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홍콩 지지 대자보 철거한 외대…학생들 "중국 눈치보냐" 반발

지난 19일 한국외대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포함한 '외부단체'의 교내 대자보를 모두 철거했다. 20일 오후 찾은 인문과학관 내부 게시판에는 학교 측의 안내문 옆으로 '노동자연대 한국외대모임'이 붙어 있었다. 이병준 기자

지난 19일 한국외대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포함한 '외부단체'의 교내 대자보를 모두 철거했다. 20일 오후 찾은 인문과학관 내부 게시판에는 학교 측의 안내문 옆으로 '노동자연대 한국외대모임'이 붙어 있었다. 이병준 기자

 
한국외대가 ‘면학 분위기 조성’ ‘학생 안전’ 등의 이유로 외부 단체의 교내 게시물 부착을 제한하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가 중국 눈치를 보며 학생들의 공론장을 제한하고 있다”며 반발에 나섰다.

 

외대 '대자보 철거'…학생들 "학교가 중국 눈치"

19일 오전, 외대 인문과학관 층계참에 붙은 ‘홍콩 항쟁에 지지를!’ 대자보가 사라졌다. 외대 학생들에 따르면 정의당 서울시 학생위원회가 붙인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포함한 일체의 게시물이 이날 학교 측에 의해 철거됐다. 학교 측은 안내문을 붙여 “최근 홍콩 시위와 관련해 교내에서 지지와 반대 입장의 많은 논쟁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대자보와 유인물 부착으로 갈등이 계속해 악화되고 있다”며 외부 단체의 게시물 부착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학교 측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외대 학생 이모(24)씨는 “고등교육을 받은 지성인으로서, 의견 차이가 있다면 공론장에서 토론과 대화로 입장을 주고받으며 서로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학교 측의 대처는 공론장을 물리적으로 제거하고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으로 상당히 문제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백수연(20)씨는 “대자보 철거는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하는 일”이라며 “(학교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홍콩 시위에 대해 지지도 반대도 하지 말라고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홍콩 학생을 지지하는 한국외대 학생들’ 모임 소속의 이건희(23)씨는 “학교의 존재 이유는 논쟁의 장을 보장하고 학생 안전에 위협이 있다면 이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대자보 철거는 논란의 책임을 오히려 학생에게 지우는 비겁한 조처”라고 지적했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소속 학생들이 20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를 위해 서울대학교에 설치된 '레넌 벽' 훼손 사건 관련 고소장 제출을 위해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소속 학생들이 20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를 위해 서울대학교에 설치된 '레넌 벽' 훼손 사건 관련 고소장 제출을 위해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10여곳서 한-중 학생 충돌

여태껏 ‘홍콩 시위’ 게시물 훼손으로 논란이 된 대학은 알려진 것만 서울대·고려대·연세대·한국외대·한양대·동국대·아주대·명지대·전남대·충남대·부산대 등 10여곳에 달한다. 한-중 학생 갈등은 물리적 충돌을 넘어 고소·고발전으로도 번지는 추세다. 20일 오전 서울대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학생모임)은 관악경찰서에 교내 ‘레논 벽’ 훼손 사건을 수사해달라며 고소장(재물손괴 혐의)을 제출했다. 학생모임이 교내에 설치한 레논 벽은 18일 찢긴 채로 발견됐다.  
 
학생모임은 고소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배움의 공간에서 (대자보 등을) 훼손하는 것은 다른 의견을 힘으로 짓누르려는 행위이며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고민 끝에 고소라는 강경한 대책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훼손 시도들이 한국 대학가에서 혐중 정서로 이어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대자보 훼손의 범인이 중국인 유학생으로 밝혀진다면 반성문 작성을 조건으로 즉각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명지대에 붙은 ‘홍콩 민주주의 지지’ 대자보를 두고 한국 학생과 중국 학생이 서로 폭행한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9일 오후 8시 무렵 학교 학생회관에서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명지대 관계자는 “한국 학생이 붙인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에 중국 학생이 반박하는 내용을 적은 A4 용지를 덧붙이다 실랑이가 붙었다”며 “경비직원이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두 학생은 별다른 고소·고발 없이 귀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서울 서교동의 한 갤러리에서 홍콩 학생들이 주최한 'Stand with Hong Kong: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이병준 기자

지난 15일 서울 서교동의 한 갤러리에서 홍콩 학생들이 주최한 'Stand with Hong Kong: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이병준 기자

 
동국대에서는 한 중국인 학생이 ‘레논 벽’을 설치한 한국 학생을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 15일 오후 한국 학생 A씨는 동국대에 레논 벽을 설치하며 중국 학생들과 실랑이를 빚었다. 한 중국 학생은 “A씨가 팔을 잡아당겼다”며 인근 파출소에 이를 신고했고, 사건을 접수한 서울 중부경찰서는 18일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A씨는 “레논 벽 훼손을 막으려 그랬다. 어떤 폭력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에는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등 6개 대학생 단체 30여명이 서울 중구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학생들은 “과거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이룬 우리나라 학생·청년은 홍콩 학생과 공명하고 있다”며 “탄압 수준을 한층 올리기로 한 시진핑 중국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잇따른 대자보 훼손에…반중 정서 '활활'

한편 대학교 학생사회의 금기인 ‘대자보 훼손’이 중국 학생들에 의해 잇따라 자행되며 대학 내 ‘반중(反中)’ 정서에도 불이 붙고 있다. 대자보 훼손 사건 이후 각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탈 등지에는 “중국인이 이유 없이 그냥 싫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중국인 학생은 모두 산업 스파이” 등과 같은 내용의 글이 퍼지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몇 년간 중국 학생들이 국내 대학에 많이 유입됐다. 하지만 (학교들이) 양적으로만 중국 유학생을 많이 받았을 뿐,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한국 고등교육기관에 공산주의 교육을 받고 전혀 다른 사상체계를 내면화한 학생이 들어오며 생기는 가치의 충돌 문제는 (학교 측이) 전혀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학들이) 가치 체계가 서로 다른 학생들이 공존해야 하는 상황을 직시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오는 23일에도 서울 시청광장 인근에서 '홍콩의 민주주의를 위한 대학생·청년 긴급행동'이라는 이름의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