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檢 예산 독립” 여야 합의에 반발한 법무부, 속내는?

"제도 개선을 바로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고요."
 
2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의 법무부 예산심사 도중 나온 김오수 법무부 차관의 이 한마디에 여야 의원들이 단체로 뿔이 났다. '검찰청 예산 분리 편성 관련 제도 개선을 하고 있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김 차관이 이례적으로 반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법무부 예산심사가 잠시 정회되는 등 차질을 빚었다.
 
11월의 예산 소위는 주로 정부부처 예산안의 삭감을 심사하는 자리다. 장·차관의 말 한마디에 눈앞에서 수십억 원이 감쪽같이 사라지기도 한다. 예결 위원 질의에 반박한 김 차관의 행동은 그래서 이례적이다.
 

검찰 예산 독립, 발단은?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이종배 자유한국당, 지상욱 바른미래당 간사와 논의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이종배 자유한국당, 지상욱 바른미래당 간사와 논의를 하고 있다. [뉴스1]

발단은 이렇다. 국회 예결특위는 지난달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에서 분리하는 제도 개선안을 의결했다. 검찰청은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17개 청 가운데 예산 독립 편성을 하지 않는 유일한 곳이다.
 
검찰 예산 독립은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이 주장하면서 쟁점이 됐다. 지 의원은 지난달 18일 김 차관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예결 소위에서 "국민이 법무부로부터의 검찰 독립을 원하니 검찰청 예산을 분리 편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자유한국당도 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검찰의 예산·인사·감찰권 독립 등의 내용을 담은 자체 검찰개혁안을 제시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지지여론이 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도 이 같은 야당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예결위 합의가 이뤄졌다. 검찰에 대한 국회 견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생각이 여야 합의의 밑바탕에 깔렸다.
 

법무부 "반대", 왜?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검찰 예산 독립에 대해 법무부는 '반대' 입장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칠 수 있는 방안이란 것이다. 지난달 열린 예결 소위에서 김 차관은 "검찰이 국회에 (예산 문제로) 나오게 되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제도 개선 합의로 법무부의 반대 논리가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그러자 김 차관은 이날 예결 소위에서 '법을 바꾸라'며 배수진을 쳤다. 그는 "법무부에서 검찰 예산을 운영·편성한 지 70년이 됐다"며 "그동안 운영하던 것을 바꾸려면 국가재정법이나 검찰청법 개정안 등 별도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은 "(법무부가) 법 핑계만 대면서 한 발짝도 안 나가는 것은 국회에서 다시 정하라고 할 때까지 우린 안 움직이겠다는 의사표시"라며 "만장일치 국회 결정을 무시하고 안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속내는 무엇?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일주일 만에 다시 검찰에 소환된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일주일 만에 다시 검찰에 소환된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 가운데, 정작 당사자인 검찰의 입장은 어떨까. 대검 고위관계자는 "예산 독립과 관련해선 국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게 검찰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원론적이지만 법무부의 반대 입장과는 살짝 결이 다르다.
 
검찰 안팎에선 예산 독립이 오히려 근원적인 검찰개혁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간부급 검사는 "독립 예산을 편성하는 경찰청의 경우 인사권을 경찰청장이 갖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예산 독립은 검찰의 인사 독립과도 연동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예산·인사에 대한 독립을 이룰 경우 정부의 검찰 장악력이 현저히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법무부가 검찰 예산 분리 편성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사권은 여느 정권 할 것 없이 항상 검찰을 통제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꼽혀왔다. 검찰개혁을 국정과제 제1호로 삼은 문재인 정부의 기본 철학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할 당시 검찰 인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은 2010년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의 대담집인『진보집권플랜』에서 검찰의 속성을 "보수적 세계관과 엘리트주의를 체현하고 공소권을 독점한 권력체"라 요약하며 "검사들이 검찰을 쪼갠다(검찰개혁)고 반발하면 '너 나가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인회 인하대 로스쿨 교수가 2011년 공동 집필한『검찰을 생각한다』엔 이런 대목도 나온다.  "아무리 강단 있는 검사라도 인사문제 앞에선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검찰 간부는 해마다 보직인사를 받는데 연거푸 두 번만 한직으로 발령이 나면 회생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檢 예산 독립 가능할까?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검찰 예산 독립 편성은 19대 국회 당시 야당이던 민주통합당 법사위원들의 일관된 주장이기도 하다. 일단 국회는 여야 합의를 통해 검찰 예산 독립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만 합의 사안은 '제도개선안'인 만큼 향후 정부조직법 개정을 거쳐야 검찰청 예산 독립의 법적 근거가 생긴다. 야권에선 올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이를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해 예산안과 동시 의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여당은 이 부분에 대해선 아직 동의하지 않은 상태다.
 
국회의장이 국회 예산정책처와 협의해 지정할 수 있는 예산 부수 법안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 하루 전에 정부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여야 합의로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내년에 편성하는 2021년도 예산부터 검찰이 법무부와는 별도로 예산을 편성하게 된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