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인싸’는 국회 안(inside)에서 발생한 각종 이슈와 쏟아지는 법안들을 중앙일보 정치팀 2030 기자들의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여의도 인싸’와 함께 ‘정치 아싸’에서 탈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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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이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내년이면 50주년을 맞는 새마을운동은 1970년 4월 ‘새마을가꾸기 운동’ 제창으로 출발, 72년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가 설치되면서 본격화됩니다. 한마디로 ‘열심히 일해서 우리도 잘살아 보자’는 취지였어요. 박정희 정부는 새마을운동의 상징인 새마을기(旗)를 각 공공기관의 기관기보다 앞서서 달도록 했고, 노태우 정부는 각급 공공기관에 반드시 게양하도록 하면서 “공직자부터 새마을정신을 함양하고 이를 솔선 실천해 나가도록 하라”는 대통령 지시도 내렸죠.
![서울 중구 장충동 장충단길, 70년대 권위주의 정부 경제개발의 상징인 새마을기가 줄지어 펄럭이고 있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1/5af757be-1689-44b8-960f-ed201963f0a4.jpg)
서울 중구 장충동 장충단길, 70년대 권위주의 정부 경제개발의 상징인 새마을기가 줄지어 펄럭이고 있다. [중앙포토]
사실 문재인 정부 초기 공직사회 적폐청산 분위기 속에서 새마을운동을 적폐로 여긴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실제 새마을운동 지원 예산 규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142억9300만원이었는데, 올해에는 4억8000만원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각 관공서에 걸린 새마을기를 ‘시대정신’에 맞게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고요.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로는 최초로 당선된 장세용 구미시장은 취임 직후 시청 조직 중 ‘새마을과’의 명칭을 ‘시민공동체과’로 바꾸려고도 했어요.(※구미시 상모동에는 박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참석자들과 생명살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영 행안부 장관, 문 대통령,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1/56a9cf5d-990d-4517-b1e4-55136b576783.jpg)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참석자들과 생명살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영 행안부 장관, 문 대통령,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연합뉴스]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의 이력도 눈길을 끕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정성헌 회장은 박정희 정부 시절 3번 구속된 민주화운동 인사거든요. 가톨릭농민회 시민운동가였던 그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죠. 그는 취임 후 생명·평화·공경·지구촌공동체라는 가치를 내세워 “새마을운동 대전환”을 선포했어요. 이에 문 대통령도 “역사적인 대전환에 나선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라고 격려했고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한 해외 새마을운동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1/ebaf5249-1244-4c0e-b57c-f1b41d1a6be6.jpg)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한 해외 새마을운동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 망을 갖춘 새마을운동 조직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와요. 새마을운동중앙회의 ‘새마을지도자 및 회원 현황’(2017년 5월 기준)에 따르면 전국 새마을운동 지도자·회원은 총 206만5130명에 이릅니다. 대학생과 청년으로 이뤄진 Y-SMU(청년-새마을) 포럼 회원도 5454명이나 됩니다. 충청권 한 의원은 “새마을운동 회원이 읍·면 단위마다 50~60명 정도 된다. 선거에서 이들 조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만큼 새마을운동의 조직적 기반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 국회 제11차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법안 투표로 분주하다. [뉴스1]](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1/bf7dac37-d319-4989-b8cd-ce715b07c980.jpg)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 국회 제11차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법안 투표로 분주하다. [뉴스1]
사족 하나. 이 법안 통과에 반대한 의원 중 한 명인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통화에서 “국가의 예산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처리할 땐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반대표를 던졌을 뿐, 새마을운동에 대한 개인 의견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