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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 전 동양 부회장 "동생이 모친 유산 미술·골동품 빼돌렸다"

■ 선대 회장 상속재산 ‘아이팩’ 둘러싸고 3년 동안 형사 분쟁
■ “(동양 사태) 미변제액 100억여원… 상속재산 소송 나선 이유”

단독 인터뷰
“동생(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모친 유산 미술품·골동품 빼돌렸다”

■ “작년 11월 어머니 장례 후 이당 김은호의 ‘미인도’ 등 사라져”
■ 현재현 전 회장 “오리온그룹의 협조 거부가 부도 결정적 계기”
 
10월 24일 월간중앙 대회의실에서 만난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은 2013년 동양 사태 당시 ’동생(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도와줄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틀어버렸다“고 회고했다. / 사진:박종근 비주얼 에디터

10월 24일 월간중앙 대회의실에서 만난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은 2013년 동양 사태 당시 ’동생(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도와줄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틀어버렸다“고 회고했다. / 사진:박종근 비주얼 에디터

11월 5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 끄트머리. 마당의 큼지막한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한 집으로 들어섰다. 멀리 남산서울타워가 보이고 기와지붕은 하늘과 맞닿은 듯했다. ‘ㄷ’ 자 형태의 집 안 구조가 낯설었다. 주방에서 성경책을 읽던 희끗한 머리칼의 여주인이 반갑게 맞았다. 집 안내부터 부탁했다. 옷방에는 남성복과 여성복이 가득 걸려 있었다. 남성복의 주인은 이 집에 부재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남부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라서다.
 
잠자는 방에는 통상의 침대는 안 보였다. 침대 받침 없이 매트만 낮게 누워 있었다. ‘낮은 데로 임하소서!’라는 성경 말씀이 떠올랐다. 침대 프레임은 운신하기가 불편할 듯해 그랬다며 여주인이 얇게 웃었다. 불편한 건 없다고 했다. 거실 한편 책상 위에는 무두질한 가죽과 플라스틱 망치와 자, 가위가 보였다. 여주인은 “뭘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해서 소일거리 삼아 여성용 가방, 지갑 등을 제작하고 있다”고 한옥 해설사처럼 친절하게 설명했다. 책상 왼편 진열대에 완성품인 여성 가방 대여섯 개가 눈에 들어왔다.
 
거실 정중앙 벽면에 걸린 풍채 좋은 초상화 한 점.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돌아가신 아버님”이라고 했다. 함자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니 “이자 양자 구자”다.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다. 나중에 동양시멘트 등 제조업 부문과 동양제과 등 제과 부문으로 나눠 두 딸에게 상속된 모기업이다.
 
한옥 여주인(정확히는 전세 세입자)은 이 회장의 큰딸, 이혜경(67) 전 동양그룹 부회장. 옷방 남성복의 주인은 이 전 부회장의 남편, 현재현(74) 전 동양그룹 회장이다. 현 전 회장 부부는 6년 전까지만 해도 재계 10위권 대기업의 사주 일가였다. 하지만 1조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수만 명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동양그룹 사태를 맞으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금실이 좋았던 부부는 교도소 담장의 안팎에서 따로 살고 있다.
 
 

재벌가 사모님에서 지하철 뚜벅이로 6년

이혜경 전 부회장 자택에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 사진:조강수 기자

이혜경 전 부회장 자택에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 사진:조강수 기자

회사 자산이 부채보다 더 많았는데도 눈 뜨고 회사가 무너지는 현장을 지켜봐야 했으니 억울한 점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6년이 흐른 지금 부부는 ‘억울’보다는 ‘내 탓’에 방점을 찍고 있다. 옥중의 현 전 회장은 “2013년 9월의 동양 사태는 나의 상황 판단 잘못과 과욕이 빚은 참사”라며 “마지막 피해자 한 명에게까지 빚을 변제하고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부부는 기독교로 개종해 독실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현 전 회장 부부는 고 이양구 회장이 남긴 초코파이 포장지 제조·납품 회사인 ㈜아이팩이 상속재산인지를 놓고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화경 부회장 부부와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지난해 11월 이 전 부회장 어머니(고(故) 이관희 여사)의 죽음은 상속재산 다툼 2라운드로 가는 변곡점이 됐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동양 사태는 사전에 막을 수 없었던 걸까. 갖가지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부엌의 책상 겸 식탁에서 이혜경 전 부회장과 마주 앉았다. 그의 앞에는 성경책과 필사 노트 한 권만 놓여 있었다. 6개월 전부터 시작한 필사 노트가 11권째에 돌입했다며 뿌듯해했다.
 
단독 인터뷰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10월 24일 월간중앙 대회의실에서 2시간여 대담 인터뷰(※동양 사태 피해자단체가 선임한 법률사무소 지언 대표인 김종률 변호사 동석)를 한 데 이어 11월 5일 후속 인터뷰는 전셋집 현장에서 동영상 촬영 중심으로 진행했다.
 
이 전 부회장은 동생 부부와의 상속 재산을 둘러싼 갈등과 현재의 심경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현 전 회장은 수기로 기록한 답변서를 통해 6년여 전 급박했던 동양 사태의 막전막후 비화를 소개했다. 인터뷰를 글로 쓰다 보니 부부의 참회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잣집 딸, 회장 사모님으로 살아온 40여 년간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았다는 이 전 부회장에게 살림살이가 어떤가부터 물어봤다.
 
동양 사태가 터진 지 6년 됐다. 요즘 일상은 어떤가?
 
“아빠(현재현 전 회장)는 교도소에 계시고, 저는 이곳(가회동) 한옥에서 강아지 두 마리하고 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시민으로 잘 지내고 있다. 차 없이 지하철로 다닌다. 지낼 만하다. 지하철 안국역도 근처에 있다. 걷기 좋은 거리다. 따로 운동을 안 해도 될 정도니까(웃음). 처음엔 혼자 지하철 타고 다닐 줄 모르니까 제 아들이 걱정하고 쫓아와서 가르쳐줬는데, 이제는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 지하철 타고 찾아다니는 데 선수가 됐다(웃음). 여기 한옥에서 산 지는 만 4년 됐고, 그 전엔 한남동 H 아파트에 월세를 얻어 2년 정도 아들과 같이 살았다. 아들은 당시 미국의 한 회사에 취직해 나가 지낸다.”
 
현 전 회장은 2014년 1월 구속돼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을 확정 선고받고 남부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경제적으로는 파산선고도 내려졌다.
 
 

40여 년 만에 크리스천으로 개종

이혜경 전 부회장이 거실 한쪽에 마련된 책상 앞에 앉아 말하고 있다. / 사진:조강수 기자

이혜경 전 부회장이 거실 한쪽에 마련된 책상 앞에 앉아 말하고 있다. / 사진:조강수 기자

남편 면회는 자주 가나?
 
“한 달에 일반면회 6번이 허용된다. 1회 15분씩 본다. 월요일 또는 목요일에 간다. 특별면회는 한 달에 한 번. 기결수의 전체 면회 가능 횟수가 그렇다. 30분 정도 하는 특별면회는 친구분들이 신청해 갈 경우가 있어서 저는 두 달에 한 번꼴로 한다.”
 
슬하에 자녀는 어떻게 두셨나?
 
“딸 셋에 아들 하나다. 첫째 딸만 한국에 살고, 나머진 미국에서 직장 다닌다.”
 
동양 사태 이후 자녀들의 생활에도 변화가 있었나?
 
“많은 게 바뀌었지만,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개척해서 각자 삶을 안정적으로 살고 있다. 아이들에게 꼭 나쁜 영향을 끼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큰 저택에서 살다가 전·월세 사는 게 힘들지 않나?
 
“전혀 다른 생활이긴 한데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옛날에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다못해 문도 제가 열지 않았다. 가만히 서 있으면 문 열어주고. 그게 꼭 좋기만 한 게 아니다. 혼자 하고 싶은 일도 있는데 항상 (사람이) 따라다니니까 사생활이 없었다. 지금은 자유롭다. 옛날에 만나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친구들이 생기고, 또 다른 계층의 모르던 사람들도 사귄다. 공중목욕탕을 가도 재미있다. 목욕탕 출입 4년 차다. 비슷한 시간대에 가다 보니 얼굴이 익은 분들도 생겼다. 음료수를 나눠주기도 하고 참 정감 있게 살더라. 그들에겐 도와주려고 마음 써주는, 잔잔한 정이 있다. 그분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세상을 참 모르고 살았구나’라고 느낀다. 예전에 제 위주로 살았는데 60대에 들어서야 조금 철이 들어가는 것 같다. 모든 걸 남편에게 의지하고 물어보며 살아서 남편이 없다는 게 불편하지, 나머지 생활은 그렇게 힘들진 않다.”
 
목욕탕에서 서민들 만나면 경제가 안 좋다는 생각 드나?
 
“굉장히 많이 느낀다. 대중목욕탕이다 보니 동네에서 장사하는 분들이 많이 오는데 힘들다,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한다.”
 
교도소 안에서 개종했다고 들었다. 계기가 뭔가?
 
“회장님(남편) 집안이 크리스천이었고 제가 불교 집안이었는데 결혼하면서 남편이 불교를 믿었다. 우리 부부에게 큰 사건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불교에서 ‘기도값’을 이야기하는 게 속상했다. 그건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독교가 전도를 잘하지 않나. (교회에) 가보니까 목사님 말씀이 너무 나를 위한 것 같고. 처음엔 회장님께 얘기 안 하고 3개월쯤 돼 내가 정말 하나님을 열심히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교회 나간다고 말했다. 그게 3년 전이다. 너무 환하게 웃더라. 그렇게 기뻐하는 표정을 처음 봤다. 지금 남편도 성경 공부 열심히 한다. 탐독 수준이다. 저한테 건네는 편지에 성경 말씀을 구절구절 써주셔서 ‘그걸 다 외우시냐’고 물어볼 정도다. 운동도 열심히 해서 알통이 나왔다고 자랑하더라. 저를 안심시키느라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도원의 수도사가 지내는 방 사이즈(크기)하고 내 방 사이즈가 똑같다. 내가 어떻게 보면 수도원에 들어와 있는 거다.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종교를 사모님 때문에 바꿨다가 다시 돌아온 건가?
 
“그렇다. 결혼은 교회에서 했다. 40여 년 된 거다. 진작 얘기를 하시지, 왜 말을 아꼈을까 안타까웠다.”
 
이혜경·현재현 부부와 이화경·담철곤 부부는 동양 사태 막바지인 2013년 9월께 동양의 자금 지원 요청을 오리온이 최종 거부한 것을 계기로 남보다 못한 관계로 전락했다. 이혜경 전 부회장은 2016년 말 동양 사태 피해자들로부터 “선대 이양구 회장의 상속재산인 아이팩 지분을 담철곤 회장이 독차지했다”는 통지를 들었다고 한다. 이후 상속 지분을 찾아 피해 회복에 쓰겠다며 담 회장을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법적 분쟁을 시작했다. 돌아오기 어려운 강을 건넌 셈이다.
 
 

이혜경-이화경 자매, 3년째 법적 분쟁

2013년 11월 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혜경 당시 부회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3년 11월 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혜경 당시 부회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동양 사태로 인한 회한도 많을 것 같다.
 
“가장 안타까운 게, 피해자 변제가 많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남은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남편이나 저나 그에 대한 책임감을 놓지 않고 있다. 피해 회복은 90% 넘게 됐다고 한다. 미 변제액이 100억원가량 추산된다. 변제에 편차가 있어서 어떤 분은 피해액의 33% 정도밖에 받지 못한 분도 있다. 소액 투자라고 하더라도 그분들 나름대로는 전 재산이지 않나. 큰돈 맡겼던 분들보다 그런 분들이 더 기가 막힐 것이다. 제가 이 상황이 돼 보니까.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네트웍스 두 회사 관련해 여전히 그런 문제가 있다. 동생 부부와의 여러 (법률적) 사건도 동양 사태 피해자들이 ‘동생 부부와 짜고 상속재산을 은닉하고 있다’며 저를 고발하는 바람에 그런 게 있음을 알고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담 회장 쪽에서 해결해줄 것 같아 제 쪽 변호사 전화번호도 주고 했으나 잘 안 됐다. 저로선 상속재산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돌려드리려고….”
 
현재 진행 중인 형사 사건은 뭐가 있나?
 
“상속재산인 아이팩 지분을 가로챈 의혹과 관련해 2017년 2월 담 회장을 횡령 혐의로 고발한 건과 담 회장의 아이팩 지분 불법 상속 의혹과 관련해 2018년 9월 추가 고발한 배임 혐의 건이다. 전자는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검의 불기소, 재기수사 명령을 5차례 반복하며 핑퐁게임을 했다. 지검에선 너무 오래된 일인 데다 관계자 말이 반반으로 갈려 판단이 어렵다는 거였고, 고검에선 상속재산이라고 한 진술이 있으니 다시 조사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다 결국 지난 8월 말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종결됐다.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 ‘아이팩 인수 후 이혜경 측이 28년간 상속재산 주장을 하지 않았다’ ‘담 회장이 아이팩을 상속재산이라고 인정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적혔다. 이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도 냈으나 지난달 기각됐다.
 
2018년 9월 추가 고발한 건은 담 회장이 자기 아들에게 회사 지분을 물려주려고 임직원들을 시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스텔라웨이)를 설립했다는 의혹이다. 오리온그룹의 조직적 도움으로 군 복무 중이었던 아들이 개인 돈 지출이나 별다른 기여 없이 아이팩 중국 자회사의 주식을 전량 소유하게 됐는데, 이로 인해 회사엔 124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가 이 사건을 수사 중인데 1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아이팩 형사 건에서 패한 이유는?
 
“담 회장이 2011년 자신이 횡령 혐의로 구속된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을 때는 (아이팩이) 고 이양구 회장의 상속재산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번에 제가 고발한 사건과 관련한 조사 때는 개인 재산으로 산 것이라고 180도 다른 주장을 했다. 이전엔 ‘변호인의 잘못된 조언에 따라 진술한 것’이라거나 ‘직원들의 진술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그럼에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것은 오리온 측 변호사들에 대한 전관예우 때문이 아닌지 의심한다. 거기는 법무부 장관 출신 인사가 고문이고 검사장 출신 유명 변호사들이 선임돼 있다.”
 
지난 8월 마지막 검찰 조사받을 때 고성이 오갔다던데.
 
“우리 부부와 동생 부부, 양측 변호사 3명, 참고인 4명 등 모두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녹음녹화 영상조사실에서 합동 대질신문조사가 있었다. 동생(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수의 입고 앉아 있는 남편(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에게 대놓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우리 쪽이 진술하려고 하면 악을 쓰더라. 조사를 방해하려는 의도 같았다. 그래도 형부인데 안하무인으로 대해 속이 상했다. 그때 자매로서 남았던 정이 다 떨어졌다. 조사 방식도 편파적이라고 생각했다. 검찰의 ‘보여주기’식 수사였다. 그 직후 무혐의 결정이 나온 것이다.”
 
작년 11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서는 별일 없었나?
 
“동생 부부가 저희와는 말을 한마디도 안 섞었다. 남편이 남부교도소에서 나와 오전 10시 입관식에 맞춰 도착했다. 오자마자 우리 식구는 전부 입관하러 내려갔는데, 동생네는 아무도 안 내려와서 깜짝 놀랐다. 남편은 2박 3일 동안 강원도 삼척시에 마련된 아버지 묘소에까지 갔다가 교도소로 복귀했다. 원래 어머니가 치매기가 있어서 2015년부터 약을 드셨다. 어떤 때는 저도 몰라보셨다. 동생네가 어머니 생전에 나를 어머니 자택에 못 오게 막더니 돌아가시기 직전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동생 쪽이 아니라 고모부 연락을 받고 알았다.”
 
 

모친 사후 2라운드 상속재산 분쟁

2013년 12월 16일 현재현 당시 동양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3년 12월 16일 현재현 당시 동양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형사 건과는 별도의 상속재산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경위는?
 
“장례 치르고 난 뒤인 지난 3월, 어머니의 유언 집행자라는 변호사가 연락해와 만났다. 어머니가 생전에 동생을 단독 상속인으로 하는 유언증서를 작성했다고 하면서 증서를 보여주더라. 날짜를 보니 2017년 4월 4일 자였다. 유언증서에 이름이 적힌 증인 2명은 오리온 임원과 비서였다. 89세의 고령에 오래전부터 치매약을 복용해온 어머니가 어떻게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쨌든 유언 집행 변호사는 동생이 공동 상속을 원한다며 상속재산 명세표를 줬다. 살펴보니 유산은 성북동 자택의 토지와 건물, 종로구 한옥 전세보증금 등이 전부였고 다른 동산은 일절 없었다. 그나마 자택엔 거액의 부채에 대한 은행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가정부 임금, 퇴직금, 장례비용도 상속재산에서 낸 거로 돼 있었다. 빚을 빼고 남는 게 5억~6억원 정도였다.”
 
동생 제안을 거절했나?
 
“고가의 동산이 없다는 점과 거액의 부채가 이해되지 않아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전직 법무부 장관 출신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접촉해왔다. ‘내가 돈이 필요한 게 아니다, 상속재산 정확히 신고하고 상속세 다 내자’고 했더니 시간을 끌다가 돌연 세무서에 단독으로 상속 신고를 마치고는 연락이 없었다.”
 
정확한 재산 신고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
 
“삼우제(장사 지낸 후 세 번째 지내는 제사) 지나서 어머니가 살던 성북동 자택에 갔는데 오리온 사람들이 못 들어가게 했다. 그날 집 앞에서 대형 트럭 몇 대를 봤다. 그땐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올해 1월 초 미국에서 들어온 사위 도움으로 사람을 불러 문을 따고 들어갔더니 내부가 싹 바뀌어져 있었다. 어머니가 민화·패물·골동품을 많이 수집했다. 1971년도 내가 대학 입학했을 때 아버지가 어머니께 청전(靑田) 이상범의 산수화를 선물로 드렸더니 무척 기뻐하셨던 기억이 난다. 제가 결혼하고 나서는 어머니가 그림 살 때 항상 데리고 다녔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성북동 집을 찾으니) 고가의 주요 작품들이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다른 작품들로 대체돼 있었다. 이래서 나를 못 오게 했나 생각이 들었다. 현장 사진을 찍어뒀다. 그래서 동생에게 상속세 제대로 내자고 한 것이다. 자칫 내가 탈세의 공범이 될까 봐 동의를 못했다.”
 
어떤 작품들이 있었나?
 
“생각나는 작가 이름만 대충 적었다. 정상화(단색화의 대가), 황규백(판화), 김인승(서양화가 1세대), 헨리 무어(현대 조각의 개척자), 박서보(추상화), 김환기(추상화), 도상봉(서양화), 장우성(한국화, 이순신 장군 영정 그림)…. 어머니가 당시 유명했던 한국화가 작품은 거의 갖고 있었다. 온돌방에 겸재 정선의 그림이 있었다. 항아리에 꽃 있는 김환기의 초창기 작품은 어머니가 4억원 주고 샀다. 미국 가기 전 작품이라 금액까지 기억한다. 그 이후에 산 도상봉 그림은 매입가가 1억원이었다. 다 현대화랑에서 샀다. 거실 벽에 걸려 있던 이당 김은호(1892~1979, 근대 한국화 6대 작가 중 한 명)의 ‘미인도’는 교과서에도 나오는 그림이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서 벽에서 뗀 적이 없었다. 300호 정도 큰 그림인데 보이질 않았다. 헨리 무어 조각도 자취를 감췄다. 그래서 지난 3월에 동산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려고 했으나 법원 소장 인지대가 비싸서 보류했다.”
 
 

‘1400억원 상당’ 동양네트웍스 채권

이혜경 전 부회장이 모친의 성북동 자택에서 촬영한 미술품·골동품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혜경 전 부회장이 모친의 성북동 자택에서 촬영한 미술품·골동품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인지대가 얼마였나?
 
“5억원대. 소송 가액을 200억원대로 추산했다.”
 
국세청에 진정서 제출했나?
 
“공범으로 몰릴까 걱정돼 지난 7월에 냈다. 국세청 조사4국에 계류돼 있다고 들었다.”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소는 했나?
 
“상속 후 자진신고 기간이 6개월이고, 이후 수정신고 기간이 6개월이라고 한다. 총 1년이다. 어머니께서 작년 11월 9일이니 이제 1년이 된다. 탈세와 절도 혐의로 다음주 중 고소장을 낼 것이다.”
 
이북 출신인 아버지가 기업을 일군 비결은?
 
“남한에 내려와서 삼성의 이병철 회장하고 일을 같이했다고 한다. 독립하면서 삼척에 있는 시멘트 공장을 이 회장에게서 받아서 나왔다. 당시에 시멘트 공장이 불안정해 하루 가동하고 하루 멈추곤 했다는데, 아버지가 넘겨받은 후 장기간에 걸쳐 기계를 바꾼 뒤엔 한 번도 가동을 멈춘 적이 없었다고 들었다.”
 
여동생과 사이가 나빠진 결정적 이유는?
 
“동양그룹 사태 직후인 2014년 1월에 남편이 구속되고 나서 어머니가 갖고 있던 오리온 주식을 동양네트웍스를 위해 담보로 제공했다. 그 상황에서 오리온 주식을 내 아들(고 이관희 여사의 손자 현승담씨)에게 넘긴다고 증여를 했다. 그걸 안 화경이가 강력하게 항의하니 어머니가 전화로 ‘지금 쫓겨나게 생겼다. 내가 보관할 테니 다시 가져와라’고 해서 갖다 드렸다. 그런데 어머니가 동양네트웍스의 채권자 신고를 할 때 1400억원대의 1대 주주 권리를 포기해버렸다. 동양 사태의 최대 피해자임에도 우리 부부한테 나쁘게 돌아올까 봐 포기한 거였다. 그러자 동생이 ‘언니네가 1400억원 날려 먹었다’며 사람 취급을 안 하더라.”
 
동양 사태 때 이 전 부회장에게 개인 금고가 있었고 고가의 미술품과 조각품들을 빼돌렸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개인 대여금고가 있긴 했다. 우리 아이들 돌 때 선물로 들어온 반지를 각자 이름표를 붙여 보관한 게 있었다. 다 찾아서 검찰에 냈고 포기각서를 쓰라고 해서 썼다. 한옥에 있었던 그릇, 장식품을 박스에 싸뒀는데 그게 모조리 골동품이라고 잘못 알려진 것이다.”
 
동양그룹이 부도날 때 동생 부부의 탓이 컸다고 보나?
 
“오리온이 동양그룹 주식을 담보로 1000억원만 도와줬으면 됐는데 동생이 해줄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담 회장이 틀어버렸다. 담 회장의 목적이 그런 것(부도)이었다면 달성한 것이다. 당시 동양시멘트에는 자금이 5000억원이 남아 있어서 흑자부도 얘기가 많았다. 남편 말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주거래은행이었는데 부채가 없는 동양에 3000억원을 지원 안 해줄지는 몰랐다고 한다. 산업은행을 너무 믿었던 것에 대해 지금도 후회를 많이 한다.”
 
 

동양 사태 ‘마지막 1주일’ 비화(秘話)

이혜경 전 부회장은 ’피해자들한테 마음의 빚이 굉장히 남아 있다“며 ’남편이 석방되면 그분들한테 어떤 형식이든 봉사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혜경 전 부회장은 ’피해자들한테 마음의 빚이 굉장히 남아 있다“며 ’남편이 석방되면 그분들한테 어떤 형식이든 봉사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 전 부회장은 동양 사태 당시의 상황은 남편이 잘 안다고 했다. 곧이어 “현 전 회장이 옥중에서 수기(手記)로 쓴 글”이라며 복사본을 건넸다. 다음은 수기로 보낸 내용의 일부다.
 
수만여 명이 1조원대 피해를 떠안은 사건이다. 책임을 통감하나?
 
“동양그룹은 내용이 좋은 회사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자산 매각을 서둘렀다면 최악의 사태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상황 판단을 잘못하고 대응을 못한 실책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게 돼 최종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1차적 판단 잘못은 뭘 말하나?
 
“결국은 잘 해결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지나친 낙관이었다. 관련 투자자가 다수이므로 정부(산업은행)가 정책금융으로 지원할 것으로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 치명적 실책이었다. 당시 산업은행에 동양시멘트와 동양파워 주식을 담보로 정책금융 40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는데 그럴 게 아니라 동양파워를 바로 매각했다면 해결됐을 것이었다. 동양파워는 법정관리 직전에도 두산그룹이 매수하려고 했었고 법정관리 이후의 불리한 상황에서도 포스코에 실제로 4500억원에 매각이 성사됐다. 정책금융을 받은 후 시간을 갖고 다른 자산들을 좋은 조건에 매각하고 동양파워에 대해서는 기대도 크고 과신이 있었던 탓이었다. 너무 낙관적인 상황 판단이었고 과욕이었다. 그게 치명적 실책이었다.”
 
동양 사태 마지막 일주일 동안 어떤 일이 있었나?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은 동양이 부도가 나면 큰 사회적 파장이 일 것을 우려해 적극 도우려 했다. 하지만 특혜시비를 우려해 형제기업인 오리온이 돕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오리온이 당연히 응할 것으로 생각하고 언론에 공개한 게 화근이 됐다. 마치 오리온의 협조 여부에 정책금융이, 동양의 운명이 좌우되는 듯한 양상이 됐고 막판에 오리온이 1000억원 지원을 거부하면서 걷잡을 수 없게 됐다. 마지막 주말에 최 금감원장이 나도 만나고 오리온 측도 직접 만나서 협의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 서별관 회의(경제수석 주재)에서 산은은 오리온의 협조가 없으면 금융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오리온의 지원 거부 직후 박용만 두산 회장과 매각 협상을 급히 진행했다. 그것마저 막판에 불발된 배경은?
 
“오리온이 월요일(2013년 9월 23일)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협조 거부 의사를 밝히자 내가 나서 동양파워의 매각을 급히 서둘렀고, 임원들에게 두산그룹과 접촉하도록 했다. 두산은 발전기 제조업체도 갖고 있고 발전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화·수요일 이틀간 긴급 협상에서 매각이 타결됐다. 목요일에는 박용만 회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협상 타결을 서로 치하하고 그날 중으로 양사 변호사가 계약서를 작성, 금요일 오전에 이사회 의결을 거친 뒤 오후 2시에 계약서 조인식, 그 후 양사 회장의 공동기자회견을 갖기로 일정까지 합의했다. 그런데 다음 날 진행이 되지 않았다. 밤사이 두산의 입장이 바뀐 이유를 지금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긴 질문과 답변의 끝에 초심으로 돌아가 이혜경 전 부회장에게 물었다.
 
인생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뭘 배웠나?
 
“성북동은 대지가 400평에 지하 3층짜리 큰 집이었다. 전기료만 몇백만원씩 나왔다. 그런 데서 살다가 전기료 3만4000원 나온 고지서 받아들고 깜짝깜짝 놀란다. 돈 있는 사람들은 신경을 많이 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죄짓게 돼 있다. 흥청망청한다. 처음 교회에 나갔더니 목사님이 나부터 먼저 회개하라고 했다. 돌이켜 보면 겸손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교만 아니었나 싶다. 흥청망청 산 것도 죄고. 죄 안 짓고 산 게 없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피해자들한테 마음의 빚이 굉장히 남아 있다. 지금은 앞일을 계획한 것도 없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지만, 남편이 석방되면 그분들한테 어떤 형식이든 봉사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께 나누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좋아하는 성경 말씀은?
 
“남편이 써서 보낸 구절이 있다. 휴대전화로 찍어서 보내겠다.”
 
이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전송된 것은 이사야서 41장 10절이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함이라’는 구절로 시작했다.
 
 

[박스기사] ‘상속재산 분쟁’ 관련 오리온그룹 측 입장 - “이혜경 전 부회장, 모든 유품 직접 확인했다”

서울 용산구 오리온그룹 사옥에 달린 로고.

서울 용산구 오리온그룹 사옥에 달린 로고.

유언 집행인 승인 아래 집·창고 들어가 실물 확인... 그림·골동품들 개별 가액에 대해 알려준 바는 없어
 
오리온그룹 측은 자문 변호사를 통해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두 집안 사이에 고(故) 이양구 선대 회장이 남긴 ‘아이팩’을 둘러싼 상속재산 형사 분쟁은 끝났지만, 어머니(고(故) 이관희 여사)의 상속재산 관련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오리온 측 입장이 뭔가?
 
“이혜경 전 부회장 측에서 자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저희들은 고인이 돌아가신 시점(지난해 11월)에 그 상태 그대로 유품들을 보존하고 있다. 고인의 유언 집행인이 있다. 그 분께서 유산엔 아무도 손대지 말라고 해서 보안을 걸어놓고 누구도 집에 들여보내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라 뭘 반출하고 할 수가 없었다. 유언 집행인이 이 전 부회장을 만나 유언장을 보여줬고 직접 모든 유품들을 살펴봤다. 골동품도 보관 장소인 집과 창고에 들어가 실물을 다 봤다. 그때 사람 데려와 하나하나 다 개봉하고 사진까지 찍어갔다. 워낙 꼼꼼하게 보셔서…. 접시 하나, 항아리 하나 다 확인하고 신고했다. 누가 손댈 이유도 없고 이화경 부회장이 단독으로 유산을 받는 걸로 돼 있는 마당에 빼돌릴 이유도 없다. 완전한 오해다.”
 
어머니 생전에 집에 걸려 있던 고가의 그림, 골동품들이 다 빼돌려졌다고 주장하며 현장 사진까지 제시하던데.
 
“그 분이 (기자에게) 들고 간 그림 목록이 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당시 현장을 대조해 보기 위해 달라고 했더니 제시를 안 했다. 그 목록이 어떤 근거로 작성된 건지 알 수도 없고 신빙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3300억원대 배상 판결… 변제 진정성 의문”
 
탈세 의혹과 관련해 국세청에 진정을 냈다고 한다. 국세청에 가서 조사를 받은 적 있나?
 
“아직 없었다. 상속세 관련해서는 조만간 조사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림과 골동품 일일이 가격 평가받아서 세무서에 신고했다. 신고 물품이 총 409건이다. 법적으로 문제없도록 했다. 세금도 이화경 부회장께서 다 냈다. 다만 개별 가액이 얼마인지에 관해서는 (이 전 부회장 측에) 알려드린 바 없다. 유언 집행인에게 혹시 필요하면 다 알려주라고 일임했다.”
 
이당 김은호 화백의 [미인도]를 비롯해 고가의 그림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림이 많다. 아마 포장 상태로 돼 있어서 어느 것인지 모를 수 있다. 자택 창고에 다 있다. 김은호의 미인도는 이름을 착각한 것 같다. 거실에 걸려있던 큰 그림은 김은호의 여인도라고 한다. 또 이혜경 전 부회장 인터뷰에 언급된 청전 이상범의 산수도도 재산 신고 리스트에 분명히 적시돼 있다.”
 
어쩌다가 자매 집안끼리 이런 갈등을 겪고 있나?
 
“참 답답해하신다. 이 전 부회장이 제부(담철곤 회장)를 고소했다. 그 당시에 아무런 사실관계 확인 등 사전 절차 없이 법적 조치를 바로 했다. 담 회장, 이 부회장은 법적 조치를 당하고만 있는 입장이다. 상속에 관한 불만이 있으면 변호사 등을 통해 요청하면 되는데 일방적으로 조치를 한다. 단순한 오해나 착오라고 볼 수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어떤 목적이나 이해관계가 있는 건지.”
 
갈등의 원인이 뭐라고 보나?
 
“서로 감정의 충돌이 있다는 건 부적절하다. 오리온그룹의 두 분은 그냥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쪽에서 감정을 표출하거나 한 적이 없다.”
 
이 전 부회장 쪽에선 과거 어머니가 갖고 있던 동양네트웍스 주식(당시 1400억원대 호가)을 동양 사태 때 공중에 날린 것 때문에 미워하는 것 같다고 추측한다.
 
“이미 지나간 이야기다. 그 주식은 객관적으로는 고 이관희 여사 것이다. 그것으로 형제간에 감정 갖고 그러지 않고, 그럴 분도 아니다. 오히려 동양 사태 때 동양그룹에서 오리온그룹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거부한 그것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나쁜 감정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형제지간인데 그런 것 갖고 감정 상할 것은 아니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서로 화해를 하면 좋지 않나?
 
“현재현 전 회장이나 이 전 부회장은 자꾸 채권자들 얘기를 하고 피해 변제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채권자들이 워낙 많기도 하고, 10월 2일 회생법원에서 3300억원대 배상 판결이 선고됐다는 언론 보도(올해 5월 서울회생법원 법인회생1부가 ‘티와이강원(옛 동양)’에 끼친 손실에 대한 보상 책임이 현 전 회장 부부에게 있다고 판시)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채권자 얘기는 어불성설 아닌가.”
 
아이팩의 상속재산 여부와 관련해 담 회장이 2011년 자신의 횡령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 때는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이라고 했다가 이 전 부회장이 횡령 고소한 사건에 대한 최근 검찰 조사 때는 개인 재산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어느 게 맞나?
 
“2011년엔 그 부분이 쟁점이 아니었다. 담 회장이 조사받기 전에 오리온 실무자들이 다 조사를 받았는데 실무자들이 상속재산이라고 답변해서 긍정의 의사표시를 했을 뿐이다. 수동적인 긍정의 표시를 한 정도이고 객관적 사실과 안 맞는 진술이었다.”
 
◇동양 사태란 - 2013년 9월 동양그룹 계열사 5곳(㈜동양·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동양네트웍스·동양시멘트)이 1조7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해 4만 명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 유동성 위기를 막지 못하고 9월 30일과 10월 1일 5개 계열사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았다. 이 사건으로 현재현 전 회장은 2015년 대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죄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형기의 85%가 지나 가석방 대상이다. 2016년엔 동양 사태 피해자들이 제기한 개인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져 파산이 선고됐다.
 
◇현재현·이혜경 부부는 -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현 전 회장은 사법시험 12회에 합격했다. 부산지검 검사로 있던 1976년 이혜경 전 부회장과 결혼했다. 혹독한 경영 수업을 거쳐 34세의 나이에 동양시멘트 사장으로 선임됐고 국내 재벌 가운데 사위로서는 처음으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했다. 고(故) 김옥길 이화여대 총장이 두 사람을 중매했다. 현 전 회장의 조부는 고(故) 현상윤 고려대 총장, 부친은 고(故) 현인섭 이화여대 교수다. 이 전 부회장은 이화여대 미대와 대학원을 나왔다. 슬하에 1남 3녀. 아들 현승담(둘째), 딸 현정담·현경담·현행담(순서대로).
 
 
대담·글 조강수 중앙일보 논설위원 cho.kangsoo@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비주얼에디터 park.jongkeun@joongang.co.kr / 정리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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