 때’라는 조항도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67세다.  그래서 형 집행정지로 12월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직 아득해 보인다.

 

2016년 반기문 영입 추진 비화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는 가장 하고 싶은 얘기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얽힌 얘기라고 했다.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독대한 비화를 먼저 꺼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붙기 시작한, JTBC의 태블릿PC 보도( 10월 24일) 이전이었다고 했다.

  "대통령께 제가 리포트를 하나 써 드리고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해서 독대했다. 그 자리에서 한 말이 ‘어차피 후계자를 정해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당엔 재목이 없다. 반기문도 새누리당 후계자로는 불안하고 답답하다. 대통령 그만두고 나면 뒷방 늙은이가 되는 게 사실 아니냐. 그런데 대통령님은 아직 젊다. 나이 70도 안 됐는데, 당분간 새누리당에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 대통령 그만두고 나서 또 대선에 출마할 수는 없지만, 현행 헌법으로도 가능한 게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외교통일 대통령을 하고, 대통령이 당에 걸출한 후계자가 만들어질 때까지 총리를 하시면서 내치를 담당하면, 당에 영향력이 남아 있을 수 있다’였다."  
 ’반기문 외치 대통령 박근혜 내치 총리‘의 이원집정제식 국정 운영을 건의했다니….

-박 전 대통령 반응은 어땠나.

"답변 안 하셨다."

홍 대표의 건의를 수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박 전 대통령은 얼마 뒤인 10월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격적으로 개헌 카드를 꺼냈다.  핵심은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국회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주도하는 개헌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원집정제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구여권의 대세는 이원집정제였다.  물론 개헌시도는 그날 밤 JTBC보도가 촉발한 최순실 쓰나미에 쓸려갔다.
홍 대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하고 나는 하버드대에서 동문수학한 사이다. 반기문 총장에겐 오준 전 대사 등을 통해 이미 우리(친박)가 계속 접촉을 해왔고, 한국 나올 때마다 박 대통령의 뜻을 전해줬다. 반기문 전 총장이 정치하기로 결심한 데는 우리의 뜻이 김무성 전 대표보다 우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의 생각은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다. 김무성 선생이 그렇게 (탈당) 안 했으면 보수우파의 후보로 문재인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던 것을, 결국 쪽박차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①새누리당 살생부=김 전 대표는 ‘2016년 새누리당 살생부는 사실이었다. 살생부엔 친박-비박 40명이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살생부에 대해 하고 싶다는 말은.

“당시 살생부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버전이 돌아다녔다.  모 대기업 찌라시에서부터 보좌관들이 만든 것도 있고. 어떤 찌라시엔 제 이름도 들어 있었다.  그런 것들이 여기저기 청와대발인 것처럼 돌아다니자 청와대에서 ‘미치겠다’면서 살생부를 취합한 적이 있다더라. 청와대가 만든 게 아니라 취합한 거다.”

-박 전 대통령 지시와 무관하게 청와대 내 누가 만들 순 있잖나.  
“주변에 누가 알아서 기었는지는, 자기 이익하고 부합하게 살생부를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박 대통령이 살생부 만들어 어떻게 할 스타일이 아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나름 거대한 계획이 있었다. 그 계획의 목적으로 찌라시를 동원했다고 의심할 여러 정황이 있다."
홍 대표는 ”요즘은 ‘황교안 살생부’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정치계절만 되면, 실세라는 사람들이 술집에서 흘리는 얘기, 또는 실세가 누구에게 인상을 썼다든지 찌푸렸다든지 하는 얘기를 가지고 몇 개씩 살생부가 돌아다닌다. 여당 것도 많다. 그런 여의도가 창피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②현기환 ‘할머니’발언=김 전 대표는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자신을 세 번 찾아와 ‘TK’‘대구’‘유승민계’ 지역구를 공천 때 양보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 대목엔 다른 해석을 내놨다.
 “ 대통령께서 현기환 전 수석한테 뭐 어떻게 해달라고 한 게 아니고, ‘몇몇'이 김무성 전 대표를 어떻게 하든 한쪽 코너로 몰아야 되겠다는 작전을 가지고 유승민, TK 어쩌고 한 게 아닌가 싶다. 대통령의 분위기를 전달할 위치에 있다는 것을 활용해서.”

-‘몇몇’이란.

“필름을 거꾸로 돌려보면 최경환 전 의원이 친박 여러 사람과 생각이 다를 때, 현 전 수석은 최경환 편만 들었다. 김 전 대표가 일방적으로 물리치고 아무 주고받기가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본다.”

 ③옥새 파동=김 전 대표가 ‘옥새(대표 직인)는 당 금고에 있었고, 도장 갖고 나른 일이 없다’고 한 부분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부산에 가 있어 공천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없었다. 옥새가 어디 있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공천을 보이콧하고 부산으로 간 건 (도장을 가지고 간 것과) 똑같은 거다. 자기는 아무 책임이 없고, 친박에 당하기만 하고, 몸으로 저항하는 과정에서 옥새 파동이 일어났다는 건 구차한 변명이다.”
홍 대표의 말속엔 아직도 해소하지 못한, 해소키 어려운 갈등의 씨앗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한때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같이 뛰었던 홍문종 대표(왼쪽)와 김무성 전대표. [중앙포토]

한때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같이 뛰었던 홍문종 대표(왼쪽)와 김무성 전대표. [중앙포토]

 

보수통합, 박 전 대통령 생각은

 
그런 대립구도가 여전한 상황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유승민 의원 측과의 보수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황 대표는 통합대상에 우리공화당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공화당에도 제안한 보수 대통합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떤 생각인가.
“관심을 안 가지고 계신 건 아닌데, 우리가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신다고 전하는 건 조심스럽다. 아프시고, 집에 가셔야 하는데, 자꾸 발언이 나가는 게 안 좋다. 하지만 우리당 자체가 대통령하고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대통령 뜻을 간과할 순 없다.”  
-홍 대표의 생각은 어떤가.

“김무성하고 유승민 때문에 안된다.  지금 판에 가장 쎈 플레이어는 문재인, 그다음 쎈 플레이어가 박근혜다. 비록 감옥에 있지만 그런 박근혜 대통령을 김무성ㆍ유승민은 묻고 가자는 거다. 그러니 대화 자체가 안되고 평행선을 걸을 수밖에 없다.”  
-우리 당 빼고 황교안-유승민 통합은 가능할 수도 있다.

“서로 잽만 날리고 있더라. 연동형 비례가 되면 유승민이 한국당에 들어와 공천을 구걸할 필요가 없다. 연동형 비례가 되면 한국당이 바른 미래당 유승민계와 우리 당과 삼각편대를 만들어 각개약진하고, 큰 이슈는 협력하는 것으로 작전을 짜야지 대통합하면 (당 하나가) 110석 정도 얻고 그만이다.”

-연동형 비례가 된다고 보나.

“ 통과될 것 같다."

-우리공화당엔 연동형 비례가 더 낫다고 봐서 하는 말은 아닌가.

  "겉보기엔 나을 수 있는데, 길게 보면 아니다. 물론 정치는 생물이니까 막판에 가서 다 죽게 생겼다면 연합공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지 모른다. 그렇게 문재인 대통령을 욕해도 지지율이 40~50%를 왔다 갔다 한다. 그런 상황에서 연동형 비례가 되고, 국회 3분의 2가 넘어버릴 것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생기기 시작하면 다 죽게 생겼으니 드라마틱한 상황이 올진 모른다.”

 -만약 형 집행 정지나 사면으로 나오면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메시지를 낼까.

"세상에 나오셨을 때, 정치적으로 이익 보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대통령은 미니멈 메시지를 내도록 해야 할 것 같다.”
궁금했다. 아까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바깥세상’일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김무성 전 대표 인터뷰를 박 전 대통령도 봤을까.

 "누군가 (기사를) 보내 줬을 거다."
 혹시 박 전 대통령이 해명하라고 해서 홍 대표가 연락한 건 아닌지 물어봤다. 그는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도 “기사를 보고받긴 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강민석 기자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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